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이기는 방법은 두 가지다. 따뜻한 실내에서 바깥세상과 담을 쌓든가, 야외에서 추위와 맞서든가. 만약 야외에서 추위와 맞장 뜰 생각인가? 그렇다면 꽁꽁 얼어붙을수록 스릴 만점인 빙판길 트레킹에 도전해 보자. 강원도 철원 한탄강 일대에 조성된 ‘한여울길’ 1코스 ‘주상절리길’은 한탄강 얼음 트레킹을 만끽할 수 있다. 이맘때가 아니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하니 주저 말고 떠나볼 일이다.

주상절리 만져보는 명품길

철원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A, B 두 코스로 나뉜다. A코스는 태봉대교에서 출발해 승일교에 이르는 약 5km구간이고, B코스는 승일교~고석정~순담계곡(부교길)까지 걷는 약2km구간이다. 두 코스를 모두 걷는다면 6~7km에 3시간 남짓 걸린다. 코스에서 가장 볼만한 곳은 직탕폭포, 고석암, 순담계곡 등이다. 주의할 것은 트레킹 전날까지 날씨가 춥지 않다면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아 자칫 위험할 수 있다. 꼭 ‘진입금지’ 팻말이 있는지 잘 확인해야 한다. 팻말이 없는 구간은 얼음이 20cm 이상 두껍게 얼었기 때문에 안전한 편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괜한 호기를 부려 얼음판에 미끄러지지 않으려면 얼음트레킹에서 반드시 챙겨야 게 아이젠과 등산용 스틱이다. 직탕폭포를 뒤로 하고 살금살금 발걸음을 옮긴다.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얼음판 위를 걸을 때는 ‘혹시…’ 하는 염려에 오금이 저리지만 색다른 묘미다. 먼발치에 태봉교가 보인다. 빨갛게 채색된 다리다. 앙상한 겨울 풍광과 어우러져 생동감을 더한다.

유속이 빠르고 수심이 깊은 곳은 얼음이 두껍게 얼지 않는다. 길은 강 옆으로 난 돌길로 우회한다. 돌길을 조심조심 1km 남짓 걷는다. 어느덧 송대소에 이른다. 강 수심이 명주실 꾸러미가 끝없이 풀릴 정도로 깊은 곳이다. 송대소 쪽으로 가까이 갈수록 주상절리 절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커진다. 주상절 리가 20m에 이른다. 벌집처럼 생긴 육각형의 길쭉한 주상절리 절벽을 따라 거대한 얼음이 대롱대롱 매달렸다. 주상절리 절벽 아래에 서면 금방이라도 와르르 무너질 것 같다. 육각기둥이 강에서 솟은 것 같기도 하고, 하늘에서 꽂은 것 같기도 한 기이한 풍경 앞에 사람들은 사진 찍기에 바쁘다. 대부분의 주상절리는 가까이에서 볼 수 없다. 그런데 이곳은 직접 만져보기까지 하니 이 얼마나 놀랍고도 귀한 진풍경인가.

고석정에서 길을 마무리하다

마당바위 지역을 벗어나자 억새가 뒤덮인 새로운 길이 열린다. 큼직한 바위 뒤편에는 언제 내렸는지 모를 하얀 눈이 소복하고 꽁꽁 얼어붙은 강물은 세월마저 얼릴 기세다. 어느새 강을 따라 걷던 길이 강을 벗어나 새로운 길로 접어든다. 물길은 변함이 없다. 원래 흐르던 대로 제 모습을 잃지 않고 흐른다. 물은 묵묵히 흐르다가도 때론 숨 가쁘다. 또 잔잔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모습을 바꿔가며 흐른다. 이런 강물과 함께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거대한 빙벽 앞에 이르자 또 탄성이 터진다. 그 옆으로 승일교와 한탄대교가 나란히 지난다. 세월의 더께가 묵직한 승일교와 빨간색의 현대식 한탄대교가 대조적이다.

승일교는 1948년 철원지역이 북한 땅이었을 때 북한이 러시아식 공법으로 아치교를 만들기 시작했다가 6·25전쟁으로 중단됐다. 그런 것을 휴전 이후 우리나라 정부가 완공했다. 승일교 이름은 당시 대통령 이승만의 ‘승’과 김일성의 ‘일’자를 합쳐서 ‘승일교’로 했다는 말이 전해온다. 어느덧 발걸음이 고석정을 향한다. 고석정은 한탄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에 세워진 정자였는데 6·25전쟁에 불타 없어졌다. 지금 것은 1971년에 2층으로 지은 콘크리트 정자다. 정자에 오르면 옛날의 운치는 찾아볼 수 없지만 아쉬운 대로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예나지금이나 다를지 않을 터. 그나마 위로가 된다.

여행정보

■ 걷기 코스 : 직탕폭포~태봉대교~송대소~승일교~고석정, 총거리 6.5km

■ 내비게이션 정보 : 직탕폭포(강원 철원군 동송읍 장흥리) 검색

■ 문의 : 철원군 종합관광안내소 033-450-5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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