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는 가격 인상 자제 요청 하면서,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경기도에서 PC방을 운영하는 A씨는 “PC 100여 대가 넘는 규모로 운영되는데 하계 전기세가 월 200만 원가량 든다코로나19가 잠잠해진 뒤에도 매출은 코로나 확산 이전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고 사실상 되돌아가기 어렵다고 보는데 이런 와중에 공공요금마저 올라서 비용 부담이 커졌다고 우려했다.

서울에서 고깃집 두 곳을 운영하는 B씨는 최근 식재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 눈만 뜨면 물가가 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은 늘었지만, 비용 부담도 작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비용 부담이 는다고 가격을 올리자니 매출까지 감소하는 악순환에 가계 한 곳의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기·가스 요금 추가 인상

1990년대 이후 재등장한 3(저유가, 저금리, 저달러) 현상과 3(고유가, 고금리, 고달러) 현상을 신3저현상·3고현상이라고 부른다. 최근 유통가에는 신3고현상에 이어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까지 현실화되면서 설탕 가격이 급등 음료, 제빵 등 연관된 품목 가격이 일제히 치솟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내 전기·가스 요금마저 오르자 유통업계가 비용 절감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정부는 올 1분기에 전기 요금 인상에 이어 지난 5152분기도 전기 요금 추가 인상을 결정했다. 따라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4~6월 전기 요금을 1kWh(킬로와트시)8.0, 도시가스 요금은 1MJ(메가줄)1.4원씩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누적된 적자 때문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의 조사에 따르면 1분기 전기·가스 및 기타 연료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5% 오른 135.9(2020년 물가지수=100). 이는 외환위기 당시였던 19981분기(41.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전기료 물가지수는 136.48로 동기간 29.5% 오르면서 197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전기 요금은 4, 7, 10월 세 차례에 걸쳐 kWh19.3원 인상됐고 올해 1월에도 13.1원 올랐다.

겨울 난방과 취사에 주로 쓰이는 도시가스 물가는 129.00으로 36.2% 올랐으며 지난해 4차례에 걸쳐 MJ5.47원 인상됐다.

이러한 공공요금 인상에 이어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유통업계가 전기 요금 절감을 위한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개방형 냉장고 밀폐형 냉장고로 교체

CU 편의점은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진열하는 개방형 냉장고를 밀폐형 냉장고로 시범 교체했다. 그 결과 하루평균 전력 소모량이 기존 집기를 사용하던 전년 대비 63% 줄어들었다. 이에 CU는 상반기 밀폐형 냉장고를 다른 지점에 추가 설치하고 추가적인 검증에 나섰다.

편의점 GS25 역시 밀폐형 냉장고를 도입했다. 여기에 일부를 제외한 전국 점포를 대상으로 스마트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 이 시스템은 사물인터넷을 기반으로 간판 및 조명 등 불필요한 전력을 줄여주는 기능을 한다.

세븐일레븐 역시 밀폐형 냉장고 도입을 고민하고 있으며, 에너지 절감 시스템의 확대를 검토하는 등 가맹점주들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대형마트도 예외가 아니다. 롯데마트는 물건이 진열되어 고르기 쉽게 되어있던 개방형 냉장고를 오는 7월 말까지 전국 70개 지점에 냉장고 문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전국 50개 지점 옥상에 이미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기도 했다. 이마트는 매월 셋째 주 일요일은 어스데이’(Earth Day)로 지정해 오후 830분부터 930분까지 1시간 동안 옥외 사인을 소등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영업시간 조정을 통해 에너지 비용 절감의 방안으로 활용하고 있다. 홈플러스도 점포 내 노후화된 형광등을 LED 조명으로 교체했다.

백화점 업계도 냉방기·LED 조명 교체, 태양광 설치, 에너지 효율화 시스템 가동 등을 통해 공공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자구책 마련을 위해 다 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직격탄 맞은 자영업자

정부의 전기·가스 요금 인상으로 유통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매장 운영이 필수적인 유통업계는 일찍 찾아온 더위가 반갑지 않다. 예년보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일찍 가동한 에어컨에 전기 요금 폭탄을 맞을까 걱정하고 있다.

식당이나 치킨집 등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올해 들어 밀가루를 포함한 각종 원자잿값이 크게 오른 데다가, 슈가플레이션까지 더해져 자영업자들을 두 번 울리고 있다. 5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5월 세계 설탕 가격 지수는 157.6으로 전월보다 5.5% 상승했다. 이는 지난 1(116.8)과 비교해 34.9%, 작년 같은 달에 비해 30.9% 오른 수치로, 올해 들어 넉 달 연속 상승세다. 이번 설탕 가격 지수는 지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코로나 여파가 채 가시기도 전에 식재료와 인건비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도 물가를 올리지 못하게 하는 반면, 정부는 이번 공공요금 인상을 단행했다. 그러자 자영업자들이 이와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각종 요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영업자 현황을 보면, 2017년 자영업자의 수는 20216567601명으로 전년 대비 19.1%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연평균 소득은 1952만 원으로 전년 대비 4.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자영업자의 한계상황이 도래했음을 암시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양경숙 의원은 우리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에 대해 금융 지원 조치를 연장, 채무조정 등 부채정리 정책과 전기 요금 감면 등 다방면으로 안전망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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