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대학교 교육대학장이자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인 클로드 스틸(Claude M. Steele) 박사는 1995년 고정관념 위협이라는 사회심리학의 한 개념을 발표하였다. ‘고정관념 위협(stereotype threat)’이란 자신이 속한 그룹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확증할 가능성이 있는 상황에서 불안이나 걱정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그리하여 수행능력이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크게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예를 들면 여자는 수학을 못한다는 고정관념을 떠올리기만 해도 여자의 수학성적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저명한 사회심리학자이자 캘리포니아대학교 심리학 교수인 엘리엇 애런슨(Elliot Aronson) 박사는 그의 저서 <사회심리학>에서 모든 사회적 행동 중에서 편견이 가장 위험하고 보편적인 현상이라고 말하고, 이러한 편견은 고장관념(stereotype)에 바탕을 두고 있는데, 고정관념이란 개인차를 고려하지 않는 채 동일한 특성이 그 집단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적용될 것이라고 일반화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고정관념과 편견은 대부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의 산물이다. 심리학 용어인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란 충분하지 않은 증거로 귀납적 추론함으로써 빚어지는 논리적 오류를 말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몇 개의 사례나 경험을 바탕으로 전체의 성격이나 속성을 단정 짓고 판단하는 데서 발생하는 논리적 오류를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불확실하거나 표본 전체를 대표할 수 없는 일부 자료를 바탕으로 모집단 전체의 속성을 규정해버리는 귀납적 오류인 것이다.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고정관념과 편견도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연관된다. 사람들은 그것이 맞지 않다는 걸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는 것을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문제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사회에는 은연중에 인은 머리가 비었다, 운동선수는 무식하다, 예술가는 모두 괴짜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수학을 못한다, 흑인은 백인보다 지능이 낮다는 등의 고정관념과 편견이 저변에 깔려 있다.

부정적인 사회적 고정관념

우리는 사실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편견과 고정관념에 매몰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종, 지역, 성별, 학력, 용모, 직업 등에 대해 과학적 근거도 없고 확인할 방법도 없는 고정관념이 형성되어 우리를 위협한다. 사회심리학자인 클로드 스틸 박사는 <고정관념은 세상을 어떻게 위협하는가?>라는 저서에서, 특정 그룹에 정의되어지는 부정적인 사회적 고정관념이 그들 개인의 정신과 신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다양한 심리학적 실험을 통해 보여주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어떤 사회에서나 여성은 남성보다 수학을 잘못한다는 고정과념이 있다. 그런데 심리학자들의 실험 결과, 수학시험을 보기 전에 답안지에 성별을 기입하게 하여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상기시키면 성적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 시험을 치르기 전에 자신의 인종을 기입하라는 요구를 받을 때에도 흑인의 성적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부정적인 고정관념

이와 같이 부정적인 고정관념은 단순히 그것을 머릿속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평소보다 낮은 시험점수를 받는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하지만 시험을 치르는 당사자는 고정관념이 자신의 성과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이와 같은 현상을 고정관념 위협이라 한다.

고정관념 위협은 미국의 저명한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 박사가 정립한 자기충족적 예언과 같은 맥락이다. 자기충족적 예언이란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면 정말 그렇게 된다는 원리로,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사람 또는 집단의 믿음 또는 기대가, 그것이 옳은 것이든 틀린 것이든, 어떤 상황이나 개인 또는 집단의 행동의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라 정의된다.

우리는 긍정적인 생각, 긍정적인 말의 중요성을 늘 강조한다. 그런데 긍정적인 생각이나 말을 한다고 일이 잘 풀릴까? ‘생각과 말만한다고 문제가 잘 풀린다면 누가 그걸 못하겠나?’라는 의문을 갖는다. 이것은 생각과 말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때 가능하게 된다. 그러면 과연 생각과 말이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까? 그런데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생각과 언어의 힘은 부지불식간에 우리의 행동을 지배한다.”

리더라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야

심리학자들은 말한다. “인간의 뇌는 현실과 언어를 구분할 능력이 없다. 뇌는 현실과 언어를 혼동한다. 뇌는 단순한 단어 몇 개의 조합에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큰 영향을 받고, 이것은 그와 관련된 행동의 변화로 나타난다. 또한 우리의 뇌는 현실과 생각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한다. 즉 단순히 어떤 대상을 생각만 해도 자신이 마치 그 대상인 것처럼 행동한다.”

리더가 만일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사로잡혀 팔로워들에게 부정적인 말을 한다면 그것은 부지불식간에 영향을 미쳐 팔로워들의 성과를 떨어뜨리게 만든다. 팀이 어렵거나 일이 잘 안 풀릴 때, 리더가 왜 긍정적인 말로 격려하고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지를 우리는 고정관념 위협이라는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은 긍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면 자신도 모르게 성과가 향상되고, 부정적인 생각과 말을 하면 성과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은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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