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속 젊은 세대의 힘든 생활 반영

최근 TV방송 돈 모으기의 달인을 소개하는 TV프로그램에서 각각 3년 만에 1억을 모은 20대 두 명의 사연이 방송됐다. 20대 초반의 사회초년생인 이들은 1억을 모은 비결을 한결같이 무지출을 이야기 했다.

사연자 곽지연씨는 최대 한 달에 3만원 정도 사용한다. 18살부터 6년 동안 미용실을 한 번도 가지않고 직접 머리를 자른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연자 직장인 박유진씨는 점심은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 그리고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3.5Km를 걸어다닌다고 말했다. 이들은 최근 젊은 세대에서 유행하는 무지출 챌린지의 달인이다.

하루지출 ‘0실천하는 이들 늘어나

최근 들어 MZ세대를 비롯해 다양한 세대에서 과거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과감히 돈을 쓰던 욜로(YOLO)를 추구했던 사람들이 식사를 거른다거나 지출을 줄이는 등 무지출 챌린지에 도전하고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고공행진 중인 물가의 영향이 가장 크다.

무지출 챌린지는 하루 지출 ‘0을 실천하는 요즘 유행하는 단어로 한 푼이라도 씀씀이를 줄이려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짠돌이와 재테크를 합성한 신조어인 짠테크 열풍이 불며 매일 가계부 쓰며 불필요한 지출 줄이고 소비를 점검한다. 선물 받은 상품권 등을 중고로 팔거나 앱을 통해 리뷰작성 포인트, 걷기 포인트 등 앱과 재태크의 합성어인 앱태크가 대표적인 무지출 챌린지 사례로 볼 수 있다.

통계청이 집계한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지난 76.3%199811월인 6.8%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월에는 5.7%로 소폭 하락하긴 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1~6월 외식물가 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나 올라 24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파른 물가 오름세에 재테크보다는 당장 소비·지출을 줄이려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MZ세대 소득은 적고 부채는 늘어나

무지출 챌린지는 근본적으로 경제위기에 취약한 청년들의 고단한 상황을 반영하는 유행이다. 소득은 적고 부채는 많은 2030 청년들이 지출을 줄이는 행위가 고물가, 고금리 상황과 만나 나타나는 현상이다. 한국은행에 MZ세대의 현황 및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는 우리나라 인구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전망이나 소득, 자산, 부채, 소비 등 이전세대보다 취약한 모습이다. 먼저 20182030 연령대의 근로소득은 2000년대와 비교하면 1.5배 정도 높아졌지만 40·50세대가 1.8배 정도에 비해 높은 수치는 아니다.

201820·30세대의 총부채는 2000년도에 비해 4.3배 수준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는 2018X세대 2.4, 베이비부머세대 1.8배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총부채 증가는 MZ세대의 주택마련을 위한 금융기관 차입에 주로 기인했다.

한 금융 전문가는 고물가에 고소득자 직장인들도 타격을 받으면서 그간 소비 중심의 부나 명품을 과시하는 플렉스 문화에서 짠테크로 전환하는 시기로 보고 있다고물가 추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 무지출 열풍도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무지출 챌린지에 유통업게도 초저가 상품 출시

유통업계는 무지출 챌린지 유행에 소비지출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사람들이 늘면서 초저가 상품을 여기저기서 내놓고 있다. 프랜차이즈 편의점들은 도시락 매출 증가율이 7월 한 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40% 이상 늘었다. 쳐는 35.8% 증가했고 GS2550.4%, 세븐일레븐은 40%, 이마트24에서는 49%가 늘었다. 가격대별 도시락 상품 수를 살펴보면 5000원 미만이 압도적이다.

롯데홈쇼핑은 유통기한 임박상품, 이월 및 재고 상품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알뜰 쇼핑전문관을 확대했는데, 최대 8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선보인 유통기한 임박 상품이 단시간에 매진되는 등 관련 주문 금액이 전년 동월 대비 20% 이상 늘었다.

롯데홈쇼핑은 온라인 쇼핑몰 롯데아이몰에서 매월 100개 이상의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선정, 최대 80% 할인된 가격에 선보이는 알뜰 쇼핑행사를 진행한다. 모바일 앱에서는 매주 목요일 식품 구매 시 최대 15% 적립금 혜택을 제공하는 식품 원데이행사를 진행한다. 스크래치, 중고 상품 등을 판매하는 리퍼관에서는 가구, 가전, ·아동 등 리퍼 상품을 비롯해 중고 명품까지 다양하게 선보인다.

이마트는 14일부터 27일까지 2주간 가격의 끝을 선언하며 40대 품목 상품 상시 최저가를 개시한 데 이어 프로젝트를 확대한다. 온ㆍ오프라인 같이 진행하는 행사로, 계절 수요가 큰 신선식품을 대상으로 할인가에 판매한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최근 고물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짠테크 열풍이 불면서 유통기한 임박 상품, 이월 및 재고 상품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는 알뜰 소비가 늘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지출 챌린지로 인한 지나친 절약이 타인과의 소통 단절과 자기계발 저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나 고물가 시대에 어느 부분에선 불필요한 소비를 깨닫고 절약할 수 있는 계기가 돼 긍정적인 도전이지만 목적성을 상실하면서 자기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 지출까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짠테크는 물가가 비싸 그만큼 아껴야 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의 현실이 반영됐다고 말하며 절약하는 생활로 무분별한 소비를 깨닫고 절약하기 위해 저녁소비를 하지 않고 사람도 안 만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하지만 소비를 줄인다고 개인 계발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핑계로 보여지기 때문에 무지출에 함몰되지는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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