유커(游客)’는 중국어로 여행객이나 관광객을 뜻하는 말로 한자 유객을 중국어 발음에 따라 표기한 것이다. 주로 한국으로 여행 온 중국인 관광객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단체 관광객은 유커, 개별적으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은 싼커(散客)’로 구분해 표기하기도 한다. 이들 유커싼커가 올해 대거 한국을 방문하면서 유통업계가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정부가 하반기 중국 관광객 150만명 유치를 목표로 총력 대응할 계획을 밝힌 가운데,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단체여행객과 개별 관광객 모두 증가하면서 유통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65개월 만에 한국행 단체여행을 허용하면서 이를 가능케 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첫 전면 허용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 문화관광국은 지난 810일 한국·미국·일본·독일·멕시코 등 세계 78개국에 대한 중국인 단체여행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단체여행 허용 배경에 대해서는 중국 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올 초 시범 재개한 이후 해외관광 산업이 원활하고 질서 있게 운영돼 관광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71448000명에서 2020761000명까지 줄었다가 올해 71032000명까지 회복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 4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에서 하반기 중국 관광객 150만명 유지를 목표로 민간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중국 단체관광객에 대한 전자비자 수수료를 연말까지 한시 면제하는 한편 인기 관광지를 중심으로 중국 모바일페이 가맹점도 25만개 이상 추가하고, 부가가치세 즉시환급을 확대하는 등 방안을 시행 중이다.

한편 한국은행이 824일 공개한 중국인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경제적 효과 추정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인 입국자 수는 올해 하반기 중 약 220만명에 이르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상당폭 더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인 단체관광 회복 효과가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0.06%포인트 정도 끌어 올릴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유커의 귀환, 유통가 기대감 고조

최근 우리나라 곳곳에 중국 단체관광객인 유커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단체관광이 풀린 직후인 823부터 29일까지 중국인 매출은 전주보다 16%가량 증가했다. 대표적인 헬스뷰티 스토어인 CJ올리브영은 831일부터 96일까지 진행한 대규모 정기세일에서 매출이 전년 대비 28% 늘었다. 특히 외국인 매출의 핵심지인 서울 중구 명동 일대는 매출이 5배 이상 늘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 최대 명절인 중추절과 국경절이 겹치는 황금연휴(929~106) 기간을 앞두고 있어 방한 관광 활성화의 기대감이 커질 전망이다.

유커는 특히 명동동대문등 쇼핑 지역의 방문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대형 면세점들과 여러 로드샵이 위치한 곳으로, 업계에 따르면 유커는 면세점에서 주로 화장품을 구매하며, 동대문 등에서는 K-패션 아이템 등을 구매하는 경향을 보인다. 대부분 여행사에서 정해준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는 이들은 관광의 목적이 쇼핑이다. 명동, 동대문은 면세점 쇼핑을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동선으로 유커들이 선호하는 체류지이기도 하다. 이에 면세업계는 매출 활성화를 위해 유커 모객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에 국내 면세 업체들은 국내 여행사 및 가이드와의 협력을 늘리고, 제품 라인을 구성하는 등 돌아온 유커를 맞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올해 중국어 가이드 200여 명을 초청해 가이드 설명회를 열었다. 해당 자리에선 데코르테’, ‘LG생활건강 후’, ‘프레시안’, ‘라이프워크등 국내 브랜드 관계자가 직접 자사 제품을 홍보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유커가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고, 앞으로도 관광업계 협력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계획이다.

한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벌써부터 명동, 동대문 상권을 중심으로 면세점과 로드샵 등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현재까지는 과거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고 있지만 중국의 금융위기가 해소되면서 한국을 방문하는 유커들의 수도 서서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트렌디한 소비계층 싼커를 주목하라

성수, 홍대 등 문화와 젊은 트렌드를 중심으로 한 자유여행을 즐기는 싼커도 전년보다 훨씬 늘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싼커는 주로 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로 트렌드에 맞춰 소비한다. 단체 관광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한국을 방문해 쇼핑이나 관광하는 것이 특징이다. 패키지여행이 아닌 자유여행으로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검색해 계획을 세운다. 또 면세점보다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고 한류 콘텐츠의 영향으로 한국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한 의류, 화장품, 음식 등을 구매한다.

싼커는 여행 목적부터 일정, 소비 패턴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유커와 다른 양상을 띤다. 깃발부대라고 불리던 기존의 유커들은 여행사에서 정해준 스케줄에 따라 한국을 여행했지만 싼커들은 한국에 오기 전에 미리 자신이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것, 사고 싶은 물건들을 계획해서 한국으로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싼커들은 한류 드라마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가로수길이나 한국 젊은이들의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홍대 등지를 찾는 특징을 보인다.

싼커들의 한국 방문이 늘어나자 백화점 업계에서는 K패션 브랜드 입점을 늘리고, 패션·유통·식품업계에서는 곳곳에 팝업스토어 등을 여는 등 싼커 맞이에 분주한 상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에는 트렌디하고 높은 소비성향을 가진 싼커를 더욱 주목하고 있다유통업계 역시 이들의 구매심리를 자극할 수 있는 트렌디한 판촉전략 세우기에 몰두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유통·패션·식품·여행업계, ‘싼커모시기 돌입

유통·패션·식품업계 등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싼커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3대 명품 브랜드인 샤넬·에르메스·루이비통도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이들 업계에서는 성수동을 명동·동대문 축을 잇는 싼커의 쇼핑의 성지로 보고 이들을 모객할 수 있는 다양한 팝업스토어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업계는 싼커를 유입하기 위해 명품 대신 K패션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 확보를 위해 주요 점포 리뉴얼 추진하고, 새로운 성장 대안으로 부상한 K패션 브랜드 입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잠실 롯데월드몰과 잠실점에 K패션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올해 6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아더에러와 마르디 메크르디 매장을 연 데 이어, 잠실점에 LCDC 매장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서울에 백화점 1호 매장을 낸 시에를 비롯해 인사일런스, 하우스 072C, 스탠드오일 등 국내 패션 브랜드를 중심으로 3, 4층 일부 구역을 새로 꾸민다.

신세계백화점도 재단장 중인 강남점 8층에 3305(1000) 규모로 마르디 메크르디, 마리떼 프랑소와 저버 등의 브랜드 매장을 열 계획이다.

항공업계도 이때에 맞춰 중국 관광객 입국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항공편이 증편될 전망이다. 정부는 공항 슬롯(이착륙 운항시각)을 확대해 한중간 항공편을 증편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의료관광 업계도 주목하는 싼커

의료관광 업계도 증가하는 싼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성형이나 건강검진 등 의료관광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개인들도 싼커 증가에 한몫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 여성들의 성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성형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아시아에서 한국 여성이 가장 예쁘다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중국 여성들은 한국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기 원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중국에 한국에서 성형수술을 해본 중국인이 적었고, 한국의 성형외과들도 중국에 진출하거나 적극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 성형외과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그래서 발달한 틈새시장이 의료관광 브로커다. 2009년 해외 의료 관광객 중개 업무가 합법화되면서 외국인 의료 중개는 더욱 활기를 띠게 되었다.

비록 브로커들이 높은 수수료를 받는 바람에 중국 환자들이 한국 환자들 보다 두세 배 비싼 비용으로 성형수술을 받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중개업자들은 한국의 성형과 병원들을 중국에 홍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성형을 하고 돌아온 중국인들은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자신의 성형수술 경험담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2, 3차 고객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성형을 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하는 싼커가 코로나19 이전 매해 3만명 수준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한국에서 성형을 한 뒤 얼굴에 붕대를 두르고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끼고 백화점 등으로 쇼핑을 다니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의료관광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싼커들이 성형수술을 받고 얼굴에 붕대를 감고 다닌다고 하여 붕대족이라는 별명까지 생겼었다이들은 붕대를 감고 햇볕을 쐬며 관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쇼핑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예전같은 업황회복 아직 이르다시각도

한편 일각에서는 유통업계의 기대감과는 달리 예전같은 업황회복은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유통업계가 중국인 관광객 귀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업황에 숨통이 트일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지속, 디플레이션 우려 등 불안한 경기 상황으로 인해 중국인의 소비심리가 여전히 냉각돼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부동산 위기가 한시름 덜은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 내수 경기가 더욱 살아나야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발 금융위기를 우려케 했던 중국 부동산업체 비구이위안은 기한 직전 2250만 달러(300억원)의 채권 이자를 지불해 가까스로 디폴트(채권불이행)를 면했다.

하지만 비구이위안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해외 채권 규모는 16200만 달러(2950억원)가 남아있어 안심할 수는 없다. 현재 발행채권과 대출금 등 비구이위안이 진 빚은 모두 150억 달러(2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난 7월 디플레이션 위기를 맞았던 중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한 달 만에 상승해 최악은 피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0.1% 상승했다. 지난 7월에 전년 대비 -0.3%를 기록한 지 한 달 만에 증가 전환이다.

하지만 중국 내수가 급격히 얼어붙는 분위기로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여행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경제 상황이 워낙 안 좋아서 중국 관광객이 생각하는 것만큼 들어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코로나 이후 미중 갈등과 자국우선주의가 조성되면서 이전만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늘어날 것인가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막혀있던 여행길이 열리면서 기저효과가 발생하겠지만 과거의 영광을 누리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지역별·점포별 전략을 따로 마련하기보다는 소비 촉진을 위한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전략을 내세워야 할 것이라 전했다. 또한 수익 개선 또는 매출 활성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