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 인력난 백화점·마트로 불똥

단계적 일상회복 하루를 앞둔 31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식당 유리창에 직원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단계적 일상회복 하루를 앞둔 31일 오후 서울 노원구 한 식당 유리창에 직원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경기도의 한 백화점 식당가에 입주해 있는 한 중식당은 석 달째 홀에서 일할 직원을 구하고 있다. 원래 책정되어 있는 금액보다 50만원을 더 높여 인력을 구하고 있지만 두 달째 면접을 보러 오는 인원조차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 도봉구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 지하 1층의 푸드코트에 입점한 한 패스트푸드 코너. 정원이 4인이어야 원활한 운영이 가능하지만 인력이 구해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력수급이 안되자 친척 조카에게 부탁해 3개월 동안 일을 하고 있지만 3개월이 지나면 또 다시 겪을 인력난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고민이 크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양모 씨는 지난주 한 마트 푸드 코트에서 음식을 주문하는데 30분이 걸려도 나오지 않았다. 음식 주문이 안 들어갔다 혹시나 가보니 주방 직원이 한 명 모자라 조리 시간이 더 소요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외식업계가 인력난의 늪에 빠졌다. 외식업계의 인력난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최저임금이 높아지고 인력시장의 임금수준이 전체적으로 높아지다 보니, 힘들다는 인식이 높은 외식업계로의 인력 충원이 이루어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외식업계의 인력난은 백화점·마트로도 불똥이 튀고 있어 비상이 걸렸다. 입점 업체들이 인건비 상승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을 지급해도 일할 사람이 없어서다.

대형마트에 입점해 있은 한 프렌차이즈 한식당 점주는 최저임급 환산금액보다 많게는 20%이상 급여를 책정해도 직원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인원이 부족하다보니 기존의 직원들도 업무가 많아져 월급을 올려줘야 할 상황이라고 푸념했다.

이런 외식업 인력난은 소비자들은 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활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해 불편을 겪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 식당가의 경우 높은 입점비용으로 음식이 높은 가격으로 형성되어 있음에도 소비자들은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하거나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최저임금 환산 100만원 높아도 외면

최근 구인구직 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모집 중인 전국 백화점·쇼핑몰·마트 등 홀 서빙과 주방보조 채용 공고 15000여개 중 시급이 12000원을 넘는 곳이 3200여개(21.8%)에 달한다.

또한 월급으로 300만원 이상을 제시하는 식당은 약 2000여 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최저임금(9620)을 월급으로 환산한 금액(201580)보다 약 100만원 가량 높은 수준으로 구인난에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식업계 구인난은 고질적 문제지만 현업 종사자들의 체감 정도는 더욱 심해졌다는 한결같은 목소리다. 인건비 상승의 부담을 떠안으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제시해도 외식업 자체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안정적인 경영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백화점 입점한 유명 프랜차이즈 지점 역시 인력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다. 한 프렌차이즈 식당의 경우 홀 서비스 직원에게 연봉 3200만원(하루 9시간 주 45시간 근무) 조건으로 수시 채용을 진행 중이지만 지원자가 없을 정도다.

외식업 구인난이 심화하면서 백화점과 마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도 불편을 겪고 있다. 식품 코너의 경우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시간대에 일할 사람이 적을 경우 회전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서비스 질은 낮아지고 고객 불만은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셈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음식 서비스직(외식업)에서 부족한 인력은 62000여명에 이른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의 인력 부족률은 5.3%로 전 산업 평균인 3.4%를 웃돌았다. 다른 업종 대비 외식업 구인난이 더 심각한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로봇 등 대안책 마련 시급

업계에서는 외식업계 인력난 해소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 인력 고용 제한을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방문취업 비자(H-2)의 취업 허용업종을 외식업 전체로 확대하고 재외동포 비자(F-4)를 취득한 사람의 음식점 주방 보조원 취업을 5월부터 전국으로 확대한다.

외식업중앙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중국인 등 인력들이 유입이 잘되지 않아 고용 문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주방 보조원 직종 등의 경우 비전문취업(E-9) 비자로 입국한 외국인까지 취업을 허용해서라도 외국인 고용률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키오스트나 서빙로봇을 활용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지만 실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서빙로봇은 테이블 간 간격이 로봇이 다닐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공간이 나와야 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곳에서는 힘들고, 테이블 수를 줄여야 하는데 이는 경영상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반 직원은 손님이 없는 시간에는 서빙 외에 다른 업무를 할 수가 있지만, 서빙로봇은 딱 서빙만 가능해 효율이 떨어진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키오스크나 주문용 태블릿PC 등은 소규모 식당에서는 도입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주문용 태블릿PC는 대당 월 임대료를 내야 하는데, 웬만한 매출을 올리지 않고서야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외식업에 대한 인식이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강도로 굳어져 있어 이를 기피하는 경향이 높다키오스트나 서빙로봇 등 이용의 한계나 비용적 부담이 있기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가 좁다고 토로했다. 또한 이런 인력난은 서비스질의 하락과 함께 소비자 이탈을 통해 결국 폐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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