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 활용 급물살…초(超)개인화 서비스도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AI(인공지능)이 유통업계의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인 GPT’는 전 세계적으로 큰 빈향을 일으키며 빠르게 유통업계에 스며들고 있다. 진화하는 디지털 기술에 친숙한 MZ세대가 소비시장의 중추로 떠오르자 이들을 공략하는 주요 전략으로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GPT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열풍이 유통업계에도 강하게 불고 있다. 유통업계에서 AI의 활용 범위도 한층 넓고 다양해졌다. ‘()개인화서비스를 강화해 개인에게 고도화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하고, 상품 기획의 모든 과정을 AI가 설계한 제품까지 출시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불과 2년전 유행처럼 번졌던 메타버스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 챗GPT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심하고 있는 유통업계의 모습은 진심으로 느껴진다.

AI가 신제품 기획부터 개발까지

유통업계에서 AI의 활용도는 더욱 다양화되고 세분화되고 있다. GPT를 활용해 제품을 직접 기획하여 출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제품·광고 개발 단계에서 아이디어를 취합하는 과정을 챗GPT가 대신해 주는 만큼 작업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GPT가 업무 전 과정에 참여하며 인공지능이 낸 제안이 적극 반영되는 상황이 현실화되며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아직 챗GPT에만 의존해 성공하기는 힘들기 때문에 걸러내고 숙고하는 인간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도 단순히 AI를 접목시켰다는 차원을 넘어 차별점을 찾아내려는 움직임에 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편의점 브랜드 GS25는 지난 517일부터 세계 최초로 대화형 AI 챗봇이 만든 주류 아숙업레몬스파클하이볼’(아숙업하이볼)을 선보였다. 주류 제조사 부루구루와 협업한 아숙업하이볼은 맛, 알코올 도수, 레시피, 디자인, 상품명, 가격 등 상품 기획 전 과정이 챗봇 서비스 아숙업(AskUP)’을 통해 기획됐다. 아숙업은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3월 카카오톡 채널에 론칭한 뒤 친구 100만 명을 돌파한 챗(Chat)으로, 55일부터는 일본 등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에도 론칭됐다. 아숙업하이볼을 개발하기 위해 초기 한 달여 동안 맛있는 하이볼 레시피를 알려줘’, ‘가격대는 얼마로 해야 할까’, ‘캔 디자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등 아숙업과 수많은 문답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아숙업의 추천대로 레몬향과 위스키의 오크향이 잘 어우러지면서 묵직한 보디감과 청량한 끝 맛이 살아 있는 하이볼이 탄생했다. 캔 디자인 역시 아숙업이 추천한 대로 제품의 맛이 컬러로 표현되도록 민트색과 노란색을 교차로 적용했다. GS25 관계자는 “2030세대가 주로 소비하는 하이볼 분류에 AI가 만든 상품을 선보이면 주효할 것으로 판단해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지난 518일 대형마트 최초로 AI 선별 시스템을 적용한 ‘AI 선별 영주 소백산 GAP 사과를 출시했다. AI 선별 시스템은 기존에 사용하던 비파괴 당도 선별기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술로, 비파괴 당도 선별기에 딥러닝(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분석해 학습하는 기술) 기반의 첨단 AI를 활용한 농산물 품질 판단 시스템을 더했다. 이를 통해 사과의 당도와 품질을 이전보다 객관적이고 정밀하게 검증하고 있다. 또한 중량과 당도 외에도 수분 함량과 후숙도까지 측정 가능하다.

SPC삼립이 운영하는 피그인더가든은 샐러드 업계 최초로 챗GPT를 활용해 신제품 3종을 출시했다.

SPC삼립은 챗GPT에게 편의점을 자주 이용하는 MZ세대들이 좋아하는 샐러드 형태를 알려줘’, ‘최근 샐러드 트렌드가 반영된 레시피를 알려줘’, ‘MZ세대들에게 인기 있는 토핑을 알려줘등의 다양한 질문을 던져 제품 개발에 활용했다. GPT는 최근 건강식 트렌드를 바탕으로 단백질 토핑을 강조했고, 곡물, 닭가슴살, 메추리알, 새우 등의 재료를 추천했다.

이에 SPC삼립은 바베큐치킨, 쿠스쿠스 쉬림프, 오트 메추리알 등 신제품 3종이 출시했고, 전국 편의점에서 판매하기 시작했다.

()개인화 서비스와 함께 마케터 역할까지

현재 유통업계에서는 AI를 활용한 고객 서비스는 물론, 마케터의 감에 의존하던 광고 문구 제작에도 AI를 활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AI 챗봇 상담 서비스 젤뽀를 도입했다. 24시간 365일 운영되는 AI 기반 일대일 고객 상담 서비스로, 현대백화점은 물론 공식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의 상담 안내 서비스도 제공한다. 현대백화점은 카카오그룹 인공지능 자회사 카카오엔터프라이즈어드밴스드 머신러닝’(AML) 기술을 도입해 10개월에 걸쳐 젤뽀를 개발했다. 25000여 건의 고객 상담 테스트를 진행해 97% 정답률을 기록했다. 일반 AI 챗봇 서비스와 달리 라이프스타일 콘텐츠와 채팅 상담 기능도 탑재했다. 2월에는 AI 카피라이터 루이스를 정식 도입했다. 네이버의 대규모 AI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를 기반으로 했으며, 감성적인 문구 제작도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일례로 현대백화점은 루이스에 최근 3년간 사용한 광고 문구 중 반응이 좋았던 1만여 건을 학습시킨 뒤 입학식을 키워드로 향수광고 문구를 만들라고 요청했다. 이에 “‘향기로 기억되는, 너의 새로운 시작어떤가요?”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통상 행사 홍보 문구를 정하려면 2주가량 소요되는데, 루이스를 도입하면서 업무 시간이 평균 3~4시간으로 단축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광고 문구의 통일성이 깨지거나 카피라이터 개인 역량에 따라 차이가 생겨 AI 카피라이터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라며 제품 타깃의 연령이나 계절, 참여 브랜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광고 문구를 만든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백화점은 올해 하반기 더현대 서울에 MZ세대를 대상으로 개인별 맞춤형 건강기능식품을 제안하는 헬스케어 스토어(가칭 핏타민랩)도 선보일 계획이다. 핏타민랩의 핵심 전략에도 AI가 적용되어 AI 기반의 고도화된 설문과 약사의 건강 상담을 통해 필요 영양성분을 추천하고 복용 방법 등을 코칭해주는 것이다.

신세계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G마켓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전면에 AI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에스아이빌리지의 경우 지난해 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검색 패턴, 클릭, 구매, 관심 상품 등 개인의 행동 패턴을 자동 분석해 맞춤형 혜택과 기획전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였다. G마켓은 2월 모바일 앱 전면에 AI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탑재해 약 10%의 고객에게 시범 적용했고, 연내 전체 고객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개별 고객의 최근 행동 패턴을 바탕으로 모바일 홈이 구성되기 때문에 노출되는 화면이 고객마다 모두 다른 것이 특징이다. 데일리 특가딜 코너인 슈퍼딜AI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최근 구입한 상품, 검색 빈도, 특정 상품 페이지 체류 시간 등을 분석해 고도화된 맞춤형 상품을 제공한다.

롯데면세점은 3월 면세업계 최초로 AI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초개인화 마케팅 시스템인 MAS(Marketing Automation System: 마케팅 자동화 시스템)를 구축했다. 회원 등급이나 출국 일정 등 기본 정보를 반영한 메시지 발송 중심의 마케팅에서 탈피해 개인별 정밀 마케팅이 가능하다. 고객이 그동안 구매한 상품의 특성, 행사 반응률, 페이지별 체류 시간 등 세분화된 지표를 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최적의 시점에 제공한다. 7개월가량 해당 시스템을 시범 운영한 결과 고객 유입이 기존 시스템보다 6배 이상 증가했고 추가 구매 유도 성공률은 75%에 달했다.

GPT 활용한 온라인 콘텐츠 봇물

최근 생성형 AI GPT를 활용한 마케팅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온라인 콘텐츠 제작이다. GS리테일의 GS25GPT’를 테마로 한 GPT’ 예능 콘텐츠를 선보인다. ‘GPT-편쪽이는 챗GPT를 편의점 버전으로 재해석한 유튜브 쇼츠 콘텐츠다. 공식 유튜브 채널 이리오너라에서 처음 론칭됐으며 매주 시르즈로 공개할 예정이다. AI 캐릭터 편쪽이가 일상의 궁금함 또는 소소한 질문에 대해 알파 세대 특유의 말투로 재치 있게 답을 내려주는 방식이다. 영상 콘셉트에 따라 편족이는 GS25 상품, 서비스 등에 능통한 캐릭터로 설정됐다. 편의점 관련 질문에 대한 답변은 실제로 챗GPTGS25 관련 내용을 물었을 때 나오는 주요 정보를 각색해 활용한다. 편의점 인기 상품, 차별화 서비스 등의 챗GPT 결과와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재미 요소와 함께 마케팅 효과까지 극대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GS25GPT-편쪽이숏츠 콘텐츠를 통해 주요 신상품 론칭 정보를 우선 제공하는 등 편의점 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O4O) 마케팅의 킬러 콘텐츠로 집중 육성해 간다는 방침이다.

이정표 GS리테일 플랫폼마케팅부문 부문장은 업계를 리딩하는 마케팅 트랜스포머답게 가장 먼저 챗GPT를 테마로 한 차별화된 디지털 마케팅 콘텐츠를 선보이게 됐다유튜브 등 SNS 채널과 함께 우리동네GS 앱을 기반으로 하는 혁신적인 O4O리테일 마케팅을 업계 선도적으로 지속 선보여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스킨라빈스는 산리오캐릭터즈와 협업해 출시한 지난 4월 이달의 맛 홍보를 위해 국내 최초로 (Chat) GPT’를 활용한 광고 영상을 제작하고 마케팅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4월 이달의 맛 출시를 기념해 오픈AI의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를 활용한 혁신적 광고를 선보인다. 이 광고는 챗GPT에 산리오의 유명 캐릭터 쿠로미마이멜로디가 주인공인 동화를 의뢰한 후 제작된 스토리 라인을 배스킨라빈스가 각색해 완성했다.

배스킨라빈스의 아이디어에 디지털 기술을 더한 이번 광고는 인기 캐릭터IP와의 협업으로 탄생된 이달의 맛을 국내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흥미롭게 알리고자 기획됐다. 배스킨라빈스가 챗GPT와 함께 만든 광고 영상 원스 스푼 어 타임(Once Spoon a Time): 복숭아 원정대와 용의 눈물은 산리오 캐릭터 쿠로미와 마이멜로디가 이달의 맛을 찾아 배스킨라빈스 성으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다. 향후 배스킨라빈스는 SPC의 토탈 마케팅 솔루션 전문 계열사 섹타나인(Secta9ine)’과 함께 빅데이터 및 AI기술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브랜드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AI 활용한 업무 효율성 제고도 눈길

AI는 유통업계에서 업무 효율성 제고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GS25가 점포 운영 편리성을 높여 고객 쇼핑 즐거움을 향상시키기 위해 도입한 AI 챗봇 ‘GS25 챗봇조이는 챗 GPT 트렌드속 가입자 수가 한 달간 전월대비 130% 증가 했다.

GS25는 지난 2월 진행한 ‘GS25 상품 트렌드 전시회 2023’ (GS25 Product Show 2023 : GPS 2023)에서 홍보 영상으로 ‘GS25 챗봇조이안내를 진행했다. 편리하고 신박한 기능으로 경영주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폭발적인 가입 성과를 낸 것으로 회사 측은 분석했다.

GS25는 지난 20227월 점포용 챗봇(GS25 챗봇조이), 10월 고객용 챗봇(바로톡)을 런칭해 스마트한 점포 운영 및 고객 서비스 향상에 집중하고 있다.

‘GS25 챗봇조이2018년 업계 최초 선보인 가맹점 대상 업무 지원 챗봇 ‘GS25 챗봇지니기능을 보다 고도화한 카카오톡 채널 기반 AI.

36524시간 점포 경영주와 스토어매니저 업무 중 발생할 수 있는 궁금증에 답변해 주며 점포의 상품, 물류 조회, 업무 지식 검색, 해피콜 등록 등이 가능해 편리성을 높이고 있다.

물류 및 배송 서비스에도 AI가 활용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e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은 KT가 모빌리티 빅데이터와 AI 기반 최적화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리스포를 적용, 배송차량의 운행거리는 최대 22%, 운행시간은 최대 11% 줄이고, 탄소배출량도 22%로 절감되는 효과를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통업계에서는 챗GPT와 같은 AI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방안을 고심 중에 있다“AI기술을 활용하되 이 기술 자체가 마케팅 소구 포인트가 되지 않도록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