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한양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 정동쪽과 정남쪽을 일컬어 정동진, 정남진이라 했다. 각각의 장소마다 나루터가 있었다. 정동진은 익히 잘 알려진 해돋이 명소이지만, 정남진은 낯설다. 하지만 호남지역에서는 해돋이 포인트로 소문난 곳이다. 새해를 맞아 정남진의 고장, 전남 장흥으로 향한다.

작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맞이하는 해맞이

광화문 정남쪽에 위치한 정남진은 전라남도 장흥에 있다. 그곳 정남진 전망대에 오르면 남도의 섬이 보석처럼 빛난다. 득량만을 중심으로 고흥 소록도까지 수많은 섬이 아른거린다. 45.9m 높이의 전망대 하층은 파도를, 중층은 황포돛대를, 상층은 태양을 형상화했다. 전망대에는 층별로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10층과 9층에 전망대와 카페가 있고, 나머지 각층에는 북카페, 문학영화관, 추억영화관, 축제관, 푸드 홍보관 등 테마관으로 꾸며놓았다.

정남진 전망대에서 약 10km가량 떨어진 남포마을의 소등섬은 남도 최고의 해맞이 명소이다. 소등섬은 먼바다에 뱃일 나간 남편을 기다리던 아내가 무사 귀환을 소망하며 작은 등을 밝히고 기도했다 해서 소등이라 부른다. 소등섬은 기도하는 할머니 동상과 소나무 십여 그루가 전부인 작은 무인도이다. 물이 빠지면 걸어서 갈 수 있지만, 물이 들어차면 영락없이 섬이 된다.

소등섬이 내려다 보이는 남포마을의 해맞이 전망대에는 촛불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조형물이 소등섬을 향해 서 있다. 근처에 대한민국 정남진표지석이 세워져 있어 이곳이 한반도의 정남진임을 알려준다. 1월 한 달 내내 이곳은 새해를 보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남포마을 산책은 1시간이면 충분하다. 마을 골목을 어슬렁거리다 보면 여행객을 반갑게 맞아주는 누렁이도 만날 수 있다.

한유한 어촌 갯가에 서정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소등섬 뒤로 떠오르는 태양은 고흥 거금도와 소록도, 완도 금당도를 배경 삼아 떠오른다. 새로운 희망을 전해 줄 것 같은 황금빛 태양이 떠오르면 사람들의 얼굴도 금빛으로 변한다. 지난해 묵은 감정을 씻어내고 새로운 희망으로 옷을 갈아입은 듯 새롭게 보인다. 그래서일까. 매일 보는 일출이지만 이맘때 보는 해돋이는 특별하게 여겨진다. 남녘땅 이곳까지 먼 길을 달려왔다면 더더욱 그렇다.

해맞이가 아름다운 남포마을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촬영지였다. 영화는 가족 구성원들이 어머니의 장례식을 계기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원작은 소설가 이청준 작가가 쓴 동명 소설이다. 안성기와 오정해가 주연을 맡아 1996년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남포마을은 자연산 굴, 석화로 유명하다. 마을 주민들이 갯바위에서 석화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남포마을에 있는 식당에서는 석화구이가 인기 메뉴다. 제철 맛을 보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은 식당에서 임시로 설치해놓은 비닐하우스에서 굴 맛을 즐기느라 정신이 없다. 마을 주민들은 굴을 이라 부른다. 진짜 꿀처럼 달고 맛있을 뿐 아니라 맛과 영양까지 탁월해서다.

장흥에서 이맘때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제철 맞은 매생이다. “매생이는 미운 사위한테 준다라는 속담이 있을 만큼 뜨겁지만, 김이 나지 않으니,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찾아가는 길 : 전남 장흥군 관산읍 정남진해안로 242-58 정남진전망대

전남 장흥군 용산면 상발리 산225 소등섬

문의 : 정남진 전망대 061-867-0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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