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개선 효과↑…물가·외교정책은 우려의 시선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새 정부가 출범 1년이 지났다. 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유통업계는 많은 기대감속에서 새 정부를 맞이했다. 특히 규제개선에 대한 높은 기대감으로 유통기업들은 환영의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1년간 1천여건에 달하는 규제개선으로 인한 경제적 효과는 약 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새 정부의 물가정책과 외교정책은 유통업계를 비롯한 경제시장에 우려심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1년간 새 정부의 정책은 규제개선에 많은 부분 포커스가 맞춰져 왔다. 지난 11일 국무조정실은 전날 윤석열 정부 출범 1년간 규제개혁 성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윤 대통령 취임 후 규제혁신전략회의를 만들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규제심판제도를 신설하는 등 규제 개혁을 국정과제로 추진해왔다.

그 결과 지난 1년간 법령 개정 등 1027건의 규제개선 조치를 완료했으며, 그 중 경제효과 산출이 가능한 154건은 투자창출 44조원 등 총 70조원의 경제효과를 창출했다. 이 중 유통업계와 관련된 규제는 자율주행 배달로봇 허용’, ‘산간 지역 드론 배송 인프라 구축’, ‘대형마트 영업규제 개선등이 대표적이다.

자율주행 로봇으로 배송·순찰·방역·안내까지

그동안에는 자율주행 로봇이 현행 법령상 자동차에 해당해 보도나 횡단보도 이동, 공원 출입 등이 제한되어 왔다. 이와 관련한 도로교통법 개정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여타 국가들 보다 다소 늦은 2025년으로 계획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기존 규제가 산업 발전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실제 그동안 배달플랫폼 등 여러 유통관련 기업들이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해 왔지만 실증 단계에만 머물며 상용화하는데 어려움을 겪은 것이 사실이다. 규제샌드박스 실증과정에서 로봇이 자율주행함에도 불구하고 운전자로서 현장요원이 동행해야 하는 등 부가조건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러다 지난달 27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보행자 통로 통행 제한 및 개인영상정보 수집 제한이 규제샌드박스 및 법률개정을 통해 허용된 것이다. 이에 배송은 물론 순찰, 방역, 안내 등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자율주행 로봇 활용이 가능하게 됐다.

해당 법안을 발의한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2030년 자율주행로봇 세계시장 규모는 약 30조원으로, 전체 배송 중 배달 로봇이 차지하는 비중이 20%에 이를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법안 개정으로 안전성 기준을 충족하는 자율주행로봇의 보도 통행 기반을 마련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열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산간지역 드론 배송 가능해져

산간지역 등을 대상으로 드론을 활용한 배송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 역시 새 정부 들어 속도가 붙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물류 4.0+ 시대에 맞는 규제혁신을 내놓았다. 이를 통해 드론 등 무인 물류 모빌리티 제도기반 마련 등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소비문화 확산에 대응키로 했다. 실제로 가평지역 아침고요수목권 인근은 산간지역 특성상 마트방문·음식배달 등을 위해 장거리 자동차 운행이 필요했으나, 드론배송을 도입해 편의점 물품구매와 간단한 음식배달 등이 가능해져 화제가 됐다.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가평 펜션을 대상으로 드론 배송을 운영하고 있으며, 교촌치킨도 서산시와 함께 섬 지역 드론 시범 배송에 나선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새정부에서 유통관련 규제완화 정책이 실질적으로 효용성을 발휘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물류 4.0+ 시대를 맞아 유통선진화를 이루는데에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형마트 의무휴무 평일전환 찬반 엇갈려

대형마트 의무휴무와 관련된 규제 개선책은 첨예한 찬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의 평일 전환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형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달 둘째, 넷째 주 일요일에 대형마트 문을 닫아 왔다. 해당 법은 2012년 시작됐으나 10년 넘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의무휴무일을 없애는 대신 주말이 아닌 휴일로 바뀌며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이번 규제 개선을 통해 휴무일을 평일로 변경함에 따라 이와 관련해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정부는 대형마트 이해관계자 상생협약을 통해 휴무일·영업제한 시간의 온라인 배송 허용을 국회와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한편,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역경제의 회복을 위해 자율적인 규제개선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구시가 지난 2월 지자체 중에서 가장 먼저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했다.

이후 지난 10일부터 청주시가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의무휴업 요일을 변경했다. 향후 지자체별 논의를 통해 전국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가 순차적으로 주말 영업을확대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무조정실 측은 관계부처에서도 이해 관계자 합의가 원만히 이뤄져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맞벌이 부부 등 소비자 쇼핑 편의성 증진과 인근지역 상권의 활성화에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규제 완화에 대한 반발도 극심해 의무휴업 평일전환이 새 정부 임기 내 전부 완료될지는 미지수다.

대형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일요일에 쉬고싶은 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을 보장하라며 정부에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결의대회, 캠페인, 조합원 실천 활동 등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1일 진행된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노동개악의 일환으로 유통업 의무휴업을 무력화시키며 유통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인정받는 그날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규제 해소에도 가파른 물가인상은 난제

새 정부의 규제 개선 및 완화정책에는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지만 가파른 물가인상이라는 난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등 규제 해소에 나섰으나 가파른 물가 상승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1년간 6%까지 치고 올라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에 육박하고 환율이 1300선까지 치솟는 등 위기 상황이 나타났다.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 주류, 식품 등 서민 먹거리 가격 인상에 대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민간 자율에 시장을 맡기겠다는 기조를 지키려 했으나 가파른 물가 상승에 직접 개입을 선택한 것이다. 자칫 물가 안정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경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식품업계와 수차례 간담회를 열고 직·간접적으로 압박했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식품업계가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자 이를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이에 식품업계는 올해 들어 제품 가격 릴레이를 잠시 멈춘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가격 인상 시기만을 늦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어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섰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친미-반중·러 정책, 불안한 유통가

미국과 중국·러시아 등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유통업계에서는 친미노선을 강화하고 있는 새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의 국제 공급망 재편은 한국경제에 새로운 선택을 강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기술 굴기와 보호무역주의, 자원 무기화는 우리 경제와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자동차, 유통 등 모든 산업에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는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들로 인한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국내 유통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중국시장 비중이 높은 뷰티·패션업계에서는 최근 한중 관계가 개선됐다는 판단에 본격적인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바짝 속도를 내왔다. 뷰티업계는 다른 업종에 비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뷰티업계는 2분기부터 중국 내 소비심리가 본격적으로 회복돼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한미일 동맹 강화 등 정치적인 요인으로 실적 개선은 커녕 중국 현지시장 분위기가 악화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시장에 신규 진출한 패션업체들도 걱정이 커졌다. 이랜드 SPA 브랜드 스파오는 올해 중국시장 진출을 선언했지만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이랜드는 사드사태 영향을 받기 전인 2016년 중국 매출 목표로 ‘10조원을 내걸었지만 사드사태 이후 매출 하락세가 이어져 지난해에는 매출이 1조원 아래까지 떨어졌다.

국내 면세점 업계 역시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올해 중국 보따리상(따이공)에게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를 줄이면서 수익이 개선됐으나 매출이 크게 줄었다. 객단가가 높고 국내 제품 선호도가 높은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이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지만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한국에 대한 자국민 단체 관광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관광을 마치고 출국하는 외국인 관광객 400명을 대상으로 선호하는 ‘K 상품군을 조사한 결과, 중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지출 규모가 1546달러로 가장 많았다.

중국 경제 보복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김완기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달 수출입 동향 브리핑에서 경제 보복은 아직 아니라는 생각이라며 관계 부처와 한국무역협회 등 유관 기관과 긴밀한 소통 체계를 구축하고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불안 요소

유통업계는 친미정책으로 인한 러시아의 관계 변화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 되면서 현지 진출 기업 위축,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이 불가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긴장감이 한층 더 커진 상태다. 각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피해 최소화 방안을 논의하면서 정부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재 국내 대기업이 러시아에 설립한 해외법인은 53곳이다. 국내 72개 그룹 중 16개 그룹이 53곳의 러시아 해외법인을 설립했고, 그중 현대차그룹이 18곳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삼성과 롯데 그룹은 각 9, SK·CJ·두산·KT&G는 각 2, LG·포스코·한국타이어 등은 각 1개 법인을 설립했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1위 현대차는 작년 3월 이후 연 23만 대 규모 시설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2022년부터 러시아로의 자동차 수출도 급감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자동차 러시아 수출은 202054124202191212202214266대로 집계됐다.

러시아의 경우 우리나라의 무역에 상당부분 영향력이 있는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주요 수출 지역이고, 유통업계는 초코파이, 라면 등이 주 수출품이다. 뿐만 아니라 가전 제품이나 철강 제품 역시 상당한 수요가 있다.

이와 관련해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외교정책으로 인한 문제는 기업 입장에서 대처할 방법이 한정적이라며 사실상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군사 무기를 직접적으로 지원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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