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빅3’ 30조 투자…면세점도 활로 찾기

코로나 19가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지만 이미 사회는 위드 코로나시대를 맞았다. 자유로이 극장, 스포츠 관람, 집회 등이 가능하다. 코로나19가 극성이었던 2020년과 2021년과는 너무도 다른 모습이다. 당연히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은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서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온라인 유통에게 많은 자리를 내주었고 면세점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에서 미운 오리새끼로 바뀐 상태다. 이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한 오프라인 유통의 반격이 시작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침체기를 겪었던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포스트코로나를 맞아 공격적인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부활에 시동을 걸고 있다.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코로나 기간동안 움추려 있던 것과 정반대로 매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야외활동을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단 점을 반영해 오프라인 부문에 힘을 쏟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롯데가 향후 5년간 각각 20조원과 37조원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유통 부분에 투자하는 예산은 각각 20조원, 81000억원이다. 두 그룹은 모두 오프라인에 투자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만큼 오프라인 매장을 리뉴얼하고 신규 매장을 출점해 고객 유인책을 강화한단 전략이다. 그동안 부실했던 매장의 정리가 완료됐으며 이를 통해 기존 매장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는 한편 신규 매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 ‘11투자매장 리뉴얼·신규 출점 이어져

오프라인 투자에 가장 진심인 곳은 신세계 그룹이다. 신세계는 오프라인 유통 사업 확대 온라인 비즈니스 확대 자산 개발 헬스케어·콘텐츠 등 신규 사업 등에 투자할 예정이다. 특히 오프라인 사업 부분에는 투자 예산의 절반 이상인 11조가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화점 신규 출점에 39000억원을 배정했고,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규 출점과 기존점 리뉴얼에는 1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신세계 프라퍼티가 진행 중인 스타필드 수원·창원·청라 출점 등에 22000억원이 투입된다. 자산개발 목적인 화성 테마파크 사업과 복합개발사업에는 약 4조원이 배정됐다.

백화점 신규 출점에 배정된 예산의 대부분은 수서역 환승센터에 위치하는 신설 점포 개발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는 지난해 수서역 환승센터에 신규 점포를 2027년에 개점하겠다고 발표했다. 영업면적은 약 83000로 서울 내 최대 규모인 강남점(86611)과 규모가 비슷하다. 이를 통해 수도권 동남부 지역 소비자를 공략한단 전략이다.

롯데, 복합쇼핑몰 개발에 총력

롯데그룹도 백화점과 마트 등 주요 오프라인 사업 영역에 예산을 적극 투입할 방침이다. 롯데그룹은 특히 복합쇼핑몰 건립 계획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롯데그룹은 현재 잠실과 김포공항, 은평, 동부산에 복합쇼핑몰 롯데몰을 운영 중으로 여기에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인천 송도에 롯데몰을 추가 건립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새 정부의 기업규제 완화와 발맞춰 고용 유발 효과가 높은 복합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매장에 대한 리뉴얼 등 재단장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의 리뉴얼이 진행되고, 호텔과 면세점에는 23000억원을 투입해 해외 관광객 유치에 나선다. 롯데마트에는 1조원을 투자해 제타플렉스(리뉴얼된 잠실점의 이름)’와 창고형 할인매장 맥스’, 와인 전문 매장 보틀벙커등 특화 매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그룹은 다양한 신사업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한샘과 중고나라 등에 각각 2995억원, 300억원의 지분투자를 단행했고 편의점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니스톱도 3133억원에 인수했다. 롯데그룹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헬스&웰니스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기도 했다. 국내에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을 위한 국내 공장을 신설하는데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 더현대 키우고 신사업 발굴

현대백화점그룹은 신세계, 롯데 등과는 조금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가운데서도 오프라인 투자에 가장 적극적이었기 때문이다. ‘더현대와 같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이 이제 좋은 성과로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현대는 더현대를 더욱 키우는 한편 또 다른 신사업 추진에 나설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은 경쟁사들이 온라인 강화에 나서고 있던 지난해 여의도에 더현대서울을 오픈했다. 타 대형 유통사들이 온라인 분야에 투자를 강화한데 반해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업계는 경쟁사들에 비해 온라인 부문이 약했던 현대백화점이 기존에 잘하던 오프라인 매장 운영을 강화해 펜데믹 속에서도 더현대로 연매출 1조원에 근접한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더현대는 지난해 오픈 후 1년간 8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현대백화점그룹의 백화점 부문도 영업이익 1027억원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는 새로운 사업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현대백화점은 와인 유통사를 설립해 신사업에 진출했다. 지난 3월 현대그린푸드와 현대이지웰 등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들은 와인 수입·유통사 비노에이치를 설립했다. 비노에이치는 최근 프랑스 부르고뉴, 이탈리아 토스카나 등 유럽 와이너리 10여 곳과 와인 100여종에 대한 수입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와인 사업에 뛰어 들었다. 이미 와인 사업을 운영 중인 신세계와 롯데에 맞서 프리미엄·유기농 와인으로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이다.

미운 오리면세점, 코로나 이후 돌파구는?

새로운 반전을 꿈꾸는 곳은 백화점과 대형마트 뿐이 아니다. 오프라인 유통의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며 소위 잘나가는 유통이었던 면세점은 코로나19 이후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하지만 포스트코로나를 맞아 다시금 재도약을 꿈꾸며 반전 전략 모색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면세점은 1962년 김포공항에 최초 개점 이후 불과 60년 만에 세계 1위의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9년에는 연매출 248,586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면세점 산업이 관광산업이면서 유망한 수출산업이라는 의미다.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면세점은 매출 규모에 따라 부과되는 특허수수료 등 각종 규제들로 인해 사업자의 부담은 지속적으로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부 면세점은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면세점 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졌다. 여기에 코로나 상황의 장기화로 인해 면세점 산업에 몸담고 있는 종사원들의 고용안정 역시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그동안 면세점 수요를 뒷받침해주던 해외 관광수요가 급격히 붕괴됐다.

이처럼 불확실성과 어려움에 직면한 국내 면세점 산업의 안정적인 경영환경 조성을 통해 종사원들의 고용불안을 해소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제언이 전문가들에게서 나온다.

변정우 경희대학교 명예교수는 최근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면세산업 발전과 고용안정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 코로나 이후 국내 면세점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돌파구를 과감한 규제 개선과 지원정책을 주문했다.

변 교수에 따르면 2019년까지 면세매출액 세계 1위였던 우리나라 면세산업의 장래가 매우 불투명해진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가 코로나19를 계기로 강력한 면세지원정책으로 중국 최대 면세 기업의 급격한 부상이다.

우리나라 면세점의 주요 고객인 방한 중국 관광객의 면세소비를 중국 내로 내수화 하기 위해 강력한 정책지원을 하고 있어서 향후 우리 면세산업의 미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다.

면세시장 악화, 종사인력 급감

변 교수는 면세산업은 진입 초기부터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진입장벽이 높은 리스크가 큰 산업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면세산업이 일간에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잘못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과거 면세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표현되던 시기에 면세산업에 참여한 많은 기업들이 특허를 반납한 것은 면세산업이 전문화된 기업이 아니면 면세경영이 리스크가 큰 산업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면세기업의 2020년 매출액은 2019년과 비교해 -37.6%나 급격히 감소했다. 면세점 매출의 대부분 외국인 매출이었고, 외국인 비중 또한 201983%에서 94%까지 높아졌다.

2019년 우리 면세점 방문객 수는 4,844만명이었지만, 2020년에는 1,067만명으로 2019년 방문객 수의 22% 수준이었다. 이때 대부분의 매출은 따이공이라고 불리는 중국 중계상에 의한 것이었다. 이들의 매출 뒤에는 거액의 송객 수수료가 지불됐다. 면세기업은 적자를 보면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20206개 면세기업의 면세점 부문 경영공시상 영업손실액은 4,000억원을 넘어섰다. 영업손실율도 적자로 돌아섰다. 2020년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면세점 매출이 심각하게 감소하고, 장기화되면서 영업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면세기업들의 특허 반납(201960개에서 202053개로 감소)이 나타났다. 결국에는 면세산업 고용시장의 악화로 이어져 면세시장 전체의 침체를 심화시키게 됐다.

고용 측면에서는 정부의 고용유지 지원제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확실성에 면세점 입점 브랜드 소속 근로자 및 비소속 근로자를 중심으로 면세산업을 떠났다. 201935000명 수준이었던 면세 고용인력이 20202만명 수준으로 42.7%나 급격히 감소했다. 대부분의 이직은 타업종의 전환(백화점 및 일반 유통망 등) 배치, 입점 브랜드의 영업 악화에 따른 고용조정이 발생했다는 분석이다. 면세산업은 2019년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국제경쟁력 1위를 유지했다. 10여년 이상 전 세계 면세시장의 약 25%를 차지하는 세계 1위의 면세 강국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면세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때 중국은 강화된 면세지원 정책을 통해 면세매출액 세계 1위 기업을 배출했다. 우리나라와 똑같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중국은 이를 역으로 활용해 면세산업의 국제경쟁력을 강화했다. 2020년 이후 중국 기업인 CDFG가 매출액 세계 1위로 올라선 기반이 됐다.

변 교수는 우리와 면세산업으로 경쟁하는 중국 등 외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만큼 특허수수료를 많이 부과하는 곳도 없다여기에다가 매출액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특허수수료 부과액이 증가하는 제도를 도입한 것은 우리나라밖에 없다. 이런 부분들은 즉시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따이공 수수료 해소 등 과감한 개선 절실

변 교수는 전문화된 면세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면세특허 갱신횟수를 제한하는 현 제도를 바꿔야 한다갱신요건을 강화하더라도 갱신제의 도입과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면세산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우리 면세점 매출의 70% 이상이 중국 소비자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다. 중국의 면세산업과 이 중국 소비자를 뺏기느냐, 유지하느냐 피할 수 없는 경쟁을 할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중국의 면세정책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꾸준히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감한 개선과 면세산업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이어졌다.

구체적으로 면세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현재의 면세제도운영위원회 및 특허심사위원회 등의 규정강화를 통해 주무 부처를 정책 입안 시, 전문적으로 이를 지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무엇보다 현재 따이공 수수료와 같은 현안 등을 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권한 등을 부여해 이를 면세제도운영위원회에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서 변 교수는 면세산업은 한해 매출액이 25조원을 육박하는 큰 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무엇보다 세계 경쟁력 1위에 수년간 유지한 산업이라면서 이런 산업을 지속적 정책지원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가진 산업으로 계속 키워서 좋은 인재들이 면세산업에 꾸준히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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