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둔 국회, ‘독점·착취·상권침해’ 질타

국회의 국정감사가 진행되면서 유통업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화되지 못하고 장기화되면서 온라인 플랫폼 위주의 유통 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유통 플랫폼 기업들의 독점 구조, 골목상권 침해, 수수료 착취 등의 문제점이 제기 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국회에서는 민생과 소상공인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이러한 유통기업들의 문제점에 대한 날 선 비판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상황과 여러 정치적 상황에 따라 올해 국정감사는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내년에 있을 대선과 여러 정치 게이트 등으로 인해 정치적인 부분에 대한 관심이 높상대적으로 은 상태지만 이를 제외하고는 가장 관심을 모으는 분야가 유통이다.

특히 국정감사 이전부터 유통 시장의 대세가 된 온라인 유통 플랫폼들에 대한 문제점에 집중적인 질타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유통가는 긴장하는 모양세다. 특히 국회가 파급력 있는 영업기밀 자료를 요청하거나 기업 대표를 증인으로 요청하는 등 유통가를 단단히 벼르는 있는 눈치다.

지난 5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정무위원회(정무위)와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축위),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중기)가 21대 국감을 위해 유통, 식품기업 등의 대표를 대거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플랫폼’과 퀵커머스의 배달기사, 새벽배송, 골목상권 침해 등을 쟁점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거리두기로 인한 국민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러 정치적인 문제로 민심이 흘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민생과 골목상권 등에 대한 민감한 문제들이 유통기업으로 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 어느때보다 많은 문제 제기와 질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독점적 구조·과도한 수수료 등 문제 제기

삼성전자 사장, 김장욱 이마트24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기홍 한국인터넷PC카페 협동조합장,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 조지현 공간대여 대표,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대표, 정우진 NHN 대표, 공기중 네이버 부사장, 최일규 SK텔레콤 부사장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산자중기위와 과방위에는 김범준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운영사)와 배보찬 야놀자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출석했다. 여당과 야당은 정치적인 면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플랫폼 업체의 독점 구조와 골목상권 침해 문제, 수수료 문제 등은 한목소리로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우아한형제들은 자영업자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착취와 골목상권 침해 등에 대해 집중 질의를 받았다. 이외 배달 노동자들의 처우 등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갔다. 야놀자 역시 숙박업계로부터 과도한 수수료를 받는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정무위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강한승 쿠팡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한편 과방위 국감에선 박대준 쿠팡 대표가 증인으로 참석했다. 8일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도 강 대표 대신 박 대표가 출석한해 쿠팡은 앞서 납품업체 갑질 등 대규모유통업법 위반과 아이템위너 제도 등 불공정거래와 관련해 지적을 받았다.

농축위 국감장엔 이상호 11번가 대표, 전항일 이베이코리아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섰다. 농축위는 이커머스 기업들의 원산지 표기 및 거래상 실질 수수료, 동물용 의약품 불법 온라인 거래 건과 관련한 질의를 받았다.

정무위는 최근 발생한 ‘머지포인트 사태’를 두고 이커머스 업체들에 대해 질의를 이어갔다. ‘폰지사기’ 의혹으로 번진 머지포인트 사태도 올해 정무위 국감에서 다뤄졌다. 머지포인트는 포인트 충전 시 이용자에게 약 2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 서비스다. 파격적인 할인 혜택을 내세운 이 서비스가 금융당국의 우려가 나온 직후 중단됨에 따라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환노위는 참고인으로 박정훈 라이더 유니온 위원장을 소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 주문이 급증하면서 지난 8월에 배달기사가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배달기사(라이더)의 안전과 처우 문제에 대한 질의와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건당 수수료로 수익을 얻는 구조에 단건배달, 빠른배달 등 퀵커머스업계의 경쟁이 과열해지면서 라이더들의 안전과 복지에 관해 집중 질의가 이어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이 국민들의 생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더욱 커지면서 여러 공정성과 사회적 문제들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며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인해 민감해진 소비자들과 높아지는 불만의 목소리를 신경쓸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상황으로 인해 유통 플랫폼 기업들은 더욱 매서워진 잣대속에서 여러 요소를 평가받게 됐다”고 전했다.

거센질타의 핵심은 ‘상생’…과도한 수수료·광고비도 지적

이번 국정감사에는 수많은 유통기업의 총수들이 증인으로 줄소환되었다. 사회분위기상 거센질타들이 이어질 것이 뻔하지만 많은 기업인들이 이번 국정감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줄소환된 유통기업인들에게 쏟아진 거센 질타의 핵심은 ‘상생’으로 압축됐다. 특히 올해는 상생과 관련 논란이 있었던 기업 수장들에 대해서는 보다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지난 5일 있었던 국회 정무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서는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오너리스크와 제너시스비비큐(BBQ) 청년 점포 지원 상황, 야놀자의 수수료·광고비 논란에 대한 위원들의 질의와 질타가 가장 거셌다.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은 회사 매각을 추진했다가 번복한 것과 회사 매각 과정과 매각 금액 등의 의혹에 대한 집중적인 질의가 이루어졌다. 이에 대한 홍 회장은 “제3의 매각 대상을 찾는데 전력을 쏟고 있다”고 밝혔다.

구성원을 보호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홍성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말에 홍 회장은 “잘못을 인정하고 이를 만회할 수 있는 나름의 방법이 회사를 매각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면서 “사전에 한앤컴퍼니와 한 여러 협의 사항이 잘 이행되지 않아 법정소송 중이다. 빨리 마무리해서 모든 구성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가장 적합한 제3자를 찾는데 모든 전력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BBQ는 청년 점포 지원과 관련한 질문에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를 올해 안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정승인 BBQ 부회장은 이날 국감에서 “청년 스마일 프로젝트를 통해 23개 점포가 창업했으며 연말까지 목표한 점포를 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미래꿈 희망기금은 가맹점의 매출과 판매량을 고려해 납부를 유예할 수 있으며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겠다”고 설명했다.

배보찬 야놀자 대표는 과도한 사업 확장과 입점 업체에 부과하는 과한 수수료 및 광고비 등 공정성과 관련된 집중 질문을 받고 질타가 이어졌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놀자는 직영, 프랜차이즈로 약 250여개 관계사를 운영하면서도 임직원들과 관계사들이 모텔을 인수해 중개만이 아니라 직접 운영도 하고 있다”며 “중개 플랫폼은 이용자 데이터를 다 갖고 있는데 그런 곳이 직접 숙박 시설을 운영까지 한다는 게 공정하다고 생각하는가”고 지적했다. 배 대표는 “가맹 사업은 2019년까지만 했고 현재는 신규 가맹점은 받지 않고 있다”며 “기존 가맹점에 대해서는 검토 후 시정하겠다”고 답했다. 입점 숙박업주를 상대로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가 책정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대해 “그동안은 수수료나 광고비가 적절하다고 판단하고 운영해 왔는데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으니 추후 더 검토를 해서 시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배달 플랫폼, 개인정보 유출 우려…골목상권 침해도 질타

배달 플랫폼에 대한 문제점도 국정감사를 피해가지 못했다. 특히 배달 플랫폼의 성장에 따른 수많은 소비자 개인정보에 대한 유출 우려와 영역을 확대해 나감에 따른 골목상권 침해 등이 집중 포화를 받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박대준 쿠팡 대표와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대해 대책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정숙 무소속 의원의 개인정보 유출 관련 질의에 박 대표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는 한국에 저장되며 전담조직은 한국에 있다”면서 “개인정보 열람을 차단하고 국내 또는 안전한 곳으로 이전해 중국에 제공되거나 열람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체의 골목 상권 침해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대표적으로 배달애플리케이션 1위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퀵커머스 ‘B마트’가 도마위에 올랐다.

지난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중소벤처기업부 국감에서 B마트가 골목상권을 침해해 중소상공인의 피해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B마트’는 퀵커머스 서비스로, 우유와 달걀 등을 주문하면 물류센터를 활용해 30분 안에 집 앞까지 배달해준다. 퀵커머스 서비스는 B마트를 비롯해 쿠팡, GS리테일 등 유통업계 전반에서 경쟁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는 분야다.

산자중기위 국감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9년 4분기 출시한 B마트는 지난해 매출 1477억원을 달성하는 등 1년 만에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확대했다”며 “배달의민족이 B마트까지 진출하냐는 중소상공인 불만이 많은데 퀵커머스 사업을 꼭 해야하냐”고 말했다.

증인으로 참석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B마트가 기존 시장을 침탈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이라면서 “B마트는 당장 구매가 곤란한 사람들이 주문하거나 1만원 이상 주문해야 하는 등의 특징이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B마트가 신규 수요를 창출한다고 얘기해선 안된다”며 “B마트 출시 이후 슈퍼마켓과 편의점 주 이용 고객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편의점 매출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계속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어 B마트 서비스 출시가 시장 잠식으로 이어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이후 어쩔 수 없이 일어난 현상”이라고 밝혔다.

또 “이 퀵커머스 형태가 처음이다 보니 물품을 사입해 직접 운영하는 이유도 있다”며 “소규모 동네 마트 등 업체들이 배민에 입점해 그들이 비대면 서비스로 고객과 만나는 채널을 확장하는 걸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민 측은 현재 직매입으로 운영하는 단계지만 향후 지역 소상공인들과 상생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 강조했다. 또한 B마트 신규수요가 편의점 추가 매출을 견인하도록 만들겠다는 복안도 밝혔다. 이밖에도 배달기사 처우 개선 관련 직고용 방안도 검토 중이라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양이원영 무소속 의원은 “라이더를 직접 고용하면 최저임금 준수 문제나 산재보험, 퇴직금 지급 등 문제가 해결된다”며 “직접 고용을 검토해본 적 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라이더들은 자유로운 특수고용직 형태를 선호하는 것 같지만 시장 상황이나 수요가 있을 경우 검토할 수 있다”고 답했다.

제기된 지적에 대부분 순응…구체적 방안은 여전히 미흡

이번 국정감사에 소환된 유통관련 기업들의 경우 여야가 지적하는 여러 문제에 대해 대부분 수용하는 분위기였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격앙되어 있는 소상공인들과 영세상인들의 감정을 건드리기 쉽지 않았다는 평가다. 또한 여야 의원들 역시 민심을 반영해 예년보다 강도 높은 문제제기에 나섰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으로 몇 년 사이 몸집을 크게 불린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공정성, 도덕성을 기반으로 한 여러 문제제기를 통해 이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졌다는 평을 얻고 있다. 다만 이런 문제점들에 대한 기업들의 구체적인 방안의 마련을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국정감사를 지켜본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의 많은 지적에 대부분 순응하는 분위기 였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지적에 대해서 당장 눈에 띄는 방안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며 “제기된 문제점에 대한 완벽한 사업 수정이 이루어지지는 못하겠지만 향후 온라인 유통 플랫폼이 보다 공정성과 도덕성에 기초한 사업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다만 기업의 입장에서도 제기된 모든 문제에 대한 전면적인 사업변경이나 사업철수는 어렵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타협과 중재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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