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연 박사
이성연 박사

 

모든 건 환경 탓,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어떤 역경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자! 우리의 신경망과 뇌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왼쪽 뇌가 망가지면 오른쪽 뇌가 대신하고, 오른손을 다치면 왼손이 대신해준다.

학자들은 지난 100여 년간 뇌 과학의 가장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로 뇌가소성(腦可塑性)을 꼽는다. 1970년대 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뇌는 일단 형성되고 나면 불변이라는 통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1970년 후반 한 실험에 의해 뇌도 밀가루 반죽처럼 성형이 가능하고,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뇌의 기능과 구조가 반영구적으로 변화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뇌’기능 사용법

그럼 뇌가소성이란 구체적으로 뇌가 어떻다는 말인가? 대부분의 물질엔 탄성(彈性)이라는 게 있다. 탄성이란 외력(外力)에 의해 변형된 물체가 그 외력을 제거하면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려는 성질을 말한다. 스프링 같은 것은 탄성이 강한 물질이고, 점토 같은 것은 탄성이 매우 약한 물질이다.

어떤 물질에 외력을 점점 크게 가하면 마침내는 외력을 ‘0’으로 되돌려도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지 않고 변형이 남게 되는데, 이를 소성(塑性) 또는 가소성(可塑性)이라 한다. 즉, 소성 또는 가소성이란 고체가 외력을 받아 형태가 바뀐 것이, 그 외력이 없어져도 본디 모양으로 되돌아가지 아니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어 스프링을 너무 세게 잡아당기면 잡아당기는 힘이 없어져도 원상태로 복귀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가소성이라는 개념은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것인데, 이런 용어가 뇌와 신경계연구에 도입되었다. 특히 뇌 연구에서는 기억, 학습 등 뇌기능의 유연한 적응력을 ‘뇌가소성’이라 한다. 이것은 기억이나 학습 등에 있어서 비교적 짧은 기간 사이에 가해진 자극에 의해 뇌 내에 장기적인 변화가 일어나, 외부적 자극이 제거된 후에도 그 변화가 지속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기능이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변하는 현상을 ‘신경가소성’ 또는 ‘뇌가소성’이라 하는데, 신경가소성은 뇌의 기능적인 변화뿐만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를 일으키기도 한다. 반복적으로 특정한 뇌기능을 자주 사용하면 그 영역의 신경세포의 정보전달 속도를 빠르게 하며, 그 영역이 커지거나 두꺼워지기도 하고, 뇌 영역 사이를 연결하는 신경섬유의 수가 증가하거나, 해마와 같은 일부 영역에서는 새로운 신경세포가 생겨나기도 한다. 한마디로 뇌가 엄청 스마트해지는 것이다.

새로운 학습이 뇌구조를 바꾼다

뇌의 신경가소성을 연구하는 데 있어 좋은 대상이 되는 것이 런던 택시 운전사의 사례이다. 런던에서 택시운전사가 면허를 받으려면 런던의 거미줄처럼 얽힌 24,000 군데의 도로망과 지명 및 도로를 연결하는 최단 거리를 모두 외워야 하는데, 이렇게 하는 데는 몇 년이 걸리며, 면허를 얻기 위해서는 경찰의 엄격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런던의 택시 운전사는 공간지각 능력과 그것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을 연구하기에 매우 적합하다고 한다.

실제로 학자들이 런던 택시 운전사의 뇌를 연구해본 결과, 위치와 경로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뇌의 영역이 일반사람들보다 크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런데 운전사의 운전경력이 길수록 해당되는 뇌의 영역이 더 크다는 것도 발견하였다. 이는 런던 택시운전사들이 런던의 뒷골목을 익혀나가는 동안에 뇌의 구조가 바뀐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하면 반복적인 학습에 의해 뇌의 구조가 변하며, 새로운 정보의 학습은 뇌의 구조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더욱더 극적인 사례가 있다. 바로 저명한 재일교포 프로야구 선수인 장훈(張勳,) 스토리이다. 그는 야구선수로, 원래 오른손잡이여서 우투우타(右投右打)였다. 즉 오른손으로 공을 던지고 오른쪽으로 배팅을 하는 선수였다. 그런데 어렸을 때 오른손을 뜨거운 화로에 데었는데 적절한 치료를 못해 손가락 두 개가 붙어버리는 바람에 조막손이 되어 버렸다. 오른손으로는 던지지도 못하고 배팅도 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야구선수로서의 생명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고 우투우타에서 좌투좌타(左投左打)로 바꾸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로 변신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프로야구 선수가 되려는 사람이! 그런데 그는 그것을 해냈다. 피나는 노력 끝에 그는 좌투좌타의 최고의 선수로 다시 태어났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의 기록은 전설로 남아 있다.

그는 1959년 프로야구단에 입단하여 1981년 은퇴하였다. 타율 3할 1푼 9리를 기록하여, 일본 프로야구사상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 그냥 수월하게 세운 기록이 아니다.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로 변신하여 세운 경천동지할 기록이다. 장훈 선수의 좌우명은 “쓰러질 때까지, 죽을 때까지”이다. 이런 정신은 결국 장훈 선수의 신경구조와 뇌구조를 바꿔버린 것이다.

어떤가? 인간의 의지와 노력은 오른손잡이를 외손잡이로도 바꿀 수 있다. 반대로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도 바꿀 수 있다. 왼손 또는 오른손을 자꾸 쓰게 되면 뇌에 그렇게 하게 하는 신경회로망이 생겨 자동적으로 그렇게 쓰게 된다는 게 뇌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다. 바로 뇌가소성이다. 인간은 1만 시간의 피나는 노력만 있으면 누구나 탁월하게 될 수 있다는 걸 장훈 선수는 보여주었다. 모든 건 환경 탓, 남의 탓이 아니라 내 탓이다!! 어떤 역경이 있어도 포기하지 말자! 우리의 신경망과 뇌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왼쪽 뇌가 망가지면 오른쪽 뇌가 대신하고, 오른손을 다치면 왼손이 대신해준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