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판매법 개정방향’ 공동학술대회 개최… 법 개정 한 목소리

다단계판매 업계도 이제는 낡은 법체계를 개정해 스스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학계와 산업계가 한 목소리를 냈다.

한국소비자법학회는 지난 10일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와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직접판매공제조합과 공동으로 학술대회를 진행했다. ‘방문판매법 개정방향’이란 주제로 진행된 이번 학술대회에는 박한길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회장과 어원경 상근부회장을 비롯해 이병준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 어청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 정승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 등이 자리한 가운데 이뤄졌다.

박한길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직접판매는 그 어떤 산업과도 비교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규제 하에서도 지난 20여 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면서 “직접판매 중에서도 특히 다단계판매는 많은 부침을 겪으며 2010년 2조50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약 5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다. 규제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 부분도 없지 않았지만 한편은 강력한 규제가 있었기에 직판사업의 사행성이 줄어들고, 정도를 가는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사료된다”고 전했다.

이어 “하지만 그동안 다단계판매를 규제할 수밖에 없었던 핵심 원인인 사행성이 많이 사라졌고, 대신 가성비라는 소비자중심의 키워드가 점차 자리 잡아가고 있다. 다단계판매가 유통의 한 축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가혹한 규제들이 이제는 조금은 완화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3개월 통지기간, 개정 필요성 충분”

왼쪽부터 박희주 세명대 교수, 김세준 경기대학교 교수, 이병준 한국소비자법학회 회장, 어청수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 박한길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회장 , 정  승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 , 어원경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정신동 강릉원주대 교수

이번 공동학술대회는 ▲후원수당 지급변경을 위한 통지기간의 개정 ▲다단계판매원의 청약철회의 의미와 기간에 대한 검토 ▲개별재화 가격제한의 기능과 한계 ▲다단계판매원의 후원수당 지급비율 등 4가지 주제로 발제와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첫 번째 주제 ‘후원수당 지급변경을 위한 통지기간의 개정’과 관련해 발표자로 나선 김세준 경기대학교 교수는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을 변경하는 경우에 관해 방문판매법 시행령 제28조 제1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현행 통지기간 3개월이 지나치게 장기인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현행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후원수당의 산정 및 지급 기준을 변경하려는 경우 변경 사유 및 적용일을 명시해 현행 후원수당의 산정 및 지급 기준과 함께 ‘적용일 3개월 이전에 다단계판매원에게 통지’해야 한다. 다만 후원수당 산정 및 지급 기준의 변경이 판매원 ‘모두에게 이익’이 되거나 ‘전원 동의’를 받은 경우는 즉시 변경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다.

김세준 교수는 “후원수당 변경을 규제하는 이유는 다단계판매 업체가 고지한 후원수당이 기준과 다르게 산정 및 지급되거나 다단계판매원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러나 후원수당 지급기준을 변경하는 절차를 엄격하게 규제하는 것은 기업이 판매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것 역시 제한하게 된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며 통지기간 단축에 대한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어 “추가적 프로모션은 판매활동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고 다른 판매원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라면 그 지급의 지속성 여부와 무관하게 통지기간 단축이 가능하다”면서 “추가적 프로모션은 지속적 프로모션과 일시적 프로모션을 구분해 일시적 프로모션의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즉시 변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도년 한국소비자원 부연구위원은 “후원수당의 성격이 달라지면 판매원들의 영업활동도 달라질 수 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공격적인 마케팅이 이뤄질 것이고 그리되면 불편한 일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지경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변호사는 “할부거래법이나 가맹사업법 등을 보면 계약내용 변경시 1개월 산정돼 있다. 보험모집 수수료 변경 또한 설계사가 거절하지 않는다면 1개월로 돼있다”면서 “대부분의 업종이 묵시적 필요에 의해 1개월의 통지기간이 일반화되어 있는 반면 다단계판매의 통지기간 3개월은 너무 길다. 개정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했다.

“3개월 청약철회, 어느 나라에도 없는 조항”

이어진 2번째 주제는 다단계판매원의 청약철회의 의미와 기간에 대한 검토로 이뤄졌다. 발제에 나선 황원재 계명대학교 교수는 “다단계판매원의 3개월이란 장기 철회기간은 다단계판매 기업에게 계약의 불확실성에 따른 재정적 불이익을 가져온다”면서 “또한 과도한 예치금을 초래해 이는 반사적으로 소비자들에게도 불이익을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물론 판매원은 소비자가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권리구제방법을 이용할 수 없어 특별한 보호의 필요성이 있지만 최종적으로 소비자와 동일하게 공제조합에 공제금을 신청해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철회권이 인정되는 이상 그 기간이 3개월의 장기여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러나 다단계판매원의 이중적 지위를 고려하면 합리적인 이유 없이 철회권의 기간을 1개월로 단축하는 것도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기간을 줄이기보다 대안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오히려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로 나선 김태오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우리나라처럼 3개월의 장기 청약철회 기간을 인정하는 곳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면서 “길어야 1개월로 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다단계판매를 ‘연쇄판매거래’라 지칭하며 특상법 40조에 의거해 20일의 청약철회 기간을 두고 있고 미국은 연방 차원에서 다단계판매 관련 청약철회일을 규정해 놓은 법률은 없고 각 주법에 따라 30일에서 기한이 없는 경우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다만 FTC에서 25달러 이상의 상품 계약 체결이 영업소 이외의 장소에서 이뤄진 경우 3일 내 계약취소가 가능하다고 지난 2015년 1월 27일 최종 개정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의 경우에는 직소관리조례 제25조에 의거해 소비자, 판매원은 상품을 개봉하지 않은 경우 30일 이내 반품이 가능하도록 정하고 있고 대만은 다단계판매관리법 제20조에 따라 계약 체결일로부터 30일 이내 서면으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이에 김태오 사무국장은 “긴 청약기간은 오히려 사재기에 악용되고 있으며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면서 “따라서 청약철회 기간을 1개월로 축소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피력했다.

“160만원 가격상한선, 존재 자체가 의문”

세 번째 주제는 개별재화가격 제한의 기능과 한계란 주제로 발표와 토론이 이뤄졌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교수는 발제를 통해 “개별재화가격 제한은 다단계판매의 경우 대인판매·연고판매에 의존해 판매조직의 확대에 따른 이익의 증가를 미끼로 사행성을 유발하고 후원수당을 지급받으려는 판매원들의 무분별하고도 적극적인 고가상품 판촉행위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개별재화의 가격을 제한함으로써 이를 최소화한다는 데 그 목적이 있다”면서 “목적에 있어서는 타당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 방법에 있어서도 적정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제품의 특징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일정 금액 이상의 거래를 금지하도록 하는 것은 사적자치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 있고 특정 제품의 경우에는 가격통제로 인해 소비자에게 좋은 제품의 유통을 봉쇄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소비자가 가지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무시한 채 일률적으로 가격을 통제하는 국가의 후견권 남용으로 비춰질 수 있다. 소비자 보호라는 미명하에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정신동 강릉원주대학교 교수는 “과거 소비자원에서 일할 당시 법조항을 보고 심한 가격통제가 아닌가 싶어 상당히 놀랬었다. 160만원이라는 숫자로 못 박는 것은 해석의 논란도 있을 수 있다”면서 “사행성 방지를 위해서였다면 다른 방법이나 제도는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 또한 물가상승률을 대비해도 그 자체도 반영이 되고 있지 않다. 개별재화가격 제한이 왜 필요한지 존재 자체가 의문”이라고 전했다.

박신욱 경상대학교 교수는 “소비자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면서 “다만 160만원이라고 가격상한선을 정하는데 ‘사행성’이란 것은 비겁한 연막탄이 아닐까 싶다. 규제로서 제품가 160만원 상한선으로 못 박아뒀음에도 사행성이란 모호한 데이터만 제시하고 있다. 명확한 수치로 규제를 하려면 그에 합당한 실질적 데이터를 제시해야 한다. 이는 현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시대역행적 규제”라고 피력했다.

“후원수당 지급비율, 탄력적 규제 적용 필요”

4주제인 다단계판매원의 후원수당 지급비율에 대해서는 고형석 선문대학교 교수가 발제에 나섰다. 고형석 교수는 “후원수당의 지급비율은 25년이 넘도록 35%로 고정돼있어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상향돼야 한다”면서 “하지만 일방적인 기준완화보다 일정한 요건이 따르는 방식의 규율이 정당성을 확보하는데 더 효율적이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후원수당 지급비율을 38%로 상향하는 방식보다 일정한 요건 하에 기준을 완화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이에 고형석 교수는 ‘비율 자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방식’과 ‘소비자 비율이 70%를 차지하거나 최근 5년간 공제사고 등이 발생하지 않은 경우’ 100분의 38로 상향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 등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고형석 교수는 “비율 자체를 시행령에 위임하는 것은 법률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행령의 개정빈도나 개정가능성이 탄력적이라는 측면에서 예측가능성이 악화될 우려와 관할관청의 정책적 필요에 따라 비율이 수시로 변경될 소지가 있다”면서 “따라서 법률로써 35%의 비율로 정하되 예외 조건을 명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개정방향이 아닐까 싶다”고 전했다.

토론에 나선 이서영 한국허벌라이프 이사는 “한국의 후원수당 지급비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낮게 책정돼 있어 한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판매원들이 상대적 불이익을 받고 있다”면서 “1995년 이후 25년간 변화가 없었고 또 대부분의 기업들이 건전하고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는 후원수당 지급비율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다단계판매는 이제 품질 대비 가격이 좋은 제품들을 판매하는 업계로 정착하고 있다”며 “소수의 문제적 기업들과 빈도가 낮게 발생하는 위법사례를 관리하기 위해 모든 기업에 엄격하게 규제를 적용하기보다는 대다수 모범적 기업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탄력적인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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