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앞당겨 찾아온 더위에 유통가 ‘활기’

올해 유통업계의 공통된 숙제는 불황 타파. 불황을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거나 타 업계와의 협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런 유통업계에 반가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올해 이상 고온으로 무더위가 일찍 찾아와 소비자들이 무더위를 피해 에어컨 바람이 부는 서늘한 백화점과 마트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성수기를 피해 휴가를 일찍 가는 얼리(Early) 휴가족이 늘어나면서 유통업계는 이를 놓치지 않고 불황을 타파할 돌파구로 일찍이 무더위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여름 관련 상품 작년보다 앞당겨 출시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여름 샌들 팝업스토어를 이른 지난 4월 말 선보였다. 지난해 6월에 진행했던 팝업스토어를 한 달가량 앞당긴 것이다. 그 결과 신세계백화점은 지난달 1일부터 지난 15일까지 샌들, 장화 등 여름 신발 매출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65.8% 급증했다고 밝혔다. 여름철 인기 아이템인 크록스도 작년보다 한 달 앞서 팝업 스토어 매장을 열었다.

계절에 민감한 패션업계도 냉감 소재의류를 앞다투어 출시하며 경쟁을 하고 있다. 네파는 하이테크 우븐(Woven)’ 소재를 사용해 몸에 닿는 즉시 시원함이 느껴지도록 만든 아이스테크쉘 시리즈를 선보였으며, 블랙야크도 피부 접촉 시 열을 빼앗는 원리를 활용한 아이스 레이어시리즈를 내놨다. BYC는 애견인이 늘어난 것을 반영해 반려견을 위한 여름 기능성 내의도 선보였다.

빨라진 이상 기온에 빙과류도 성수기를 맞았다. 편의점 GS25는 지난 320416일 빙과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2.2% 증가했다고 밝혔다. 통상 편의점에서 6월 하순부터 빙과류 매출이 급증하지만, 올해는 3개월 이상 매출 성수기가 빨라진 것이다. GS25는 이런 추세를 고려해 예년보다 2주 이상 빨리 빙과류 신제품을 내놓았다.

여름 가전 또한 매출이 급상승하고 있다. 17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14일 대표적인 여름 주방가전인 얼음정수기 매출 직전 2(417~30)와 비교했을 때 무려 50% 증가했다. 음식물 처리기와 블렌더 매출도 각각 30%, 25% 늘었다.

대표적인 여름 가전인 에어컨 시장도 뜨겁다. 홈플러스는 전국 매장에 냉방 가전 행사를 연 결과 이달 에어컨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에 에어컨과 선풍기, 서큘레이터 등을 할인 판매하며 홍보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여름 대표 가전인 에어컨 매출이 지난달 417일보다 약 20%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동형 에어컨 매출은 150%, 창문형 에어컨은 30% 늘었다. 에어컨과 함께 인기인 선풍기와 서큘레이터 매출 역시 각각 80%, 170% 급증했다. 또한 에어컨 내부 곰팡이, 먼지 등을 제거하는 서비스 신청도 같은 기간 약 30% 증가했다.

성수기 피해 이른휴가 유행

일찍 찾아온 무더위는 여름휴가의 시기도 앞당기게 했다. 매년 여름휴가 성수기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피해 일찌감치 6월에 휴가를 가는 얼리휴가족이 늘어난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2) 6월 출국자 수 증가율은 연평균 12.7%, 성수기인 7월과 8월의 증가율보다 3~7% 가량 높았다. 국내교통부 항공 통계에 따르면 지난 429일부터 57일까지 국내 공항의 국제선 이용객은 154만 명 310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또 국내 항공사가 최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40% 이상이 고물가 등의 영향으로 항공권이 비싼 성수기(7~8)을 피해 휴가를 떠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따라 수영복, 캐리어 등 휴가 관련 상품 판매량도 급증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는 발 빠르게 휴가를 주제로 한 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실제로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달(51~25) 선글라스와 수영복 매출은 전년 동 기간 대비 각 20% 이상 신장했고, 여행용 캐리어 매출은 같은 기간 50%나 늘어나는 등 5월부터 여름휴가 관련 상품을 찾는 수요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사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 역시 지난 4월부터 524일까지 캐리어, 기내용 가방 등 여행용 가방 매출이 11배 급증했다고 밝혔다. 롯데백화점은 일찍 찾아온 무더위와 빨라진 휴가철에 예년보다 한 달 일찍 바캉스 행사를 선보였다.

이른 무더위 산업계 전반에 영향 미쳐

빨라진 더위가 유통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름휴가 기간과 전력량 절정 기간도 앞당겨지고 길어지면서 한국전력도 전력 수급 대책을 앞당기는 등 대응도 달라지고 있다.

항공업계 역시 얼리휴가족을 위한 여행상품을 출시하며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사이판 노선 매일 운항을 기념해 에메랄드빛 바사 사이판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제주항공도 인천~사이판 노선 특가 이벤트를 진행했으며, 이스타항공도 김포~제주 노선 증편 기념 특가 이벤트를 진행했다. 항공업계와 더불어 호텔업계 역시 얼리휴가족을 위한 호캉스 패키지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호텔신라는 서울신라호텔과 제주신라호텔을 중심으로 호텔 내에서 무더위를 떨치며 느긋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여름시즌 패키지를 선보였다. 호텔롯데도 롯데호텔과 롯데시티호텔 등의 다양한 여름 패키지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리조트형 호텔인 그랜드조선 제주는 여름 보야지 패키지를 831일까지 선보인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호텔도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서울과 제주의 5성급 호텔에서 총 6종 패키지를 출시했다. 또한 그랜드 워커힐은 얼리 서머 세트를 즐길 수 있는 패키지를 운영 중이며, 비스타 워커힐은 MZ세대를 위한 서머 프리뷰패키지 2종을 준비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여름 해외여행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호텔들도 고객 유치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분위기라며 여름 극성수기를 피해 호텔에서 쾌적하게 호캉스를 즐기려는 수요를 겨냥해 특급호텔들을 필두로 여름철 패키지를 빠르게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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