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제품·서비스 개발 경쟁 가속화

유통가에 부는 채식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건을 비롯한 채식주의가 더 이상 어렵고 낯선 개념이 아닌 대중적인 트렌드가 되면서 관련 시장이 동반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건강상의 이점과 함께 환경보호, 동물 복지 등 지속 가능한 선택지로 채식의 의미가 부각되면서 미닝아웃등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최근의 소비자 니즈에 맞아 떨어진 결과다.

최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동물 원재료를 쓰지 않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은 제품에 부여되는 비건 인증을 받은 식품은 지난 2021년 기준 286개로 2019년 대비 15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채식인구 200만명 돌파

한국채식연합은 200815만명에 불과하던 국내 채식 인구가 폭발적인 성장을 통해 2022년 기준 200만명까지 증가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비건 문화의 대중화는 해외직구 시장에서도 눈에 띈다. 건강 웰니스 해외직구 플랫폼 아이허브는 작년 비건 영양제의 한국 판매율이 2020년 대비 3.3배 이상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비건 식료품 역시 같은 기간 동안 89.9배의 성장률을 보이며 급성장했다.

국내 시장에서 관련 제품을 찾아보기 어려웠을 때부터 다양한 비건 영양제와 비건 식품을 한국에 소개해온 아이허브는 7월 기준 현재도 약 4000개에 가까운 종류의 비건 인증 영양제를 판매하고 있다. 비타민, 미네랄, 항산화제 등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비건 식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가진 비건 인증 식료품의 가짓수도 1500개가 넘는다.

아이허브 관계자는 판매량 성장 추이를 보면 비건을 비롯한 채식 문화에 대한 한국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증가했다는 것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비건을 포함한 채식이 소비 트렌드가 되면서 식품 업계는 채식 시장에서 보다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풀무원이 지난해 식품업계 최초로 오픈한 비건 인증 레스토랑 플랜튜드도 순항 중이다. 지난 5월 플랜튜드 코엑스점은 오픈 약 1년 만에 누적 방문 고객 수 75000, 메뉴 10만개 판매를 돌파했다.

파스타, 떡볶이, 비빔밥 등 대중적인 메뉴가 순식물성 재료로 재해석돼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 주효했다.

유통업계, 제품 개발 경쟁 가속화

롯데리아는 대체육 버거 리아 미라클 버거 ’ 2종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7%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2020년 식물성 패티를 사용한 버거를 처음으로 선보인 롯데리아는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대체육 시장 트렌드를 반영해 지난 1월 리뉴얼을 진행했다. 환경보호와 헬스 푸드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고 6개월간 누적 판매량 35만개 돌파라는 결과를 얻었다.

대상웰라이프는 대두·완두·귀리 등 100% 식물성 단백질 3종을 포함한 마이밀 퓨로틴을 선보였다. 프랑스산 완두 단백, 미국산 대두단백, 스웨덴산 귀리 단백 등의 식물성 단백질로만 구성됐다. 대상웰라이프는 식물성 단백질만을 배합해 만든 만큼 동물성 단백질과 유당 섭취가 어려운 소비자도 섭취할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18890억원에서 4년 새 4000억대 규모까지 폭발적으로 성장한 단백질 관련 시장에서도 비건이 강세다. 식물성 단백질 제품은 우유에서 유래된 유청 단백질 보충제에 비해 아직 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전체 비건 시장이 지속 확대되는 만큼 성장 잠재력은 충분하다.

비건 시장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단백질 시장은 다양해지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단백질 식품의 맛, 형태, 재료가 진화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즉시 섭취 가능한 음료로 맛과 편리성까지 더한 단백질 제품인 3세대 트렌드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추후 식물성 재료와 같은 대체 단백질로 만든 제품도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세대는 분말 형태 단백질을, 2세대는 닭가슴살 등 원물을 섭취하던 시대다.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음료 브랜드 얼티브가 단백질 함량을 높인 얼티브 비건 프로틴’ 2(초코·커피맛)을 선보였다. 지난해 CJ제일제당 사내벤처 1호 제품으로 출시된 이후 유제품 형태, 커피형 음료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이는 신제품이다.

얼티브 비건 프로틴은 기존 얼티브제품의 주요 원재료인 현미와 완두에 작두콩을 더해 1팩당 단백질 함량을 21g(달걀 3.5개 분량)으로 높인 고단백 음료다. 식단관리나 운동에 신경쓰는 소비자를 주 타깃으로 삼고 한 팩에 필수 아미노산 8종과 CJ제일제당이 독자 개발한 식물성 ‘L-아르기닌’ 1700도 추가했다.

‘L-아르기닌은 체내에서 충분히 합성되지 않을 수 있어 외부 섭취가 권장되는 아미노산이다. 제품에 함유된 식물성 아르기닌은 CJ 제일제당의 글로벌 발효 아미노산 브랜드 ‘AMINATURE®’의 원료로 만들어진 프리미엄 소재다.

특히 당류는 들어있지 않아 제로 슈거제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즐길 수 있다. 아울러, 간편하게 휴대하고 섭취할 수 있도록 뚜껑이 있는 소용량(250) 제품으로 선보였다. 운동 전후에 섭취하면 단백질을 보충할 수 있고, 한 팩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식사량을 조절할 때 유용하다. 현재 CJ더마켓, G마켓, 롯데온, 네이버 등 온라인 몰에 차례로 입점됐다.

또한 출시 이후 처음으로 대형마트에도 입점된다. ‘얼티브대용량 제품(730)은 다음달부터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등 전국 대형마트 음료 코너에서 판매를 시작한다. 아울러, 선릉에 위치한 카페 프랜차이즈 베러먼데이커피에도 입점해 우유를 활용한 커피나 음료에 우유 대신 얼티브 제품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소비자들과 접점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업계에서도 비건을 비롯한 채식 문화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눈여겨보고 있다앞으로 국내에서도 점차 확대, 다양화되는 채식 인구의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과 서비스가 지속해서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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