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2022년으로 이어질까?

2021년 코로나19로 인한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유통가는 큰 어려움을 겪었다. 온라인 플랫폼과 편의점 등은 오히려 언택트 문화 확산으로 좋은 실적을 거두기도 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팬데믹 여파는 피해 가지 못했다. 다만 높은 백신접종률, 위드 코로나 전환은 빠른 일상으로의 회복 기대감을 높인 것 또한 사실이다. 온라인 유통 위주로 재편된 유통시장이 2022년 어떻게 오프라인 유통과 조화를 이루며 반등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지난 2020년이 코로나19의 실체를 파악하고 맞서 싸우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시기라고 한다면 2021년은 백신 접종 시작, 치료제 개발 등 코로나19와 공생 가능성을 엿본 시기였다.

지난달부터 시작된 위드 코로나 시점에서 유통가는 기대반 우려반의 상태다. 특히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우선 온라인쇼핑 의존도가 높아진 일반 소비자들의 발길을 오프라인 유통 되돌리는 것이 시급한 상태다. 위드 코로나 상황이지만 연일 확진자수는 2000명 수준을 오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을 맘편히 오프라인 매장으로 유입시키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과 같은 근거리 중소형 매장과 달리 많은 고객이 동시에 모이는 백화점과 할인점과 같은 대형매장은 안전성을 담보하고 고객 방문을 유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코로나19 장기화는 소비자들에게 극심한 심리적 피로를 불러 일으켰다. 코로나19로 인해 느껴지는 사회와의 단절감에서 나타나는 우울감인 ‘코로나 블루’,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분노인 ‘코로나 레드’, 심지어는 도대체 언제까지 이 상황이 지속되는가에 대한 절망감인 ‘코로나 블랙’에 이른 경우도 있다.

이런 소비자들의 불안심리와 다운된 사회적 분위기를 극복하고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데에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위드 코로나와 함께 유통업계는 물론 소비자들 역시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면역력이 생겼다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처음 창궐했던 2020년과 같은 혼란은 겪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유통업계가 현 상황에 맞춘 다양한 변화와 새로운 투자에 힘을 쏟아 왔으며 소비자들 역시 이전과 같은 극심한 불안감에서는 벗어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2022년도 유통업계는 불안요소 보다는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이 되는 좀 더 긍정적인 요소들이 반영된 안정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2021년 9월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업체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8.2% 상승했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2000명대가 최초로 발생한 지난 8월 매출 상승률 6.4%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매출 상승은 백화점과 이커머스 업체가 이끌고 있다. 국내 유통업태 5가지 대형 마트, 백화점, 편의점, SSM(준대규모점포), 이커머스 중 매출 상승률 1위 업태가 백화점 2위가 이커머스 부문이다.

완전히 살아난 백화점…위드 코로나 기대감 고조

올해 백화점 업계는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기대이상의 성적표를 내놓았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체질개선이 올해부터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표방하고 온라인 채널 강화를 위한 인프라 투자와 조직 변경을 진행한 것이 효과를 발휘했다. 백화점 업계는 올해 3·4분기 모두 상승세를 보이면서 코로나19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3·4분기 외형 성장과 함께 내실까지 다졌다는 평가다. 신세계백화점의 연결 기준 매출은 1조6,671억원, 영업이익은 1,0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각각 37.3%, 307.1% 증가했다. 특히 신세계백화점 영업이익이 1,000억원대를 넘은 것은 3·4분기 최초다. 신세계백화점이 올해 들어 3·4분기까지 영업이익은 3,222억으로 지난 2·4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했다.

특히 신세계는 올 3·4분기 백화점 본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규점 출점 효과가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이 기간 신세계는 ▲업계 최초 중층 도입(신세계 강남점) ▲국내 최대 규모의 럭셔리 화장품 전문관(신세계 강남점) ▲업계 최초 식품관 유료 멤버십 도입(경기점) 등에 나섰고, 지난 8월에는 대전신세계 Art&Science를 출점해 두달만에 매출 목표 40%를 초과 달성했다.

현대백화점(069960) 역시 호성적을 꺼내 놓았다. 현대백화점은 3·4분기 연결 매출액이 9,24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9.6%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75억원으로 1년 전(447억원)보다 6.3% 늘었다. 지난 3·4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2조4,718억원, 영업이익은 1,702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51.8%, 2.6% 불었다.

현대백화점도 신규점 오픈 효과를 톡톡히 봤다. 백화점 부문 매출은 4,9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4% 늘어난 586억원으로 집계됐다. 무역센터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7월 초 일주일간 휴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9월부터 매출이 정상화되고, 추석 명절 행사가 호조를 보이면서 실적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롯데쇼핑은 다소 우울한 3·4분기를 보냈다. 롯데쇼핑은 이 기간 연결 기준 매출이 4조6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 영업이익은 289억원으로 73.9% 감소했다. 다만 백화점사업 실적만을 보면 그리 나쁘지 않다. 롯데백화점은 3·4분기 매출액 6,56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보다 5.9%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0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하지만 이는 직원들의 희망퇴직 비용 600억원을 한번에 반영하고 신규점 오픈에 따른 판관비 증가 때문이다. 이를 제외하면 롯데백화점은 영업이익이 88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보다 1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완연한 회복세…대형마트도 선방

편의점과 대형마트도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기대이상의 회복세를 보여 2020년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편의점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실적을 완연하게 회복했다. BGF리테일은 올해 상반기 매출 3조2,017억원으로 지난해 2조9,422억원 대비 8.8%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803억원으로 27% 증가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도 올 상반기 매출 2조777억원으로 지난해 1조9,607억원 대비 6% 증가했다. 영업손실도 지난해 69억원에서 올해 58억원으로 15%가량 손실폭을 줄였다. 이마트24도 지난해 대비 매출이 2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올해 하반기 역시 전국민재난지원금,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의 효과로 회복세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편의점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은 올초 정상등교, 거리두기 완화를 시행하면서 특수입지 점포의 매출이 개선된 영향이 컸다. 또 협업 상품과 차별화 상품, 마케팅 등이 인기를 끌면서 매출 호조를 견인했다.

대형마트 업계 역시 올해 선방했다. 이마트는 올해 상반기 매출 5조7,891억원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영업이익 역시 716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593억원 대비 20.7% 뛰었다. 기존점 신장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롯데마트는 상반기 매출 2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7.4% 하락했다. 지난해 부진점포 축소가 이어지면서 매출액이 하락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판관비 절감 등으로 영업손실은 지난해 510억원에서 250억원으로 절반 가량 손실 폭을 줄였다.

특히 이마트의 경우는 상반기 호실적에 이어 3·4분기 연결기준 순매출액이 6조3,11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보다 6.8% 증가했다고 지난 11일 공시했다. 이마트 분기 매출이 6조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3분기 누계는 10.8% 증가한 18조724억원이다.

3·4분기 영업이익은 1,086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426억원 감소했으나 1~3분기 누계로는 2,395억원을 달성하며 3분기만에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인 2,371억원을 넘어섰다. 별도 기준 총매출액은 3.1% 증가한 4조 3,352억원, 영업이익은 352억 감소한 1,049억원이다. 1~3분기 누계는 각각 7.6%, 131억원 증가했다.

대세가 된 ‘이커머스’…업체간 경쟁은 심화

지속된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은 역시 온라인 유통이다. 이커머스가 언택트 시대의 주류 유통으로 대두되면서 올해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좋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이커머스도 백화점과 함께 유통업계 매출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이커머스 유통업체들 9월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4.5% 증가했다. 온라인 장보기가 보편화되고 e쿠폰 관련 상품 판매 호조가 지속됨에 따라 매출 증가가 이어지고 있다.

이커머스의 가을 매출 상승세도 뜨겁다. 신세계그룹이 지난달 진행한 쓱데이 매출은 지난해 행사 대비 35% 증가한 8600억원을 기록했는데 주로 온라인 계열사들이 견인의 주축인 것으로 분석됐다.

SSG닷컴 매출이 지난해 대비 38%, 신세계까사 56%, 신세계TV쇼핑 172% 증가하는 등 큰 폭의 증가율을 나타냈다.

롯데그룹 통합 이커머스 롯데온 역시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롯데온세상’ 첫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63.1% 오르는 등 역대 일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셀러 상품과 백화점 상품 매출이 전년 대비 3배 이상 신장하며, 부문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기도 했다. 롯데온 방문 고객과 구매 고객도 각각 전년과 비교해 104.7%, 124.9% 높은 수치를 달성했다.

이외에도 이베이코리아는 연말 최대 할인전 ‘빅스마일데이’는 행사 첫날인 지난 1일 하루 동안 누적 판매량 288만5976개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 계산 시 1시간에 12만개, 1초에 33개씩 팔린 셈이다.

이커머스의 승승장구는 위드 코로나 시기에 접어든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이커머스는 소비자들의 주요 소비패턴으로 정착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커머스 시장 재편에 따른 업체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올해 고객 수를 늘린 쿠팡과 네이버가 선두 그룹을 공고히 하는 한편 다른 업체들은 시장에서 반전을 만들기 위해 연합에 나섰다. 온라인쇼핑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다른 업체의 장점을 흡수해 시너지를 만드는 전략이다. 신세계그룹의 이베이코리아와 W컨셉 인수, GS리테일의 요기요 인수 등은 이처럼 약점을 메우고 시너지 창출을 하기 위함이었다. 이외에도 11번가는 아마존과 협업해 해외직구 서비스를 론칭하면서 고객 관심을 이끌었다.

홈쇼핑·면세점 ‘먹구름’…수익성 개선이 관건

반면, 홈쇼핑과 면세점 업계엔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우선 홈쇼핑업계의 경우 전반적으로 매출엔 큰 차이가 없지만 영업이익이 줄었다. 라이브커머스 방송을 비롯한 모바일 전환을 위해 투자비용이 증가한 데다 송출 수수료까지 늘면서 수익 개선이 어려워진 탓이라는 분석이다.

CJENM 커머스 부문인 CJ온스타일은 올해 상반기 매출 6,882억원으로 지난해 7,521억원 대비 8.4%, 영업이익은 636억원으로 지난해 877억원 대비 27.5% 줄었다. GS홈쇼핑은 매출과 취급고가 소폭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이 올해 689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6%가량 감소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해 대비 올해 상반기 취급고는 5.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이 746억원에서 650억원으로 12.8% 하락했다. NS홈쇼핑 역시 매출과 취급고는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이상 떨어졌다.

면세업계 상황은 더 암율하다. 신라면세점은 올해 상반기 매출 1조4,789억원으로 전년대비 14%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지난해 964억원 손실에서 올해 888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신세계면세점은 매출 1조2,882억원, 영업이익 423억원,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매출 8,713억원, 영업손실 7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던 만큼 올해 상반기 실적은 어느정도 회복됐지만 면세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은 어둡다. 백신 보급, 트래블버블 등으로 인한 기대감으로 지난해 대비 올해 1분기부터 실적 회복세에 올라탔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만큼 아직 해외여행 정상화는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보따리상 유치를 위한 프로모션과 할인폭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다만 내년부터 올해와는 달리 해외여행이 다소 자유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통한 반등의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평가다.

한편 업계에서는 내년도 성장률 예측 경우 지난 2년간 성장 걸림돌이 됐던 팬데믹 여파가 백신접종 확대 및 위드 코로나 시대로의 전환을 맞이하면서 올해보다는 소폭 성장세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합리적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이커머스와 오프라인 쇼핑 만족도를 채워주는 백화점이 고객들의 욕구를 서로 보완해 주며 내년에도 유통업계를 견인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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