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ESG 경영 위한 기업·단체 협업 활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전 세계적 관심이 몰리고 있다. ESG 경영은 단순 매출에만 집중하는 기업보다 환경 보호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때문에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은 물론 투자 유치와 자금 조달에도 유리하게 작용해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중소기업 ESG 추진전략’에도 장기적 과제로 환경 관련 대책이 강조될 정도로 친환경 정책에 대한 각 기업들의 주목도가 커지고 있다.

이에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ESG 경영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근 타 기업 혹은 단체와 협업하며 ESG 경영의 첫걸음을 떼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사용하거나 식품 부산물과 포장 용기 등을 새로운 상품으로 업사이클링하는 방식이다.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로

밀키트 전문 기업 마이셰프는 생활용품 기업 락앤락과 협업해 밀키트를 다회용기에 포장해 배송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마이셰프의 밀키트와 락앤락의 비스프리 스테커블 용기를 구성해 할인 판매하고 락앤락 용기에 밀키트를 담아 배송하고 있는 것. 기존의 일회용 포장 용기 대신 다회용기에 제품을 배송해 밀키트 취식 이후에도 용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협업에 사용된 다회용기는 락앤락의 ‘비스프리 스테커블 라이트 그레이’로, 항균 효과 99% 실리콘 패킹, 환경호르몬 의심물질인 비스페놀A(BPA)가 검출되지 않는 트라이탄 소재, 모노톤 파스텔컬러로 모던함을 살린 디자인이 특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마이셰프 마케팅팀 관계자는 “락앤락과 함께한 새로운 시도는 평소 밀키트 포장 용기를 재활용한다는 고객분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진행하게 됐다”면서 “다회용기로 배송하면 환경은 물론 고객분들이 실용적으로 활용하시는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도 다회용기 사용 장려에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 5월 아모레퍼시픽과 함께 이마트 자양점에 샴푸·바디워시 리필이 가능한 ‘아모레스토어 헤어&바디샵’ 1호점을 국내 대형마트 최초로 선보였고, 연이어 이마트 죽전점에도 LG생활건강과 손잡고 샴푸·바디워시 리필 매장을 열었다.

‘샴푸·바디워시 리필 스테이션’은 맞춤형 화장품법에 따라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가 상주하며 직접 제품을 리필 해준다. 또한 버려진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만든 PCR (Post-Consumer Recycled) 플라스틱 전용 리필 용기(개당 500원)에 300㎖·500㎖ 용량을 선택해 구매할 수 있다. 처음 방문하면 리필 용기를 구매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해 충전하면 되고, 상품을 모두 사용한 후에는 고객이 직접 용기를 세척, 건조시킨 후 매장을 방문하면 맞춤형 화장품 조제 관리사가 용기를 살균해 재충전해준다.

샴푸와 바디워시를 여러 번 충전 구매할 수 있어 일상 속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환경보호에 쉽게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실제로 하루 평균 150여명의 고객이 두 개 매장에 방문해 리필 구매에 대한 안내를 받았고, 하루 30~40여명의 고객이 직접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지난해 9월 대형마트 최초로 환경부, 한국환경산업 기술원, 생활용품 브랜드 슈가버블과 협업해 세탁세제와 섬유유연제를 리필할 수 있는 자판기 ‘에코 리필 스테이션’을 선보인 바 있다. 에코 리필 스테이션은 현재 이마트 6개점, 트레이더스 3개점으로 고객 접점을 넓혔고, 현재 월 평균 2300여명의 고객이 이용하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피로도가 높은 주부 고객부터 환경 캠페인에 관심이 많은 MZ 세대까지 많은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면서 “작은 실천들을 모아 진정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에 앞장 설 것”이라고 전했다.

버려지는 물건에 새 생명을

식품을 생산하거나 배송하며 발생하는 쓰레기에 주목해 친환경을 실천하는 기업도 있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11월부터 푸드업사이클 전문기업 리하베스트와 업무협약을 맺고 맥주부산물(맥주박)을 이용한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까지 맥주 제조 과정에서 자연스레 발생하는 부산물은 영양분이 풍부한 고부가가치 원료임에도 규제 때문에 식품의 원료로 사용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관련 고시 개정으로 지난 7월 1일부터 주류 제조시설에서 주류 이외 제품 생산이 허용됐다. 맥주박을 식품 원료로 업사이클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국내 신생 벤처기업과의 상생과 협력은 물론 버려지던 맥주 부산물을 재활용해 환경문제 해결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오비맥주는 협업의 첫 성과물로 카스 맥주박 ‘리너지바’를 개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통해 선보여 상품성을 확인했다. 또 펀딩 수익금으로 마련한 문구용품과 리너지바를 강남복지재단을 통해 강남구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오비맥주 측은 향후에도 리하베스트와 함께 그래놀라, 시리얼 등 다양한 식품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버려지는 포장재를 업사이클링한다고 나선 기업도 있다. SSG닷컴은 글로벌 재활용 컨설팅 기업 ‘테라사이클’과 함께 새벽배송 포장재를 수거해 재활용하는 ‘그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고객이 배송용 비닐과 다 쓴 드라이아이스 부직포를 집 앞에 내놓으면 SSG닷컴이 수거하고 이를 테라사이클이 원료화해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성식 SSG닷컴 브랜드마케팅팀 파트너는 “이번 그린 프로젝트는 자원 재활용을 통한 친환경 배송의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기획한 것으로, 올해 연말까지 시범 운영을 거친 뒤 향후 쓱배송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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