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VS 노조-여 VS 야, 의견 엇갈려 ‘안개정국’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출입문에 붙은 휴업일 변경 안내문을 보고 있다.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출입문에 붙은 휴업일 변경 안내문을 보고 있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논란이 가시질 않고 있다. 정부가 규제완화를 강조하며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폐지에 무게를 두었지만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이 지난 2012년 개정되면서 대형마트는 10년 넘게 월 2회 공휴일에 매장문을 닫고 있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못하도록 해 주변의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하기 위한 취지다.

대형마트 의무휴일 도입 후 대형마트는 지난 10년 동안 매출액 성장이 1조원을 밑돌고 있다. 그럼에도 그사이 코로나19 등을 겪으며 유통환경이 바뀌면서 온라인 쇼핑 수요가 대세로 자리 잡자 국내 전통시장은 20131502곳에서 오히려 지난해 1300곳까지 200곳 넘게 사라졌다.

이런 상황을 근거로 실제 대형마트 의무휴일은 전통시장을 살리지 못했다는 것이 입증되며 아직도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측은 월 2회 의무휴업을 골자로 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1년이 됐지만 규제 효과는 사라지고 갈등만 키웠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12월에는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중소유통업체 등 이해관계자가 직접 합의안을 도출해 대형마트 규제 개선안을 발표했지만 개선안 발표 후 반년이 지났음에도 규제는 그대로다. 대형마트의 핵심 요구안인 온라인 영업 규제가 풀리려면, 국회가 유통법 12조의2 개정을 통해 온라인 판매 허용 조항을 삽입해야 한다. 하지만 의무휴업일 개편 문제와 온라인 배송 제한 규제는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일부지자체 제도 개편했지만 서울·경기는 표류

이런 가운데 정부가 기업규제 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대형마트 영업 규제 완화에 나서며,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의무휴업일 제도 개편을 수용했다. 올해 2월에는 대구광역시가 5월부터는 충청북도 청주시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했다.

대형마트 입장에서 가장 큰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서울과 수도권, 주요 광역시는 규제 완화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 서울시는 올 초 한차례 각 자치구 의견을 청취했지만 이후 어떤 조치도 없었다.

대형마트 업계는 통상 주말 매출이 평일의 1.5배 정도로 의무휴업일이 평일로 전환되면, 매출 성장과 함께 영업이익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선 이마트의 통상 평일 매출은 300억원, 주말 매출이 500억원으로 의무휴업일 변동시 연 3840억원가량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으며, 롯데마트는 연 1728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의무휴업에 이어 온라인 배송 제한 규제 완화도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의 여야가 견해 차이를 보이며 논란은 장기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한상의 설문을 보면 국민 10명 중 7명은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원한다고 답했다. 노사 간 입장차는 분명하겠지만 공멸을 피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게 급선무라며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 모두 민감한 대형마트 규제를 그냥 덮어두는 것이 편할지 모른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바뀐 유통환경에 맞게 국민의 편의와 상생을 위해 유통법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온라인쇼핑 반사이익?실효성 논란

대형마트 측은 의무휴업 제도가 실효성이 없고 온라인쇼핑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유통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경쟁 구도가 더욱 의미가 없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 전체 유통시장에서 전통시장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314.3%에서 20209.5%까지 하락했다.

의무휴업 폐지를 주장하는 쪽은 대형마트가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의 직접적 경쟁 관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을 볼 때 대형마트는 중소형 마트나 온라인 유통업체와 경쟁이 크고 소상공인과 업역이 겹치는 건 편의점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에 의하면 대형마트가 의무휴업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소비자 구매 행동은 대형마트가 아닌 다른 채널 이용(49.4%) 문 여는 날에 맞춰 대형마트 방문(33.5%) 당일 전통시장 방문(16.2%) 등이었다.

유통규제의 전통시장 활성화효과에 대해서도 76.9%효과가 없었다고 답했으며, 58.3%는 규제에 따른 수혜를 온라인 쇼핑이 입었다고 답했다.

노조·협회 등 강한 반발로 안개정국

정부의 기조와 소비자들의 인식과는 별개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조,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등의 강한 반발로 인해 의무휴업 폐지는 여전히 알 수 없는 안개정국이다.

소상공인업계는 대형마트와 온라인 유통업체로 인한 골목 상권의 잠식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을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 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마지노선이 무너지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위기에 직면하고 유통질서 확립과 상생발전이 후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슈퍼마켓이나 편의점까지 찾는 비율을 합하면 의무휴업일에 골목상권을 찾는 소비자가 60% 가까이 된다며 의무휴업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주장이 엇갈리고 있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의 여부가 오는 2024년 총선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들의 강한 반발과 여야 합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법 개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의무휴업 폐지 분위기가 형성된 지 벌써 1년이 돼 가지만 복잡한 이해관계로 아직 그렇다 할 변화가 있지는 않다결국은 정부가 나서서 법령을 정비해줘야 하는데 그러면 결국 내년 총선 결과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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