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관념이라는 심리학 용어가 있다. 이는 본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의식이나 표상(表象)에 거듭 떠올라 그 사람의 정신생활을 지배하고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관념을 말하는데, 고착관념이라고도 한다. 고정관념은 주로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을 통해 형성되는데, 잘 변하지 않으며 어떤 현상의 판단과 의사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고정관념은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사고와 같이 조직차원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고정관념의 위협

학자들은 고정관념이 의사결정의 오류를 범하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즉 고정관념의 함정에 빠지는 것이다. 고정관념은 창의성을 저해하여 개인이나 조직의 발전을 저해한다는 것을 보편적으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일까? 그것은 고정관념이 생존과 관련되기 때문이다.

인간 뇌의 질량은 몸 전체의 2%밖에 안 되지만 가장 편안한 자세에서도 에너지의 20%를 소비한다고 한다. 심장은 10%, 허파 2개는 10%, 신장 2개는 7%의 에너지를 소비하므로 이런 주요 장기들보다 무려 2배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한다. 따라서 만일 머리를 쓰게 되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게 된다. 그래서 우리 몸은 뇌가 에너지를 최소한으로 소비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설계의 하나가 고정관념(stereotype)이다. 즉 어떤 사물이나 일에 대해 한 번 판단하고 나면 그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다시 생각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 전의 판단에 따르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인 클로드 스틸(Claude M. Steele) 박사는 고정관념 위협이라는 사회심리학의 한 개념을 발표하였다. 스틸 박사는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의 성과를 크게 떨어뜨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를 고정관념 위협(stereotype threat)’이라고 명명하였다.

자기가치 확인이론

수많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둘러싸여 있는 우리는 어떻게 고정관념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스틸 박사는 자기가치 확인이론(Self-affirmation Theory)에서 어떤 이유로 자기 이미지에 중대한 위협이 닥쳤을 때 그 위협과 무관한 자기의 중요한 측면을 확인함으로써 총체적으로 긍정적 자아개념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였다. 자기가치를 확인하여 자아개념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게 되면 자기 이미지를 손상할 수 있는 중대한 위협이 닥쳤을 때 그러한 위협을 완화할 수 있고, 자기 위협을 컨트롤 할 수 있는 심적 자원을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미국에서는 흑인이나 히스패닉계 아이들이 평균적으로 학업수준이 떨어진다. 이들의 학업수준을 어떻게 하면 높일 수 있을까? 미국에서는 이들의 학업수준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지는데, 눈에 띄는 한 연구결과가 있다. 학기 초 심리학자들이 아이들에게 친구나 가족, 음악, 종교 등 이들이 관심을 갖고 있을 만한 것들을 목록으로 만들어 보여줬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미션을 제시했다.

목록에 있는 것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2~3개를 고르고, 그것이 왜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지를 적어보세요.”

심리학자들은 한 학기 동안 3~5번에 걸쳐 이런 시간을 가졌다. 많은 사람들이 이게 학력수준을 높이는 것과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라고 생각하고, 별로 쓸모없는 짓이라고 치부해버렸다. 공부를 좀 더 열심히 하라고 독려하는 것도 아니고, 과외를 해주는 것도 아니며, 매일 같이 공부한 시간을 확인해 벌을 주거나 상을 주는 것도 아닌데, 무슨 이유로 아이들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는 매우 타당하고 합리적인 추론이다.

그런데 그 결과는 놀라운 것이었다. 학업 성취도가 높아진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설명한다.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을 적어보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긍정적인 자아관을 형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가치 있는 사람으로 여기는 긍정적인 자아관이 동기부여의 요인이 된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 중요

지금까지는 단지 종합적인 시험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자아관에 매몰되어 있었는데, 자신이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특정 영역에서는 자신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자긍심이 생긴 것이다. 자신이 무엇이든지 잘하고 완벽한 인간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영역에서는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한다면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논리는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계속되는 부진과 실패에 지친 부하들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처한 리더라면, 그들이 긍정적 마인드를 갖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하들이 가치 있게 여기는 것에 집중하고, 그 안에서 개개인의 강점을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은 부하들을 공치사하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 영혼이 실리지 않은 칭찬은 차라리 안 하는 것만 못하다. 부하들이 긍정적 마인드를 갖도록 해주라는 것은 부하들 스스로 중요시하는 가치를 발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독려해주고 인정해주라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 싶어 하는 존재이기에 그렇다. 부하들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것, 이것이 리더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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