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삼의 법률산책

 

Q. 최근 어머님과 3남매를 두고 소천하신 아버님은 생전에 사업 실패로 금융부채가 꽤 있어서 저희 3남매는 모두 상속을 포기하였고 어머님은 한정승인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은행에서 저희 3남매의 자녀들이 상속 포기를 하지 않았으므로 아버님의 채무를 승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러한 경우 손자들이 할머니와 공동상속인이 되는 건가요?

A. 민법상 상속의 순위는 망인의 ‘직계비속 – 직계존속 – 형제자매 –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입니다. 동 순위의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는 최근친을 선순위로 하고, 동친 등의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는 공동상속인이 됩니다(민법 제1000조). 예를 들어 망인이 3남매를 두었고 3남매에게도 자녀가 있을 때에는 3남매와 손자들은 모두 망인의 직계비속이지만, 최근친인 3남매만이 공동상속인이 됩니다. 망인의 배우자는 직계비속 또는 직계존속과 동 순위로 공동상속인이 되고, 직계비속과 직계존속이 없을 때에는 단독상속인이 됩니다(민법 제1003조). 위 사례에서 직계비속인 3남매와 어머님이 공동상속인입니다.

그런데 상속을 포기하면 그 효과는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합니다(민법 제1042조). 따라서 위 사례에서 3남매가 상속을 포기하였으므로 상속 개시 때부터 3남매는 없는 것으로 취급되어 망인의 직계비속으로 손자들이 있을 뿐입니다. 결국 할머니와 손자들이 공동상속인이 된다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한편, 상속인이 수인인 경우에 특정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때에는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의 상속분의 비율로 그 상속인에게 귀속됩니다(민법 제1043조). 따라서 직계비속인 3남매와 어머님이 공동상속인이었는데 그중 3남매가 상속을 포기하면 그 상속분은 다른 상속인인 어머님에게 귀속되므로 어머님이 단독상속을 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위와 같이 민법 규정의 해석 여하에 따라 3남매가 상속을 포기하였을 때 손자들이 할머니와 공동상속인으로 될 수 있고, 어머님이 단독상속인으로 될 수도 있습니다. 종래 판례는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였을 때 망인에게 손자녀가 있으면 배우자가 그 손자녀와 공동으로 상속인이 된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13다48852 판결).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망인의 배우자와 자녀들 중 자녀 전부가 상속을 포기하면 손자녀가 있더라도 배우자만 단독상속인이 된다고 종래 판례를 변경하였습니다(대법원 2020그42). 위 사례에서 은행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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