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보다 ‘회복’이 우선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여파에 대한 우려 속에도 2022년 유통가는 긍정적인 전망이 유효하다.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면세점 등 오프라인 채널의 단계적 회복에 방점을 찍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오프라인 점포 가운데 백화점이 명품 매출 특수에 힘입어 일찍이 높은 신장세를 보였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는 가공식품의 확장성으로 역기저 효과를 극복하면서 회복의 반전을 도모할 것으로 봤다. 또 편의점이나 신선식품 등을 중심으로 소량 장보기 수요 공략에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면세점은 지난해에도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역기저 효과가 우려되지 않는 다는 측면이 되레 ‘회복’의 기대가 됐다. 올해의 유통업계는 백화점·대형마트·편의점·면세점 등 오프라인 채널의 단계적 회복을 통해서 2022년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워나가고 있는 셈이다.

2022년 임인년은 이른바 검은 호랑이띠의 해이다. 코로나19의 창궐 이후 2년여 동안 위축됐던 소비가 점진적으로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되는 해이기도 하다. 지난해부터 꿈틀거리던 소비심리가 올해 본격적으로 회복국면에 들어 설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소비는 기본적으로 가처분소득과 소비성향이 어떻게 만나야 하는 가에 대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소비는 가처분소득보다는 소비성향의 정상화가 전체 소비의 증가를 이끌었다. 코로나19에 대한 소비자의 민감도가 무뎌지는 상황에서 평균소비성향은 2019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코로나19 시대에 유동성 장세가 시작되면서 상승한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의 반등이 소비성향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는 것이다.

다만, 가처분소득의 증가율은 둔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2분기에는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전년도 재난지원금 기고에 따른 영향이다. 하지만 이를 제외해도 전년도 중간 단계 수준의 가처분소득 증가율 추이 대비해서 지난해에는 증가율이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부진했던 고용지표의 부진의 영향이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취업자 수는 지난해 3월부터 순감세로 전환했다. 감소세는 올해도 이어지는 모양새이다.

코로나19에 영향이 컸던 도소매·숙박음식점업의 취업자는 여전히 순감세를 지속하고 있다. 변수는 있지만 위드코로나 전환에 따른 해당 업종의 회복이 기대되는 올해의 취업자 순증세는 다소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시휴직자의 수도 점진적으로 정상화되고 있는 모양새이다. 물론 오미크론과 같은 변종 바이러스의 출몰은 취업자 증가에 제동을 거는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아울러 최근 나타나고 있는 인플레이션과 그에 따른 금리 인상 사이클 진입은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의 성격이 수요견인형 인플레이션이었다고 하면 우려가 크지 않겠지만, 공급망 차질에 따른 비용인상형 인플레이션이어서 부담이 크다.

여러 나라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의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다만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에 대한 자신감은 아직 유효하다. 테이퍼링 등이 진행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의 시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은 결국 실질 가처분소득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가 1800조원을 넘어서는 상황에서 이자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금리 인상이 자산 가격의 조정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소비심리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백화점 | 보복 소비는 끝났지만

백화점은 2021년도에 사상 최대 실적과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예측됐다. 시장에서는 백화점이 지난해 18.4% 가량 성장한 것으로 내다봤다.

최윤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20년도에 코로나 악재에 기반 한 기저 효과와 명품을 포함한 전 품목군에서의 보복소비 효과가 뚜렷했다”고 진단했다. 백화점의 이 같은 높은 성장률은 올해에는 부담스런 조건으로 다가온다. 최 연구원은 “백화점 업황의 점진적 정상화를 가정하면, 역기저 부담은 불가피한 셈”이라고 올해를 내다봤다.

하지만 해외 명품, 스포츠 의류 등 특정 카테고리에 대한 구조적 성장 기대는 유효하다는 것이 시장의 진단이다. 코로나 특수에 따른 일시 매출 증가가 아닌, 의류복의 종류 자체에 대한 수요 확대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최 연구원은 “가심비 소비 성향에 따른 명품 카테고리의 성장은 백화점 외형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애슬레저 트렌드 지속에 따른 스포츠의 강세도 지속되겠다”면서 “글로벌 주가 흐름 또한 럭셔리 및 스포츠·아웃도어 브랜드가 경쟁 우위를 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백화점의 경우 올해 소비 시장 불확실성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질적으로는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백화점의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은 또 있다. 이진협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의) 2021년의 매출 성장률 트렌드를 보면, 코로나19에 대한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9월 이후의 2019년 대비 매출 성장률이 확대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면서 “이와 같은 트렌드가 지속될 경우, 올해 상반기까지는 최고점의 중간 수준의 성장률이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이 연구원은 “백화점은 2022년 소비 시장의 불확실성에 있어 최전선에 노출돼 있는 업태”라면서 “특히 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 가치의 위축이 나타날 경우 그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매출 성장에 있어서는 불확실성에 노출돼 있지만, 카테고리별 매출 비중의 개선으로 수익성 개선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판단의 근거로 그는 20년과 21년까지는 저마진 카테고리인 명품과 가전 카테고리가 고마진 카테고리인 의류·잡화보다 매출 성장이 뛰어난 모습이 나타난 점을 들었다. 가전 카테고리의 매출 둔화는 이미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의 전환 등에 따라 명품의 매출 성장률이 높아진 기저에 의해 둔화되는 현상도 있다. 그러나 이를 대신해서 의류, 색조 화장품 등의 소비가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대형마트 | 가공식품 판가 인상 기대

대형마트는 성장률만 놓고서 보면 지난 2021년이 최고의 해였다. 기저 부담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내식 수요 특수가 지속되며 성장을 시현한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대형마트들의 매출액이 34조7000억원에 이르며 2.6%의 연간 성장을 이뤄낸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올해다. 2022년은 대형마트 실적의 피크 아웃이 예상된다. 시장일각에서는 올해 외식 수요의 점진적 정상화를 가정한다고 해도 역기저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진단도 나온다. 예상매출 성장률을 -3.8%로 예상한 곳도 있다.

역성장 전망과 관련해서 최윤희 연구원은 “쿠팡, 마켓컬리, 오아시스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트래픽 이탈이 구조적인 가운데 코로나 특수 제거가 더해지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역기저 효과를 감안하고도 소폭 성장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대형마트 업계가 가공식품 판가의 인상 사이클에 따른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분석에 방점을 찍은 전망이다.

이를 기반으로 한 시장분석에 따르면 올해 대형마트는 l~2% 수준의 성장이 지속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이마트의 경우는 5% 이상의 성장률이 전망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타났던 높은 성장세가 크게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본 셈이다. 올해 대형마트가 가공식품 중심의 판가 인상을 본격화하고, 이에 따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해서이다. 이 같은 전망은 지난해 2분기부터 대형마트의 기존점 성장률이 큰 폭으로 반등한 이유를 단순히 내식 수요의 증가라고보기는 어렵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진협 연구원은 “내식 수요가 실제로 증가했다고 할지라도 20~21년의 배달앱 시장의 고속 성장을 보면, 외식 수요가 온전히 집밥을 지어먹는 수요로 이어졌다고 연결 짓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더 중요한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공포감이 컸던 지난해 1분기보다 공포감에 있어 둔감해지는 시기였던 2분기의 대형마트의 기존점성장률이 좋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의 매출 성장을 물가와 연관을 짓는 것이 맞춤하다고 본 것이다. 이는 지난해 2분기부터 신선식품의 가격이 급등한 것이 한 몫을 했다. 물가의 상승이 대형마트의 기존점성장률을 이끌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이라는 것이다. 다만 2020년의 높은 기저로 인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신선식품의 가격이 역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의 성장률이 내년부터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신선식품의 가격이 꺾이는 것이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공식품의 판가 인상 행렬이 본격화된 것이 이를 충분히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시장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하반기의 모습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10년의 신선식품 가격 급등에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0년 호조를 보였다. 신선식품의 가격은 높아진 기저 영향으로 2011년 하반기부터 하락 반전했는데, 이 시기부터 가공식품 물가의 상승이 이를 상쇄해 2010년의 높은 기저에도 불구하고 2011년 대형마트의 기존점성장률은 2%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연구원은 “이 같은 모습이 2022년에도 다시 한 번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면서 “수익성 측면에서 신선식품 보다는 가공식품이 우위에 있기 때문에 상승을 이끄는 드라이버가 가공식품이 된다는 것은 마진율에 있어서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편의점 | 객단가 잡아야 미래있다”

 

코로나19는 모든 유통업태에 어떤 식으로든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편의점만큼 호재와 악재가 공존했던 업종은 없다. 홈술 트랜드와 같은 이른바 ‘집콕’ 문화가 강화된 것은 편의점에 분명히 호재였다. 하지만 학생들이 등교를 하지 않아서 오는 악재도 매우 큰 영향을 주었다. 자연스럽게 지역별, 입지형태에 따라서 개별 편의점의 명암이 극명하게 갈렸다.

물론 편의점 전체 업태로 보면 편의점간 악재와 호재의 상쇄로, 그만큼 타 업태 대비 코로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 지난해 편의점 음료·주류 월평균 매출 성장률은 11.5%에 이르렀다. 주류 특수가 확인된다. 올해는 코로나 특수가 점진적으로는 사라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정상 등교에 대한 기대로 사라진 특수를 상쇄할 가능성이 있다. 또 시장에서는 편의점을 유통 업태 내에서 양적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유일한 업태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실제로 점포 순증(편의점 3사 점포 수: 2018년 3만6000개  2019년 3만8000개  2020년 4만개)과 객수 유입에 기반 한 외형 성장을 시현한 덕이다. 긴급 소비 성향이 강한 탓에 점포 수가 많을수록 고객 접점 확대에 유리하다. 이는 매출 성장으로 이어진다. 다만 이제는 양적 성장의 폭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미 한국의 점포당 인구수가 일본을 하회한지 오래다. 한국 편의점의 과밀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객수 성장률과 점당 매출액 모두 줄고 있다. 전문가들은 “‘객단가’를 잡아야 미래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윤희 연구원은 “식품에서의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편의점이 채널간, 상품간 차별화가 가능한 유일한 품목이기도 해서이다. 여기에 식품은 수익성도 좋다. 식품 마진율은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담배의 마진율 대비 3배 이상 높다.

상권 특성에 따른 매장 내 체류 공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최 연구원은 “온라인으로의 객수 이탈을 방어하기 위해 압도적인 점포 수를 기반으로 다양한 집객 전략을 펼쳤던 게 편의점”이라며 “이제는 편의점도 고객의 체류시간을 증대할 유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면세점 | 매출회복 키워드 ‘따이공’​​​​​​​

시장에서는 올해 면세점의 회복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전반적인 전망이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인 오미크론이 확대되기 이전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팬더믹 상황으로 나아간 2019년에 해외여행과 더불어 면세점 역시 사실상 셧다운을 경험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2년의 코로나19 대응은 당시와는 같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놓고 보면 2019년 개별 관광객 매출의 3분의1 회복을 가정해, 2022년 국내 면세점 매출액은 173억달러로 전망하는 것이 무리는 아니다.

메리츠증권은 이 같은 성장이 전년에 비해서 12.2% 가량 성장할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전제는 있다. 무엇보다 따이공, 일명 중국의 보따리장들의 매출이 전년에 비해서 10%는 성장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따이공은 근래 면세점 최악의 시기인 2019년도에도 90% 전후한 매출을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들의 매출이 전체 면세점 매출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최윤희 연구원은 “2022년 국내 면세점 시장은 ‘성장’ 보다는 회복을 기대하는 편이 낫겠다”면서 “코로나 시대에 전세계 1위로 도약한 중국 면세점은 한국 면세 사업 모델과 유사한 발전 경로를 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연구원은 “따이공 의존도가 사실상 100%에 육박하는 어려운 영업 환경에서 국내 면세점은 이미 매출 증가를 위한 비용 지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올해 2분기부터는 해외여행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재개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이 시기부터는 면세점의 글로벌 리오프닝 모멘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진협 연구원 역시 중국의 영향에서 국내 면세점이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이 연구원은 “한국 면세점 사업자들의 매출 성장은 사드 보복과 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 등의 이슈가 아니라고 할 경우에는 중국의 소비 성장률과 괘를 같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연구원은 “중국 소비 성장률과는 별개로 해외여행 재개에 따른 공항의 트래픽 확대, 그에 따른 매출 확대가 면세점업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내점에서 따이공 대비 면세점의 바잉파워 확대로 수익성이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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