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되면서 유통업계도 향후 정책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오는 5월 출범한다. 유통업계는 새 정부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이 개정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체로 대형마트 등을 옥죄였던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면세업계 등 일각에서는 사드 배치 등 국제관계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20대 대통령 선거 당선인은 광주시민들은 다른 지역에 다 있는 복합쇼핑몰을 간절히 바라고 계신다어쩔 때는 대전으로도 올라가신다고 한다. (쇼핑몰 건립 추진이) 뭐가 어렵냐고 말했다.

대한민국 번영과 광주의 발전을 위해 복합쇼핑몰이 필요하다. 부산, 대전에 가보면 많다. 왜 광주에만 없냐라고도 했다. 지난달 선거 유세 기간에 광주를 찾아서 한 말이다.

윤 당선인의 이 같은 발언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는 배경이 됐다.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건설 추진을 명시한 것에 대해 윤 당선인이 기존 규제 일변도의 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 속에서 변화 의지를 내비쳤다는 게 유통업계의 해석이다.

현재 광주에는 복합쇼핑몰이 전무하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5년 광주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광주 신세계 주변의 부지를 확보해 대형 복합쇼핑몰을 추진하려다 지역 상인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개발 계획을 중단했다.

당시 광주신세계가 광주시와 함께 복합쇼핑몰을 포함한 200실 규모의 특급호텔 건립을 준비했다. 광주신세계 측에서는 호텔을 짓기 위해 백화점 인근 부지까지 사들였다. 하지만 인근 중소상인들의 저항과 기존 정치권의 반대로 복합쇼핑몰 출점이 무산됐다. 골목상권을 보호한다는 이유가 반대 명분이었다.

유통업계는 정치인들이 선거철마다 표심을 잡기 위해 유통 규제를 강화해 왔다는 점을 지적한다. 대형 유통사가 희생해야 소상공인과 골목상권이 살아난다는 정치권의 이분법적 사고 대신 이제는 상생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더군다나 대형 유통사를 규제하는 사이에 온라인 유통사들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오르는 역차별까지 호소한다. 유통업계에서는 지금까지 골목상권과 자영업자 보호 측면에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유통기업 규제를 기반으로 유통업을 바라봤다면 이제 소비자 후생도 고려하는 시각으로 논의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광주만 해도 복합쇼핑몰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 광주시민회의등의 시민단체는 광주에 창고형 할인마트나 대형쇼핑몰이 필요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 시민단체는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갈증을 느낀 시민들이 대형 복합쇼핑몰을 찾아 하남, 대전, 광명으로 원정 쇼핑을 떠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철 지난규제 해소돼야

윤 당선인의 이른바 광주 복합쇼핑몰발언 이후 유통업계에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대한 기대감이 급부상했다. 규제 완화 방향을 개정에 대한 기대다. 복합쇼핑몰의 출점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역대 정권은 진보, 보수 양쪽 모두 대형 유통기업을 규제해 왔다. 유통 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소비자 보호, 국민 경제에 이바지하기 위해 1997년 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이 근거였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규제로 거론돼 왔다. 이는 유통산업발전법이 2010년 들어 골목 상권과 소상공인 생존을 위해 대형 유통 기업을 규제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었다. 2010년 전통 상업 보존 구역을 만들고 전통 시장 반경 500m 내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입점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2011년 이 범위를 전통 시장 반경 1km로 넓혔다.

규제 폭은 갈수록 넓어졌다. 2012년엔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24시간 영업을 규제하고 월 1~2회는 의무 휴일로 쉬도록 했다. 2013년 의무 휴업일을 월 2회로 지정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을 제한했다. 2020년에는 월 2회 의무 휴업 대상을 대형마트 등에서 복합쇼핑몰과 면세점으로 넓히고 전통 상업 보존 구역을 1km에서 20km 확대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아울러 유통산업발전법 12조는 대규모점포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이 오전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범위에서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2일씩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으로 대형마트들은 점포를 이용한 새벽 배송을 할 수 없고 의무휴업일에는 일반 배송도 불가능해졌다. 쿠팡이나 마켓컬리 등 온라인 장보기 쇼핑몰과 비교할 때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배경이다. 온라인 쇼핑 시장 규모가 급증하는 가운데 골목 상권만을 보호하자는 논리로 펼치는 유통산업발전법은 디지털 시대와는 동떨어진 구시대적인 법령이라는 비판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설문조사를 보면 대형마트가 쉬는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방문한다고 답한 소비자는 8.3%에 그친다. 반면 대형마트 영업일이 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근처 슈퍼마켓을 이용한다는 답변이 60%를 넘었다. 대형마트 등의 규제가 소비자 불편을 가중하는 등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법령 목적과 전혀 다른 결과를 내고 있다는 반증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이 지금까지 유통규제가 절대 선이라는 프레임으로 정치권에서 진행됐다면, 이제는 실제 국민의 생활편익과 유통노동자의 일자리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한 지적이 설득력을 갖는다.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코로나 위기와 온라인 쇼핑으로의 산업 변화, 수년간의 유통규제로 인해 대형마트와 각종 오프라인 유통 노동자들의 생존권이 위기에 처했는데, 계속해서 시대에 안 맞는 규제 일변도의 법들이 유통산업 후퇴와 노동자 일자리를 감소시키고 있다고 입장을 정리했다.

윤 당선인의 등장과 함께 해당 노동조합의 이 같은 입장정리는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 탄력을 받을 수 있는 제반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자연스레 대기업 계열의 유통업계, 특히 대형마트 업계는 윤석열 당선인이 취임하면 대체로 유통규제가 완화되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철 지난규제는 이제 해소할 때가 됐다는 의미다.

유통업계서는 광주에서 했던 복합쇼핑몰 관련 발언을 보면 복합쇼핑몰 규제를 확대하는 것이 더 이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규제, 완화 vs 강화개정안 충돌

다만 유통업계에서는 당장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이 극적인 반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 규제 문제는 법 개정 사안인 만큼 새로운 정부 정책 변화로만은 어렵고, 국회 논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국회에는 규제 강화가 골자인 개정안이 여러 건 쌓여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16건이다. 계류 중인 개정안 중에서 이동주 의원이 발의한 법안 같은 경우는 복합쇼핑몰·백화점·면세점·전문점도 의무휴업일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규제를 더 확대하자는 것이다.

이동주 의원은 중소상인의 보호 및 대·중소 유통업계의 상생발전을 위하여 대형마트뿐 아니라 복합쇼핑몰과 같은 대규모점포에 대한 입지 및 영업 제한 등의 합리적인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발의 이유를 밝히고 있다. 이 의원은 현행법은 중소상인 보호를 위해 대규모점포 등록제한 및 대형마트 영업제한 등의 규제를 도입했고, 2회 의무휴업 규제를 신설했다그러나 최근 복합쇼핑몰과 같은 초대형 유통매장의 진출 확대로 골목상권과 영세상인의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이 의원은 대규모점포의 영업제한과 의무휴업 규정에 유통업 근로자들의 건강권을 보장하는 취지가 담겨있음에도 불구하고 백화점과 면세점(보세판매장)과 같은 대규모 유통매장의 경우 규정을 적용받지 않아 장시간 근로와 야간 교대제 근무가 확대되는 등 근로자 건강권 침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진단도 내놓았다. 이를 전제로 이 의원은 백화점과 면세점을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 포함시키며, 추석과 설날은 반드시 의무휴업일로 지정하게 하는 등의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이동주 의원은 대형유통기업으로부터 상품을 공급받는 상품공급점이나, 매출액 또는 자산총액 규모가 대규모점포나 준대규모점포에 준하는 기업이 직영하거나 직영점형 체인사업 및 프렌차이즈형 체인사업의 형태로 운영하는 점포를 준대규모점포로 포함해 영업시간 제한 등의 법적규제를 받게 해 주변지역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물론 국회에는 규제 완화를 지향하는 개정안도 발의돼 있다. 고용진 의원의 경우 역차별 개선 취지로 심야시간 및 의무휴업일에 대형마트의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자는 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발의안을 보면 현행법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5년마다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고, 중소유통업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각종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면서 그런데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의 수립 주기가 지나치게 길게 설정돼 급변하는 유통산업환경에 적시성 있게 대응하기 위한 정책 수립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고 전제했다.

고 의원은 온라인유통 등 새로운 형태의 소매업이 급성장하여 유통산업의 생태계가 급격히 변화하고 있음에도 과거 대규모점포 등에 대한 규제가 불합리하게 존속하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봤다. 준대규모점포 중에서도 사실상 중소자영업자에 해당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및 그 시행규칙에 따라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에 대해서도 다른 준대규모점포와 동일한 규제를 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명시했다.

아을러 대형마트 등의 의무휴업일 등에 이미 소매업에서도 보편화돼 있는 온라인 영업을 제한하는 것은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역차별에 해당하여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다고 적시했다.

고 의원은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의 수립 주기를 단축하고, 대규모점포에 대한 과도하고 불합리한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기관에도 유통산업 실태조사를 위탁해 현행법의 미비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공급망 변화 주목

한편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윤석열 당선인의 국제외교 관련 공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면세업종은 긴장하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은 선거 기간 동안 한미동맹 강화를 바탕으로 무력을 강화해 한국을 수호하자는 주장을 일관되게 해 왔다. 무엇보다도 한국 안보에 필요하다면 미국 주도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윤석열 당선인의 사드 배치 언급은 국제 관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 사드 배치는 남북문제를 넘어, 한중 관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중국은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가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지난 2016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한한령을 발동한 바 있다.

당시 중국과 거래가 활발했던 면세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면세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고 간신히 버티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사드 추가 배치 공약으로 제2의 한한령을 맞게 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시 한 번 한중관계가 급하게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긴장감이다.

아울러 사배 추가 배치 언급은 한중관계를 넘어서 윤석열 당선인의 국제외교에 대한 인식 전반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으로까지 이어진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국제 환경의 급변이 국내 유통업계에 영향을 미칠 때 새 정부의 대응을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우크라이나 전쟁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연어 가격 상승으로 유탄이 튀었다. 노르웨이산 연어의 공급에 문제가 생겨서 벌어진 일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 영공이 폐쇄되자 항공편들이 우회 항로를 이용한 결과이다. 식자재의 가격 상승은 물가를 들썩이게 하는 주요 요인이다. 판매 중단 사태도 있다. 실례로 고양시의 프렌차이즈 초밥집에는 노르웨이산 연어를 공급해 왔으나 최근 수급이 좋지 않아서 한동안 연어를 제공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게시됐다. 노르웨이 항공편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따른 조치라는 설명도 쓰여 있다. 국내 유통업체는 물론이고 자영업자에게까지 전세계 공급망 변동이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대형마트에서는 연어만이 아닌 러시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명태와 킹크랩 가격도 급등세다. 이처럼 물가가 오르면 소비는 위축된다. 자연스럽게 유통업계는 해외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영업 위축의 우려가 되살아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연어는 대중화된 수산물이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인상 폭이 클 수 있다고 설명한다. 대형마트는 사전 비축이 가능한 냉동 훈제연어 등은 가격을 동결하고 대체 산지 확보 등으로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려는 방식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당장의 대응방안은 유통업계가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수입선의 다변화 등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윤석열 당신인에 대한 유통업계의 기대가 국내의 규제 완화에만 있지만 않고, 글로벌 공급망의 변화를 포괄하는 국제외교적 감각까지로 눈높이가 올라가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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