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보급도 중요하지만 인프라 구축이 먼저

유통업계가 ‘친환경’을 키워드로 내세워 친환경제품 및 리사이클 제품을 출시하는데 이어 유통에도 친환경을 적용시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롯데쇼핑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위원회를 구성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설비를 확대해 회사 보유 차량 전체를 전기차로 바꿔 나갈 계획”이라며 “전국 각지 오프라인 매장들을 활용해 고사양의 충전 설비를 갖춘 충전소를 적극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롯데 푸드도 전체 영업사원을 대상으로 업무차량 380여대를 친환경 전기차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현대홈쇼핑도 전기차로 당일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대홈쇼핑은 우선 당일 배송 차량의 30%를 전기차로 운영한 뒤 최종적으로 100%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BGF리테일 역시 편의점 CU에 제품을 공급하는 과정에 전기차를 도입했다. 경기도 광주에 있는 BGF로지스에서 서울 강남 점포까지 상온 제품을 전달하는데 시범 운영을 거쳐 확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지게차도 전기차로

오비맥주는 전국 21개 물류 매장에서 기존 디젤 지게차를 100% 전기 지게차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달 현재까지 전기 지게차 총30대를 도입했고, 연말까지 추가35대를 도입한 뒤 내년까지 전면 교체한다는 방침이다.

유통업계의 변화의 움직임은 소비의 중심이 되는 MZ세대들이 일조했다. MZ세대들 사이에서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과 개인의 신념에 따른 소비를 지향하는 ‘가치소비’가 유행하면서 친환경으로 만든 제품뿐만 아니라 친환경 활동에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MZ세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던 ‘플로깅’이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플로깅은 운동이나 달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으로, SNS를 통해 인증을 하며 유행처럼 번져나갔던 운동이다.

우리나라 정부도 세계적인 문제로 떠오르는 환경문제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탄소중립 정책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0’(Zero)을 만들자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이어 12조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과제로는 친환경차·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온실가스감축 인지 예산 제도 시범 도입 등을 제시했다. 정부의 이러한 정책은 이를 곧 규제화 하겠다는 방침과도 일맥상통하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도 ‘친환경’을 키워드로 내세워 제품은 물론 유통과 폐기 등 모든 과정에 친환경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 것이다.

친환경 찾는 소비자들

정부의 정책의 영향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는 코로나의 영향으로 배달 및 배송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포장용기에서 나오는 쓰레기가 사회문제로 발생하고, 이와 더불어 세계에서 일어나는 이상기후 현상들의 접하면서 소비자들이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몸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단순히 관심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 제품뿐만 아니라 그 기업의 친환경 정책 등 전반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이는 소비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실용성이나 디자인에서 큰 차이가 없다면 친환경을 내세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최근의 소비자들이다” 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소비자들은 친환경 제품에 호감을 보이고 있다. KB금융그룹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약 3분의 1이 제품 구매 시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10% 이상의 추가 비용을 내더라도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구매 의향이 가장 높은 친환경 제품으로는 '폐기물 자연 분해 제품'이 꼽혔다. 친환경 배송에 대한 관심도 높게 나타났다.

전기충전 인프라 구축이 절실

하지만, 문제점도 있다. 기업들의 과도한 친환경 마케팅으로 인해 ‘그린워싱’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환경주의를 말한다. 이와 더불어 배송과 운송을 모두 친환경차량으로 도입하기에는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점이 있다. 바로 전기 충전소의 인프라 구축의 문제이다.

쿠팡은 지난달 전기차 충전기 제조 및 충전서비스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양사는 쿠팡의 전기 화물차 특화 충전기를 개발하고 배송 거점 인근에 충전스테이션을 구축하기로 했다. 관제 시스템 등 연구개발도 진행한다. 현재 쿠팡은 2019년부터 대구 일부 배송지역에 1톤 화물차 10여대를 도입해 배송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유통 물류 환경에 적합한 충전시스템이나 시설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친환경 자동차 도입에 어려움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쿠팡 관계자는 “자동차가 점점 내연기관에서 친환경 차량들로 변화하는 추세인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배송 차량도 점차 전기차로 전환할 것”이라면서도 “전기 충전소 인프라 마련이 관건인데 아직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정부는 늘어나는 충전 수요에 대응하고 편리한 충전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고속도로에 친환경차 충전시설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435기에서 올 연말 730여기로 확대되며 내년에는 추가 300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내 유통의 모든 차량을 전기차로 바꾸기에는 시기상조이며 아직은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경영이 앞으로 기업 활동의 필수 요소가 될 것은 확실하지만 아직까지는 '개념' 정도만 제시돼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장 트렌드에 민감한 기업들이 친환경 무리수를 두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이라며 "이를 기업만의 탓으로 보기는 어렵다. 기업은 나름대로 환경을 조성해가고 정부는 정부 차원에서 세부적 관련 지침을 마련하는 등 이를 사회적 공감대 형성으로 이어가야만 순조롭게 친환경 전환을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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