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휴 통한 최적의 미래형 영업점 선보여

은행들이 국내 유통업체들과 잇달아 손을 잡고 있다. 생활밀착형 업종인 유통들과 협업해 편의점형, 슈퍼형 은행이 탄생하고 있다. 계란, 라면, 휴지 등 생필품 장도 보고 금융업무도 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은행들이 유통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한 최적의 미래형 영업점 모델을 선보이면서 금융권의 비금융 진출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과 유통업의 빅블러(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현상의 본격화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경기 양주 이마트에브리데이 매장 내 디지털EXPRESS점을 오픈했다. 디지털EXPRESS 광사동점이다. 이번 점포가 설치될 이마트에브리데이 광사동점은 하루 방문객이 700명이 넘는 대형 수퍼마켓으로 양주신도시 주거지역에 위치해 다양한 고객군이 방문하는 곳이다.

디지털EXPRESS 광사동점은 유통과 협업해 나온 우리은행의 첫번째 점포다. ‘쉽고, 재미있는 금융 슈퍼마켓이 콘셉트이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고 구매하는 것처럼 고객이 진열된 금융서비스·앱을 쉽게 접하고, 선택 및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곳엔 디지털데스크와 스마트키오스크를 배치했다. 디지털데스크는 화상상담직원을 통해, 스마트키오스크는 셀프뱅킹을 통해 영업점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금융업무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적금신규, 체크카드 재발급은 물론 외화환전 예약 등이 가능하다. 화상상담전용 창구에선 대면 채널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해 모바일앱 등으로 해결되지 못한 종합적인 상담 등이 가능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생활밀착형 업종인 이마트에브리데이와의 협업으로 고객들이 슈퍼에서 물건도 사고, 금융 업무도 볼 수 있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이마트에브리데이와 함께 고객 입장에서 금융편의성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대면 채널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도 보고, 통장도 만들고

KB국민은행의 경우도 이마트 자체브랜드 상품 매장인 노브랜드와 제휴해 ‘KB디지털뱅크NB강남터미널점을 개설했다. 고객 편의성 극대화를 위해 고객의 높은 선호도뿐만 아니라 브랜드 파워를 갖춘 이마트 노브랜드와 함께 고객 동선을 고려한 영업점 운영모델을 지향했다.

이곳에서는 STM, 화상상담 전용창구 등 KB국민은행의 고객 접점 채널을 활용해 영업점 창구 수준의 업무처리가 가능하다. STM을 통해 현금 및 수표 입출금 체크카드 발급 보안카드, 카드형OTP 발급 등 비대면채널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거래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화상상담 전용창구에서는 입출금 통장 개설 적금/예금 신규 인터넷 뱅킹 신규 및 해지 등의 거래를 은행 영업점 방문 없이 전문상담직원과의 화상상담을 통해 직접 처리해 고객 편의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다양한 업종과 협력해 미래 금융환경에서 최적의 영업점 운영모델을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신한은행도 지난해 10월 강원도 정선군 고한읍에 소재한 GS25시에 편의점 은행 1호점을 선보인바 있다. 이후 올해 4월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GS더프레시 슈퍼마켓 안에 혁신점포 2호점을, 지난 8월 영남대학교 정문 인근에 위치한 혁신점포 3호점을 열었다. 신한은행은 GS리테일과 지속 협업해 오프라인 유통점과 결합한 이색점포를 20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배달앱 땡겨요를 올해 초 출시하면서 디지털플랫폼에 기반 한 유통업에 직접 발을 담구기도 했다. 신한은행 땡겨요도 최근 누적 가입자가 140만명을 돌파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 중이다.

금산분리 완화, 빅블러 가속

은행들과 유통업체의 협업은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금융회사의 비금융 사업 진출의 한 측면이다. 이른바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현상에 대한 대응으로 읽힌다. 은행들의 이 같은 행보가 40여년 만에 금산분리의 빗장이 풀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내년 초 금산분리 규제에 대한 과감한 완화를 예고했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산분리 및 업무위탁 제도개선 방향이라는 주제로 브리핑을 진행하고 일부 금산분리 규제를 유연화하겠다고 밝혔다. 1982년에 도입된 금산분리 제도는 금융과 산업자본 상호 간 소유와 지배를 제한하는 원칙이다. 이 제도에 따라 금융자본은 비금융업에 진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신진창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금융산업이 디지털화와 빅블러 등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지속 발전할 수 있도록 부수업무 및 자회사 출자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금융회사가 할 수 있는 비금융 업무 범위를 법령에 어떻게 규정할지에 대해 크게 현행 포지티브를 추가 보완하는 방식 네거티브 전환을 하면서 위험총량을 규제하는 방식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화하고 부수업무는 포지티브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포지티브 리스트를 확대하는 방안은 현행과 같이 부수업무, 자회사 출자가 가능한 업종을 열거하되 기존에 허용된 업종 외에도 디지털 전환 관련 신규업종, 금융의 사회적 기여와 관련된 업종 등을 추가하는 방안이다.

금융위 비금융 업무에 대한 허용을 안 되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방식으로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상품 제조·생산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금융사의 비금융업 진출을 전면 허용하되, 자회사 출자한도 등 위험총량 한도를 설정해 비금융업 리스크를 통제하는 방식이다.

금융위는 자회사 출자와 부수업무를 분리해 자회사 출자는 네거티브 방식을 따르고, 부수업무는 포지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금융회사 본체와 자회사를 구분해 각각의 특성과 리스크 수준에 맞게 규제를 설계하는 대신 금융회사 본체가 직접 수행하는 부수업무는 보수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이다.

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살아남으려면 디지털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이라며 금산분리 완화에 따라 금융사들도 적극적으로 시장에 진출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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