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 판매 등 과제별 대응책 마련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민생사법경찰단에서 올해 상반기 압수한 명품 의류, 액세서리 위조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민생사법경찰단에서 올해 상반기 압수한 명품 의류, 액세서리 위조 상품을 진열하고 있다.

최근 국내 온라인쇼핑몰이 오픈마켓플랫폼 형태로 변화하면서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과는 반대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쿠팡, 위메프 등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짝퉁 판매가 논란이 되면서 소비자는 물론 상표권 소유자 또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황운하(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조사한 주요 온라인 오픈마켓 플랫폼 중 네이버, 쿠팡, 위메프 등 2019년부터 20228월까지 유통된 위조 상품 일명 짝퉁제품의 수는 조사 결과 약 37만 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수로 한 해 약 5만 건 이상의 위조 상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오픈마켓 규제 약해

오픈마켓에서 짝퉁이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배경에는 느슨한 규제에 있다. 한국은 오픈마켓을 전자상거래법에 따라 통신판매중개업자로 분류해 법적 책임을 전혀 부여하지 않는다. 한국은 오픈마켓의 분쟁과 관련해 자율규제를 정책 기조로 삼고 있어 독점적 지위를 지닌 플랫폼의 횡포를 방조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은 다르다.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Amazon)을 통해 불법 거래가 기승을 부리자 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규제를 정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의회는 짝퉁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안을 지난 2월에 발의한 상태다. 이른바 샵 세이프(Shop Safe)’ 법안인데 아마존·이베이 같은 오픈마켓에서 판매자가 짝퉁을 유통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련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경우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에 따르면 오픈마켓은 판매자가 제품을 등록하기 전 짝퉁 여부를 검증하기 위한 기술을 사용해야 하고 짝퉁 거래에 연루된 판매업자는 3번 이상 적발되면 퇴출하도록 한다. 만약 짝퉁 판매자로 판명되면 관련 정보를 사법당국과 지식재산권 소유자에게 제공해야 하고 판매자는 정품이라는 사실을 오픈마켓에 증명하도록 해야 한다.

미국·유럽은 강력하게 오픈마켓 제재

샵 세이프 법안은 미국에서 논란 끝에 2020년 회기 종료로 폐기됐지만 2021년 다시 발의돼 논의를 거듭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미국보다 더 강력하게 오픈마켓을 제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유럽 최고 사법기구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아마존에서 짝퉁이 유통됐을 때 오픈마켓 또한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이는 2019년 프랑스 유명상표 크리스티앙 루부탱(Christian Louboutin’이 아마존을 상대로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법원에 상표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면서 비롯됐다.

크리스티앙 루부탱은 빨간색 밑창을 특징으로 하는 구두로 유명한 브랜드다. 이들은 짝퉁 판매업자들이 상품을 등록하는 과정에서 아마존이 짝퉁을 보고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라고 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유럽사법재판소는 크리스티앙 루부탱의 손을 들어줬다.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개별 판매자가 아니라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을 보고 구매한 것이기 때문에, 오픈마켓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특히 아마존이 해당 모조품 판매업체 중 일부의 상품을 보관하고 고객에게 배송하는 부분에서 책임 소지가 명확하다고 본 것이다.

오픈마켓은 방관 판매자만 처벌

한국의 경우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에 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 오케이 몰 등 국내 4개 온라인 명품 플랫폼에 대해 불공정 약관을 개정하도록 했다. 짝퉁을 판매한 업자에게 계약 해지, 페널티 및 고발 조치를 통해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상품에 관리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상품 정보의 진위와 하자 및 짝퉁 여부를 확인할 책임이 오픈마켓 사업자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이런 정책 기조에 따라 쿠팡은 소비자 보호 조치를 강화하는 추세로 전환했다. 쿠팡은 자사 오픈마켓인 마켓플레이스에서 발생한 결함·불법 상품 판매에 대해 오픈마켓이 직접 개입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관련 약관도 개정했다. 만약 판매자가 불법 상품을 팔아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쿠팡이 먼저 상품 회수부터 환불, 폐기까지 선 보상 조치를 하고 이후 판매자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기로 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오픈마켓 특성상 걸러지지 못한 짝퉁 등 상품이 무분별하게 등록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늘었고, 심지어 고객 환불 요청도 응대하지 않는 불량 판매자도 상당수라며 즉시 환급만을 요청하는 플랫폼의 소극적 개입을 넘어서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노력과는 별개로 제도 개선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오픈마켓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종 법률 개정안이 상정돼 있지만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고 폐기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김경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규모유통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플랫폼을 상품 판매 매개자로 새로 정의하고 이들에 대한 간접책임 규정 도입 등을 담았지만 이 법안은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에 짝퉁 유통 피해가 눈덩이처럼 확산하자 패션 스타트업은 집단행동에 나섰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중소 브랜드를 운영하는 스타트업 50여 곳은 이날 서울 성수동에서 발기인 대회를 열고 한국브랜드패션협회를 창립했다. 네이버를 포함한 오픈마켓들이 짝퉁 유통을 방조하는 데 공동 대응하기 위해서다. 판매 대부분을 온라인에 의존하는 중소 스타트업이 슈퍼 갑()’인 인터넷 기업에 공식적으로 맞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번째 과제로 짝퉁 유통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한 페이크 네버(FAKE NEVER)’ 캠페인을 전개할 계획이다.

한국브랜드패션협회 관계자는 오픈마켓에 짝퉁 유통에 대한 법적 책임을 부여하도록 전자상거래법 개정 운동을 벌일 방침이다라고 말하며,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있지만 전자상거래법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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