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다변화 통해 수익구조 개선

K-콘텐츠의 글로벌 성공이 우리나라 식품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 속 분위기를 느껴보기 위해 한국 음식을 찾거나, 현지 입맛에 맞춰 색다르게 소비되며 열기를 더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국내 식품업계는 현지 니즈에 맞춘 제품을 선보이는 등 발빠른 행보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제품 생산을 위한 공장과 물류센터까지 확충하는 등 적극적인 현지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내수 시장의 성장둔화를 해외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우리 식품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는 한국시장에서 인기몰이를 마친 검증된 제품들을 앞세웠다. 일부 성공한 사례도 있지만, 최근에는 기존 국내 제품에 현지 취향을 반영하는 마케팅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아무래도 입맛이 우리와 다르다보니 현지화를 통해 리뉴얼하면 시장에서 먹힐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식품업체들은 철저한 현지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는 재료, 생산법 등을 활용한 각 지역별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일찍이 해외시장 안착에 성공한 농심과 삼양식품은 해외 매출 증가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농심은 1분기 영업이익 증가분 294억 원 중 절반 이상을 미국 법인 증가분이 차지했다. 삼양식품은 1분기 매출 2455억 원 중 해외 매출 비중이 64.3%에 달했다.

CJ제일제당, 미국 공장 건립현지화 강화

CJ제일제당 미국공장시설

CJ제일제당은 만두 제품의 미국 내 성공으로 수출이 아닌 현지생산을 선택해 현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미국 만두 시장에서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초기 선두 자리 선점에 선방했단 평을 받는다. CJ제일제당은 국내에서 만두소 육류로 대부분 돼지고기가 사용되는 것과 달리 닭고기를 선호하는 현지 식성을 고려해 치킨 만두를 개발했다. 또한, 미국에서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채소인 고수를 부추 대신 첨가했다.

CJ제일제당의 만두제품은 해외진출 4년 만에 국내 점유율을 뛰어넘었다. 특히 비비고 치킨&고수만두는 중국 제품인 링링을 제치고 미국 만두 시장 내 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시판만두 중 가장 높은 매출을 기록 중이다.

현지 입맛에 맞춘 제품으로 입지를 확고히 하자 CJ제일제당은 미국에 직접 공장을 지으며 현지화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축구장 약 12개 크기의 세계 최대 냉동피자 생산시설을 세우고 수요에 맞는 공급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 살리나에 위치한 슈완스 피자 공장을 약 4규모를 추가로 증설하고. 살리나 공장 내 물류센터도 확장한다. 오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되는 물류센터는 비비고를 포함한 K-푸드 제품들의 미국 내 유통을 담당할 계획이다.

현지화를 위한 빠른 움직임으로 지난 1분기 미국 내 식품사업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력상품인 냉동피자는 시장점유율 19.4%를 차지했다. 현재 시장 점유율 1위인 네슬레의 디조르노와 불과 1%p 차이로 따라붙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이번 분기 실적이 크게 감소하는 와중에도 해외시장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 5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코스트코와 월마트에서 비비고를 설명할 기회조차 주지 않던 미국 시장에서 4년 만에 식품 매출을 11배 키웠다올해부터 캐나다, 호주,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같은 기존에 진출하지 않은 국가에서 식품 사업을 본격화하고 K-푸드 신 영토를 확장할 것이다고 말했다.

대상, 인수·설비투자 통해 글로벌화

김치로 K-푸드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대상 역시 현지화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대상의 현지화 전략은 인수합병이다.

대상은 지난해 LA에 공장을 건립한데 이어 3월에는 미국 식품기업인 럭키푸드를 인수하면서 생산기지를 추가로 구축하게 됐다.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대상의 글로벌 비즈니스인 김치와 각종 소스류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강화한다.

공장 증설과 함께 설비 투자도 계획 중이다. 코로나 이후 매출이 크게 상승한 김치의 생산력을 2배 이상 끌어올릴 수 있도록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여기에 마케팅과 연구·개발 부문에 힘을 주고, 현지의 영업조직을 확대해 스프링롤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대상은 미국 시장의 비전을 모든 미국 가정에서 만나는 아시안 그로서리 기업으로 정했다. 인기가 많은 김치와 고추장 등 K-푸드를 중심으로 각종 카테고리에서 핵심사업을 구축하는 한편, 새로운 비즈니스도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대상 김치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유럽과 대만, 홍콩 등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 진출해 좋은 반응으로 높은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경애 대상 식품글로벌사업총괄은 종가 브랜드가 이미 미국 현지 주요 김치 유통채널에 입점해 있는데, 럭키푸드의 제품력과 인프라를 활용해 미국 김치시장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짜파구리로 크게 히트한 농심 역시 미국 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제3공장 설립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해 4월 제2공장 가동을 시작한지 1년 만이다.

농심 관계자는 현재 미국 공장의 가동률은 70%에 달한다현재 성장률을 감안한다면 곧 제3공장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공장 부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