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초저가’ 경쟁…편의점·면세점도 가세

유통업계의 반값 경쟁이 심상치 않다. 거의 모든 대형마트가 반값 제품에 동참하는 한편 편의점, 면세점 등으로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유통업계의 초저가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의 당당치킨을 시작으로 피자, 탕수육, 비빔밥, 커피 등 전방위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반기는 분위기다. 물가 상승으로 어려운 가계살림에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의 매장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화 될 경우 유통사들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반값 치킨을 시작으로 피자, 탕수육, 비빔밥, 커피 등 가성비 상품 경쟁이 심화되면서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반값 열풍이 집객을 유도하고 물가안정에도 동참한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품목이 확대되고 판매기간이 길어지면서 자칫하면 손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섞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홈플러스가 지난 630일 한 마리에 6000원대인 당당치킨을 내놓으면서 시작된 반값 먹거리 열풍은 석 달이 되어가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에서 일제히 반값 치킨을 내놓은 것을 시작으로 피자, 탕수육, 비빔밥 등 주요 외식메뉴로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고물가 시대 다양한 가성비 상품이 경쟁적으로 출시되면서 가격은 물론 품질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지 않은가? 유통업체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제품의 질도 향상되고 있다. 다만 장기화 될 경우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집객 효과 높고 미끼상품 역할도 톡톡

이들 상품들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대형마트에 이어 편의점도 커피, 햄버거 등 반값 먹거리 경쟁에 뛰어들었다. CU가 내놓은 즉석원두커피의 경우 한 잔 가격이 650원으로 프랜차이즈 커피는 물론 생수보다도 저렴한 수준이다.

이처럼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 가성비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도 매출 증대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반값 제품들로 인해 높은 집객 효과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반값 먹거리 구매를 위해 들렀다가 다른 상품도 덩달아 구매하는 사례가 늘면서 미끼상품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셈이다.

당당치킨으로 히트를 친 홈플러스의 경우 91일부터 13일까지 즉석조리식품(델리)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7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는 26%, 롯데마트는 40% 매출이 늘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고물가 시기에는 반값이나 초저가 상품이 최고의 집객효과를 보일 수밖에 없다다만 기간이 장기화되고 품목이 다양해지면 그만큼 수익성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사실상 반값 상품으로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힘든 구조다고 설명했다.

치킨 이어 탕수육·피자 줄줄이

반값 상품의 인기가 식지 않으면서 오히려 품목은 다양하되고 경쟁은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홈플러스가 지난 6월 말 출시한 당당치킨은 출시 이후 50여일 만인 지난달 10일까지 38만 마리 이상이 판매됐다. 1분에 5마리꼴로 상품이 팔린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 고무된 홈플러스는 자체상표 냉동피자인 시그니처 피자한 판을 정상가 4990원의 절반 수준인 2490원에 출시했다.

이에 맞서 롯데마트는 엘포인트 회원을 대상으로 18인치 XXL 사이즈 치즈앤도우 오리지널피자5000원 할인해 9800원에 판매한다. 여기에 롯데마트는 한통가득 탕수육을 오는 7일까지 엘포인트 회원을 대상으로 7800원에 판매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기준 전국 탕수육 평균 판매 가격이 15690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반값 수준이다.

또한 롯데마트는 지난 21일까지 비빔밥 도시락 3종을 3000원대에 할인 판매했다. 런치플레이션에 부담을 느껴 대형마트 델리(즉석조리식품) 코너의 도시락 수요가 늘어남 점을 고려한 상품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 8월까지 도시락 매출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했다.

강된장 제육비빔’, ‘고추장불고기 비빔밥’, ‘참치야채 비빔밥3종은 행사 가격으로 3980원이다. 소비자원의 가격종합포털 참가격에서 발표한 비빔밥의 평균 가격이 9654원임을 감안하면 절반 이하의 수준이다.

이마트도 뒤질세라 9월 말까지 매장에서 직접 만든 소시지 피자를 11판 한정으로 5980원에 판매한다. 18개짜리 모둠 초밥도 기존 가격 대비 5000원가량 할인한 12980원에 선보인다.

편의점도 가세가격 낮추고 용량은 키우고

편의점도 저가 경쟁에 가세했다. CU는 처음으로 죽석원두커피 (GET)커피1+1 행사를 진행, 아메리카노(M) 한잔을 650원 꼴에 판매하고 있다. 주요 커피전문점의 아메리카노 가격이 평균 5000~6000원임을 감안하면 최대 88% 저렴하다. GS25도 수제햄버거 수준의 찐오리지널비프버거4000원에 출시했다. 가공된 패티가 아닌 소고기 원료육을 그대로 들여와 직접 패키를 굽는 방식으로 변경해 수준을 높였다.

또한 편의점은 용량에 많은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으로 편의점에서 간편한 한 끼 식사를 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큰 삼각김밥의 인기가 높다.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GS25 삼각김밥 매출 중 큰 삼각김밥 비율은 66%에 달했다. 매출 신장률에서도 큰 삼각김밥이 35.6%로 일반 삼각김밥(27.7%)을 앞섰다. 세븐일레븐에서는 이 기간 큰 삼각김밥 매출 신장률이 200%에 달했다. 즉석원두커피도 대용량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CU의 라지 사이즈 매출 비중은 각각 72.3%였다.

주류 역시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 및 대용량 주류가 인기다. CU에선 페트병 맥주 신장률이 14.2% 성장하며, (8.8%)과 병(9.2%)을 앞질렀다. 카스·테라 1.6, 카스 1는 국산 맥주가 매출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편의점은 이달 더 큰 용량의 오비맥주의 카스 2.0 메가 페트와 하이트진로의 테라 1.9상품 등을 선보인다. GS25는 온라인 주류 플랫폼 와인25플러스에서 일반 와인 사이즈(750) 보다 큰 매그넘(1.5)30여 종을 운영 중이다.

마진 거의 없거나 손해 보는 구조도박리다매 어려워

한편 유통업계의 이런 반값 경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뜨거워 높은 집객 효과를 보이고 겉으로 보여지는 매출 상승이 있음에도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당초 미끼상품 형태로 기획된 것이기에 마진이 거의 없거나 일부 상품의 경우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도 나타나고 있다.

반값 먹거리는 주로 유통업체 매장 내부에서 조리를 하다 보니 하루 생산량이 정해져 있다. 따라서 일반 프랜차이즈나 외식 기업처럼 박리다매로 이윤을 남기기 어렵다.

하지만 업체들이 앞다퉈 상품을 내놓다 보니 갈수록 품목 수가 늘고, 판매기간도 길어지면서 자칫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은 것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반값 먹거리 상품은 상품 자체로는 이득을 보기 어렵다마진 보다는 집객 및 동반구매를 유도하는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쟁사에서 계속해서 상품이 나오면 대응을 위해 따라갈 수 밖에 없다면서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종류가 늘고 판매기간도 연장되는 측면이 있다. 매출은 늘겠지만 수익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올 상반기 롯데마트(국내 사업 부문)100억원의 적자를 냈고 이마트는 작년 상반기 대비 영업이익이 83.1%나 감소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3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악화되고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신용등급도 하향 조정됐다. 지난달 22일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이마트의 기업신용등급을 ‘Ba1’에서 ‘Ba2’로 낮췄다. 이어 지난달 30일에는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가 홈플러스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트, 편의점 등 주요 유통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반값 먹거리를 내놓다보니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다면서도 적자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있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은 있다. 하지만 매출 확대는 물론 고물가 시대 물가안정에 기여한다는 의미도 있다 보니 당분간은 이런 경쟁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과 같은 반값 전쟁은 지난 2010년에도 한 차례 불거진 바 있다. 당시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을 한 마리 5000원에 판매했다. 다만 당시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와 가맹점주 등을 중심으로 골목 상권 침해 논란이 불거져 롯데마트는 통큰치킨을 출시한지 1주일 만에 판매 중단을 결정한 바 있다.

반값 장기화 조짐에 프렌차이즈 업계는 무덤덤

하지만 롯데마트 통큰치킨 이후 12년 만에 유통업계 반값 마케팅이 번지고 있는 가운데 여론은 예전과 사뭇 다르게 흘러가는 분위기다.

특히 고물가로 인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반값 상품들이 인기를 끌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로써 대형마트 간의 초저가 전쟁은 한 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물가가 지속되고 물가안정화 정책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반값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매우 뜨겁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통업계 역시 다소 낮은 수익성이지만 장기적으로 소비자의 발길을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외식 물가 안정과 더불어 고객 취향을 만족시키고자 다양한 반값 상품 준비했다앞으로 다양한 가성비 메뉴를 준비해 선택의 폭은 넓히고 외식비 부담은 줄이도록 노력할 예정이며 반값 상품과 같은 가성비 메뉴를 지속해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를 바라보는 프렌차이즈 업계는 다소 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다. 대형마트의 반값 상품 출시로 가장 큰 타격을 입고 반발에 나설 것으로 우려했던 프렌차이즈 업계는 오히려 무덤덤한 분위기인 셈이다. 과거 사례를 볼 때 이와 같은 반값 경쟁이 오래 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형성된 시장이 다르다는 게 핵심이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의 반값 치킨을 경험해보고 난 뒤 제값을 하는 상품으로 다시 몰릴 것이란 반응도 뒤따른다.

외식 프렌차이즈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사례를 봐도 대형마트들이 이런 반값 제품을 장기가 지속적으로 물량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이들 대형마트 반값 제품들을 직접 경험한 소비자는 결국 기존의 자기 입맛에 맞는 제품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장기화되고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는 수준이 된다면 골목상권, 소상공인, 프렌차이즈 등의 또 다른 반발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