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반집 아들은 날마다 의관을 단정하게 차려입고 시원한 대청에 앉아 글을 읽고 있었다. 그런데 이집 머슴은 하루 종일 뙤약볕에 나가 일을 해야만 했다. 하루는 머슴이 글을 읽고 있는 도련님 옆을 지나면서 탄식을 했다.

“어떤 사람은 팔자가 좋아 시원한 그늘에 앉아 글만 읽고 어떤 사람은 팔자가 고약해 삼복더위에 온종일 밖에 나가 일을 해야 하다니! 아이구 내 신세야!”

이런 신세타령을 들은 도련님이 머슴에게 제안했다. “그럼 나하고 일을 바꿔서 해보세!” ‘머슴은 얼씨구나 좋다’하고 쾌히 받아들이고는, 버선을 신고 의관을 정제한 다음 대청마루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글 읽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 한 시간도 못돼 다리가 절절하고 허리가 아파 안절부절 못하다가 결국 하루를 못 참고 뛰쳐나가고 말았다. 또 19세기 말 미국의 골드러시 때 뉴올리언즈 주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한다. 술집에서 금광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술 한 잔을 시키면 공짜로 점심을 제공했다. 빵, 채소, 소시지, 스프 등은 공짜지만 술은 공짜가 아니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공짜점심을 먹기 위해 그 술집을 찾았다. 그런데 딱 술 한 잔 마시고 점심을 먹는 사람은 없었다. 노동자들은 취할 때까지 마셨는데, 점심 값은 바로 이 술값에 포함되어 있었다. 노동자들이 공짜점심에 현혹되어 술집에 갔다가 공짜 점심을 먹는 대가로 술을 퍼마시는 바람에 알코올 중독자가 부지기수로 늘어났다. 그러자 1896년 뉴욕 주에서는 ‘공짜점심처벌법’이라는 이상한 법률이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선택에 따르는 희생 ‘기회비용’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문구가 1930년대와 1940년대의 문헌에서도 보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은 저명한 공상과학소설 작가인 로버트 하인라인(Robert A. Heinlein)이 <달은 거친 여주인이다(The Moon is Harsh Mistress)>라는 소설에서 “There ain't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라는 말을 사용하면서부터이다. 이 말을 축약하여 TANSTAAFL이라 한다. 그런데 이 문구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사무엘슨(Paul A. Samuelson) 교수가 인용하고, 또 자유주의 경제학의 거봉인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 교수가 저서의 제목으로 사용하면서 사회 각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계기가 되었다.

양반집 아들과 머슴, 그리고 술과 공짜점심 문제는 선택에 따르는 희생의 문제이다. 여기에서 기회비용이라는 중요한 개념이 나온다.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비용의 개념 중 가장 근본적이고도 핵심적인 개념이 기회비용이라는 개념이다.

기회비용의 개념은 비단 경제학자들뿐만 아니라 정부에서 어떤 프로젝트의 타당성 조사를 할 때 기회비용의 개념을 사용하여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을 한다. 특히 공공부문의 성과분석에서는 반드시 기회비용의 개념을 사용해야 올바로 할 수 있다. 기회비용의 개념을 사용하지 않고는 경제성이나 효율성의 문제를 논할 수 없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농부가 100평의 밭을 가지고 있다고 하자. 여기에 감자를 심으면 200㎏을 수확할 수 있고 목초를 재배하면 300㎏을 수확할 수 있다고 하자. 이때 만일 농부가 목초를 재배하기로 결정했다면 그는 200㎏의 감자를 수확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희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즉 목초 300㎏은 공짜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 감자 200㎏을 포기한 대가로 얻어진 것이다.

이때 목초 300㎏의 기회비용은 감자 200㎏이며, 감자 200㎏의 기회비용은 목초 300㎏이다. 그러면 이 농부는 무얼 심을까? 당연히 기회비용이 적은 작물을 심을 것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토지라는 희소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회비용 지불 없인 어떤 가치도 얻을 수 없다

다른 예를 들어보자. 어떤 사람이 식당을 경영하면 월 300만원을 벌수 있다 하자. 그런데 이 사람이 식당경영을 포기하고 네트워크마케팅을 하기로 했다 하자. 이 사람은 네트워커로 일하면서 자동차 운행비, 미팅비용 등 이러저러한 경비를 쓸 것이다. 이때 기회비용은 얼마인가? 바로 300만원이다. 일상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이 아니라, ‘나’라는 자원을 식당경영에 사용하지 못함으로써 희생해야 하는 소득이 바로 기회비용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파트너들을 팀에 진입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대수익이 기회비용을 능가해야 한다. 즉 ‘나’라는 희소한 자원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기대수익이 기회비용보다 큰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손실을 이익보다 과중하게 평가하는 심리적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이를 손실회피(risk aversion) 성향이라 한다. 따라서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해서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앞서 이 사업을 한다고 해서 당신이 손해 볼 일은 전혀 없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안 벌고는 나중 문제이고 당장 손해가 없다는 사실을 믿어야 사람들은 관심을 갖게 되고 대화를 하게 된다.

네트워크 비즈니스로 단기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강조하기 전에, 기회비용의 지불 없이는 어떤 가치 있는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리더들은 알아야 하고, 파트너들에게도 인식시켜야 한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많이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 기회비용, 즉 희생도 커야 한다. 이것은 불변의 자연법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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