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승리에 해묵은 규제 완화 되나?

지난 61일 치러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집권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되면서 유통업계에는 기대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문재인 정권과 달리 새로운 윤석열 정권의 유통정책에 힘이 실리게 됐기 때문. 그 동안 이번 신정부가 한결같이 주장해 온 유통정책 노선은 규제 완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 정부의 유통정책이 다소 규제에 치우쳐 있다는 비판과 달리 이번 정권은 과감한 규제 완화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는 박빙의 승부를 연출한 대선과는 달리 여당의 압승으로 마무리됐다. 시도지사 선거결과는 국민의힘 12, 더불어민주당 5광역자치단체장 선거결과는 구시군의장 226석 중 국민의힘 145, 더불어민주당 63석을 차지했다. 또한 기초자치단체장 결과 역시 국민의 힘이 2/3 수준의 의석수를 가져왔다.

이 같은 결과는 향후 정부정책에 크게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유통업계는 양 측의 정치 노선이 크게 갈리는 만큼 이번 지방선거의 영향에 가장 민감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유통업계로서는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부 여당의 승리로 인해 긍정적인 분위기가 연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기업을 표방한 윤석열 정부 출범에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여당이 승기를 잡으면서 그간 발목을 잡았던 규제 완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사실 유통업계는 지난 2010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 등 규제로 몸살을 앓아 왔다. 대형마트 관련 규제는 2010년 처음 3000점포의 전통시장 반경 1내 운영을 금지하는 안이 담긴 후 몇 년에 걸쳐 규제가 강해졌다. 현재 대형마트는 출점제한 외에도 월 2회 의무 휴업, 새벽시간 영업제한 등 규제에 묶여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온라인 장보기와 같은 이커머스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서도 영업시간 제한으로 새벽배송을 하지 못하는 점 등 온라인 유통과의 형평성 문제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 여당의 유통정책이 규제 완화와 기업친화적인 성향이 강한 만큼 그동안 코로나19로 위축됐던 오프라인 유통업계에는 여러 변화가 예상된다기업 입장에서는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사업확대, 투자유치 등에 나설 수 있어 업계에는 매우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의무휴업·출점 제한 없어질까?

유통업계는 이번 지방선거 이후 관련 규제 완화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현재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은 지자체 조례에 따라 변경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는 현재 대부분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을 휴일로 지정하고 있지만, 일부 지자체는 수요일 등 평일로 변경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근로자의 명절 휴식권과 시민 편의를 위해 일요일에서 평일로 바꾸는 지자체도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추세에 맞춰 당장의 조례 변경이 힘들더라도 월 2회의 의무휴업일을 월 1회로 조정하는 등의 빠른 조치도 기대를 하고 있다. 휴일 매출이 평일 매출의 1.5배에서 2배에 달하는 만큼 이 또한 유통업계에는 숨통을 트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업계에 적용되고 있는 규제의 근거는 유통산업발전법이다. 이 법안은 2011년 대형마트로부터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발의된 이후 대형 유통업체들에게 조금씩 규제의 강도를 높여왔다. 그러나 급변하는 국내 유통시장의 환경에서 일부 규제는 오히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도 피해를 끼친다는 의견과 함께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따라서 이번 정권 교체와 함께 법개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회에서도 이미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의 온라인 영업에 한해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을 제외한다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논의되고 있다.

신규 출점 규제도 보다 완화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는 신규 출점 전 지역 상인회와의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가 출점을 위해 제출한 지역협력계획서를 검토할 때 전통시장 등이 포함된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의 의견을 청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지자체는 협의회의 의견을 바탕으로 대형마트에 개선을 권고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전통시장이나 지역 상인들의 반대가 계속돼 부지를 확보하고도 수년간 출점이 중단되는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어 이에 대한 해결책이 선행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으로 기대감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규제를 찬성하는 지역 소상공인들도 많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견을 최대한 조율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소상공인, 함께 울리는 빛바랜 규제

규제 완화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현 유통산업발전법이 이제는 소상공인을 위한 규제가 아닌, 대기업과 소상공인 모두에게 해가 되는 낡고 빛바랜 규제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법 제정 당시와는 지금의 유통시장 환경이 너무나도 많은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상황에 맞춰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과거 2016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복합쇼핑몰 입점 후 인근 중소유통상인들의 평균 매출 감소액이 30.9%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랜드마크를 통한 낙수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 예로 2017년 문을 연 스타필드 고양점은 5km 이상 지역에서 유입되는 고객이 70% 이상으로 이들을 통한 인근 상권 매출액이 25%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으로는 그동안 소비자들이 신선식품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등 이커머스 영향력이 확대되자 대형마트를 통한 집객효과에 오히려 인근 소상공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유통학회가 지난 2020년 발표한 대형 유통시설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보고서에 따르면 폐점한 대형마트 반경 3이내 중소형 슈퍼마켓과 편의점, 음식점의 매출이 도리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여러 곳에서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월 홈플러스 측에 의하면 인천지역 리뉴얼 개점 점포를 통해 오히려 지역 소상공인의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나 올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랜드마크가 해당 지역 유동인구 증가를 일으키는 큰 요인이 되면서 오히려 대형마트나 대형 쇼핑몰이 인근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는 상황이라며 과거의 유통시장 환경에 맞춰진 오래된 법을 유지하는 것은 오히려 대기업과 소상공인 모두에게 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시장에 맞는 규제 완화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소상공인·지역 시민단체 설득·중재 과정은 불가피

이러한 시장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 개정과 규제 완화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도 많다. 그동안 여러 필요성 대두에도 불구하고 유통산업발전법을 토대한 규제정책이 유지되어 온 데는 이러한 이유가 깔려있는 셈이다. 롯데마트 포항두호점의 경우 건물 완공 후 인근 상인들의 반대로 수년째 입점을 못하고 있고, 롯데쇼핑이 추진하고 있는 상암 복합쇼핑몰 사업도 2013년 부지 매입 이후 지금까지 미뤄지고 있다.

2015년 신세계그룹은 광주광역시에 대형 복합쇼핑몰 사업을 추진하다가 골목상권 보호 여론과 규제 움직임에 부딪혀 철회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슈가 됐던 이 복합쇼핑몰의 경우도 소상공인·시민단체 반발로 중단된 사례다. 이 밖에 이마트, 홈플러스 등도 출점을 포기한 사례가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허가권을 가진 지자체의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계속돼 왔다. 이번 선거 이후 여당 출신 인사들이 17곳 광역자치단체장 가운데 12곳에서 승리한 만큼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 신규 출점 시 인근 전통시장이나 상인회가 반대하면 실질적으로 출점이 불가능하다면서 상생 지원금이나 시설 등을 지원해도 일부 다른 상인들이 협상에 나서면서 매듭을 짓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자체가 상인회나 전통시장의 협상 대표를 보장해주고 양측 사이에서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준다면 신규 출점도 한층 수월해질 것이라며 이번 선거로 규제가 다 풀리는 것을 기대한다기보다는 이전에 비해 분위기라도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달라지는 여론이분법적 대립 구도 해소 기대돼

여러 난관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유통업계가 바라보는 시각이 보다 긍정적으로 변하는 데에는 눈에 띄게 달라지는 여론의 흐름 때문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그동안 규제를 주장하던 호남 지역 야당 후보들이 연이어 복합쇼핑몰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유통업계에도 복합쇼핑몰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여론이 우호적으로 변하면서 유통업계 발걸음도 빨라질 것이란 관측이다.

6·1지방선거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후보인 강기정·이용섭 예비후보는 광주 KBS 주관 토론회에서 복합쇼핑몰 유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구체적인 유치 방식에 대해선 의견이 달랐지만 복합쇼핑몰 유치에는 뜻을 모았다.

복합쇼핑몰 유치는 제20대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후보가 호남, 특히 광주를 겨냥해 내건 주요 공약 중 하나다. 대선 당시만 해도 민주당 측은 상생·연대를 훼손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지역 여론이 복합쇼핑몰 유치로 기운 만큼 민심을 잡기 위해 입장을 뒤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만 18세 이상 광주 시민 1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인터뷰에서도 광주시민 10명 중 7명이 복합쇼핑몰 유치에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68.2%가 찬성 의견을 밝혔고 반대는 26.2%, 모름·응답 거절은 5.6%였다.

호남은 500만명이 넘는 인구를 보유한 지역임에도 복합쇼핑몰의 불모지라고 불릴 정도로 유통 대기업이 진출하기 어려웠던 지역이다.

하지만 최근 광주를 중심으로 호남 지역 여론이 복합쇼핑몰 등 대규모 유통기업의 호남 진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뀌면서 유통업체들도 서서히 호남권 진출을 엿보고 있다. 특히 롯데쇼핑은 지난 1월 롯데마트의 창고형 할인점인 롯데마트 맥스를 전주 송천점 광주 상무점, 목포점 등에 오픈하는 등 의미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임기시작이 얼마되지 않은 대통령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내외는 취임 이후 첫 주말을 맞아 신세계백화점과 광장시장을 잇따라 방문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에 유통가는 윤 대통령이 유통 규제 완화의 시그널을 보낸 것 아니냐는 기대감 섞인 반응을 보였다. 역대 대통령들 중 취임 직후 재래시장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직접 백화점을 찾은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특히 재래시장에선 먹거리를, 백화점에선 구두를 산 것이 눈길을 끈다.

백화점 한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취임 직후 백화점과 전통시장을 찾은 것은 유통업을 더 이상 대기업 대 골목상권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에서 보지 않고, 그동안 유통 산업을 옥죄어 왔던 규제를 풀어 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정부의 기조나 여론의 방향, 기업의 움직임 등을 종합해 볼 때 유통업계는 이미 규제완화의 길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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