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경기 여전히 침체…2분기 전망도 ‘불투명’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업을 강제한 유통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됐다. 업계에서는 오래전 도입된 정책이라서 맞지 않는 부분이 있고, 유통시장 구조 변화에 따른 규제 실효성도 고민해봐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위축되는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규제 일변도의 정책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과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419,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유통학회와 공동주관으로 유통규제 정책평가와 유통산업 상생발전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정책세미나는 유통규제가 시행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규제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중소유통이 함께 지속성장할 수 있는 상생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날 세미나에는 학계전문가를 비롯해 소상공인을 대변하는 전통시장, 골목상권 관계자와 소비자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김주영 서강대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유통규제 시행 후 주요 학회지에 등재된 논문 32편을 종합 분석한 결과, 규제도입 초기에는 일부 긍정적 영향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온라인시장과 식자재마트의 빠른 성장으로 규제의 실효성은 낮아지고 갈등만 키웠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문 조사기관인 닐슨이 전국 소비자 패널 3천 가구를 대상으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일상소비재의 구매채널 변화를 실증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는 물론 전통시장과 골목슈퍼 고객의 상당수가 온라인으로 옮겨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언급했다.

온라인 시대 걸맞은 정책 논의 필요

세미나에선 규제효과와 대중소 유통의 지속가능한 상생방안에 대한 해법을 두고 열띤 토론도 이어졌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은 변화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 규제는 소비자와 대형유통, 중소상인 모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승자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효과 없는 규제로 소비자 불편을 가중시키기보다 소비자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중소유통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추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은 상인들도 공감했다.

한승주 전남상인연합회장은 대형마트 규제로 인해 중소상인보다는 온라인이나 식자재마트가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는 상황이다규제 개혁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코로나가 사실상 끝난 지금도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소상인의 사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호 충분한 대화와 이해를 통해 문제 해결방안을 마련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번 세미나에선 지역 유통경제의 악의축으로 몰았던 대형마트가 오히려 로컬푸드 우선 소비와 고용창출 효과 등으로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용 한국농식품법인연합회장은 의무휴업 규제로 인해 매년 8천억원 이상의 농산물 매출 감소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사회 약자를 보호하고자 추진했던 정책이 오히려 농업인과 소비자의 피해를 초래시키고 있는 만큼 영업규제에 대한 전면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이와 관련 이동주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유통산업발전법은 그 명칭과는 달리 발전대신 규제정책으로 변질됐다온라인·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유통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소유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다 체계적인 방안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대 뒤처진 유통규제 승자 없어

대한상의는 이에 앞선 지난 410일에는 유통물류 관련 4개 학회를 대상으로 설문한 유통규제 10, 전문가의견 조사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문가 10명 중 7(70.4%)은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대형마트는 물론 보호대상인 전통시장까지도 패자로 내몰았다고 답했다. 실제로 전체 유통시장에서 전통시장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201314.3%에서 20209.5%까지 하락했고, 대형마트 점유율 또한 201521.7%에서 202012.8%로 줄었다.

이를 반영하듯 대다수 전문가들(83.3%)대형마트 규제의 폐지 또는 완화가 바람직하다고 의견을 모았으며, ‘현행 수준 유지응답은 16.7%에 그쳤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로 인한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를 묻는 질문에 76.9%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수혜 업태 인식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는 절반이 넘는 58.3%의 응답자가 온라인쇼핑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식자재마트, 중규모 슈퍼마켓(30.6%), 편의점(4.6%) 등이 뒤를 이었다.

또한 대형마트를 전통시장의 경쟁상대로 지목한 비율은 14.8%에 그쳐 슈퍼마켓·식자재마트(28.7%), 온라인(27.8%), 인근전통시장(25.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74.1%의 전문가들은 지역실정이나 상권특성에 맞게 지자체별 의무휴업일 탄력적 운영에 찬성했다. 아울러 응답자의 10명중 7(71.3%)의무휴업일에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유통구조와 소비 트렌드 변화를 반영해 이제는 규제보다 자발적·협력적 상생으로 정책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대형마트와 중소유통간 대화와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상생방안이 도출되고 유통규제 개선책이 입법화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적극 나설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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