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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류를 얻는자, 유통을 지배한다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1.07.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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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통업체들이 물류역량 강화를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e커머스의 대표 주자인 쿠팡이 물류 경쟁의 불을 지폈다. SSG닷컴을 앞세운 신세계가 물류에 대한 투자로 맞불을 놓았다. GS리테일 등 편의점도 물류인프라 확장에 나섰고, 백화점과 같은 전통적인 유통채널도 물류 경쟁에 사활을 걸었다. 유통가는 물류인프라 확장을 기반으로 로켓배송을 넘어서는 속도 경쟁으로 진화하는 추세다. 현재 진행형인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 유통 업태를 불문하고, 물류인프라를 통한 혁신적인 배송의 중요성이 부각된 결과이다.

배송 속도를 표면에 내세운 유통업계의 물류인프라 확대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170여개 물류센터를 보유한 쿠팡은 이미 지방 주요 거점도시에 초대형 물류센터 구축을 시작했다. 신세계그룹은 SSG닷컴을 중심으로 대형 물류센터 구축과 함께 전국 160개 이마트를 물류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유통업계에서는 택배로 반나절 안에 배달하는 로케배송에 이어서 서너 시간 안에 배송하려는 시도까지 진행되고 있다. 유통업계가 물류인프라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급격히 달아오르고 있는 퀵커머스 시장이 최전선이다.

하이투자증권 임수연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GS리테일이 ‘우동마트’라는 퀵커머스(Quick Commerce) 서비스를 시작한 데에 이어서 쿠팡도 자사 배달 앱인 쿠팡이츠를 통해 일부 지역에 퀵커머스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

퀵커머스는 식품, 생필품 등을 주문 후 30분~1시간 이내에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국내에서 퀵커머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기업은 우아한형제들의 배달의민족이다. 지난 2019년 11월 배달주문 플랫폼 배달의민족에서 B마트 서비스를 출시한 것이 시초다. 시장이 초기 단계이다 보니 시장 규모도 아직까지 크지 않다는 게 임 연구원의 진단이다.

임 연구원은 우아한형제들을 인수한 딜리버리 히어로의 자료를 토대로 2020년 B마트의 시장규모는 1억200만 유로(1373억원), 배달료가 포함된 총매출액은 1억700만 유로(1441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프로모션 등으로 인해 B마트 사업은 지난해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여러 기업들이 퀵커머스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임 연구원은 “퀵커머스가 향후 e커머스 시장 내 주요 하위 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이 같은 현상을 분석한다.

SK증권 유승우 연구원은 쿠팡이 7월 초에 송파구 일부 지역에서 퀵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한 것과 관련해서 “퀵커머스는 퀵서비스와 택배 사이의 서비스”라고 정의했다.

유 연구원은 “퀵서비스는 비싸지만 빠르고, 택배는 저렴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7시간~하루(쿠팡 로켓배송 기준)가 걸린다”면서 “과거부터 그 사이 영역에 대한 소비자 수요는 본능적으로 존재했고, 퀵서비스의 속도로, 택배의 가격으로 배달을 해주는 퀵커머스가 배달의민족 B마트 이후로 다양한 커머스 기업들에 의해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중 쿠팡이 시작한 퀵커머스는 MFC(마이크로풀필먼트센터)를 거점으로 지난달 일본 도쿄 일부 지역에서 시작한 서비스와 유사하다. 유 연구원은 “퀵커머스는 e커머스 영역을 흡수하며 공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증권가에서는 퀵커머스 확대 전망에 대체로 일치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임 연구원은 “소비자의 긴급 구매 니즈는 항상 존재해왔지만 이전까지는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을 만큼 물류, IT 환경 및 마인드셋이 따라오지 못했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e커머스 시장 발전에 따른 인프라 구축 및 팬데믹으로 인해 비대면 소비가 일상화되면서 긴급 구매 니즈에 대응할 수 있는 퀵커머스가 본격적으로 태동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임 연구원은, 예전에는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에 대해 다양한 상품 구색과 저렴한 가격을 요구했었지만 지금은 그뿐만 아니라 빠르고 안전한 배송까지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e커머스 시장에서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가 주요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은 자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전에는 새벽배송이 마켓컬리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었지만 지금은 여러 e커머스 업체들이 새벽배송을 제공하면서 시장 확대를 견인하고 있는 것이 반증이다.

임 연구원은 “퀵커머스도 아직은 시장 초기이지만 시장 플레이어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차별화된 배송을 통해 편리함을 맛본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향후에는 새벽배송처럼 보편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실시간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라이브 커머스와 퀵커머스가 결합된다면 물량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수익성 개선도 가능해 퀵커머스는 향후 다양한 서비스와도 결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같은 맥락에서 퀵커머스 사업에 진출한 GS리테일의 장기 방향성도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GS리테일은 ‘우동마트’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에도 타사 배달주문 플랫폼을 통해 편의점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우동마트 론칭은 자사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 및 트래픽 확대뿐만 아니라 O2O 사업의 확대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시장 규모나 사업 초기 수익성을 감안시 아직까지 퀵커머스 사업을 통한 GS리테일의 기업가치 재평가는 어렵다는 의견도 가능하다.

임 연구원은 “하지만 경쟁사와 달리 커머스 산업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 “편의점 등 오프라인 매장의 물류센터화를 통해 물류 역량 강화 및 O2O 서비스를 확대하며, 온·오프라인을 융합하는 전략은 향후 예상되는 오프라인 유통 산업의 변화에 대응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유 연구원도 “퀵커머스는 국내 e커머스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특히 그 동안 e커머스 성장으로 대형마트, 백화점을 포함한 대다수 유통 채널이 피해를 보는 가운데 편의점 업종은 1인 가구 증가의 수혜를 입었는데 퀵커머스는 편의점 업태 탑라인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제했다. 유 연구원은 이어서 “오프라인 점포를 거점으로 e커머스에 대한 대응을 하는 편의점과 그렇지 않은 편의점의 중장기적 성장성이 좌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속도경쟁…배송능력이 물류역량

배송 속도전쟁에 전통 유통 강자인 백화점도 참여했다. 거리두기 4단계 격상 이후 현대백화점은 7월말부터 서울 압구정동에서 백화점 식품관의 신선식품을 주문 30분 내 배송해주는 ‘신선식품 즉시 배송 서비스’를 시범운영에 나섰다.

쿠팡의 총알배송을 넘어서는 것을 물론이고 퀵커머스의 배달 속도도 뛰어넘는다. 마지막 배송 단계에서 상품을 준비해 배송차에 싣는 과정을 없앴기에 가능한 속도이다. 물류인프라 구축의 새로운 시도로 주목 받고 있다.

즉시 배송은 현대백화점은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이동형 냉장 물류창고를 활용해서 가능했다. 현대백화점 신선식품 배송에 이용되는 차량은 현대자동차가 전기 트럭 포터 EV를 ‘이동형 MFC(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도심형 물류창고)’로 개조한 것이다.

전기트럭인 동시에 냉장·냉동이 가능한 물류창고 기능을 갖춘 트럭이다. 기존 냉장·냉동 배송차는 마이크로 풀필먼트 센터에서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실을 뒤 배송지로 간다. 이와 달리 이동형 MFC는 미리 상품을 보유한 상태에서 배송지 근처에 있다가 주문이 들어오면 물류 센터를 통하지 않고 바로 배송지로 간다. 배송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이번 시범 운영에선 이동형 MFC 네 대가 과일·야채·정육 등 60여가지 신선식품을 싣고 서울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반경 3Km내 지역을 순회한다. 이 지역에 있는 고객이 현대백화점의 식품 전문 온라인몰에서 신선식품을 주문하면 재고가 있는 경우 배송지에서 가장 근접한 차량이 배송을 나간다. 현대백화점은 오는 10월까지 이동형 MFC 시범운영을 마치고 다른 점포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신세계의 온라인 공략 주축인 SSG닷컴은 기존의 ‘쓱배송’ 주문 마감시간을 늘려 당일 배송 서비스를 확대한다.

SSG닷컴은 이마트 성수점 PP(Picking & Packing)센터 배송권역의 당일 쓱배송 주문 마감 시간을 기존 오후 1시에서 오후 7시까지로 6시간 더 늘렸다. PP센터는 이마트 점포 안에 있는 별도의 ‘온라인 주문 처리 공간’을 의미한다.

SSG닷컴은 향후 더 많은 고객이 쓱배송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성수점을 시작으로 자양점, 왕십리점 PP센터를 비롯해 10월까지 수도권 및 지방 광역시 20개 매장에도 같은 정책을 적용할 계획이다.

SSG닷컴은 주문 마감 시간을 늦추면서 배송 가능한 물량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SG닷컴은 7월 기준 용인과 김포에 위치한 최첨단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NE.O)’ 3곳에서 1일 8만여 건, 전국 110여 곳의 PP센터를 통해 1일 6만여 건 등 하루 최대 14만여 건의 주문을 처리하고 있다. SSG닷컴은 올 하반기에 이마트 점포 리뉴얼을 통해 10곳 이상의 PP센터 물량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마감 시간도 순차적으로 늘려 연말 기준으로 하루 최대 15만여 건의 주문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도 쓱배송의 경우 주문 당일부터 최대 4일 뒤까지 배송 시간대를 골라 주문 예약이 가능하다. 하지만 당일 늦은 시간이라도 배송을 원하는 고객의 수요를 고려함과 동시에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및 비대면 쇼핑 활성화로 늘어난 온라인 장보기 수요를 대응하기 위한 일환이라고 SSG닷컴 측은 설명했다.

SSG닷컴이 쓱배송으로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최대 주문 건수 대비 실제 주문이 접수된 비율을 나타내는 ‘주문 마감률’은 80%대 중반에서 최근 90%대 중반으로 상승했다.

안철민 SSG닷컴 SCM담당은 “저녁 시간대 당일 배송 주문에 대해 고객 선호 경향이 뚜렷해지면서 배송시간을 늘리는 것을 검토해왔다”며 “서울 지역 PP센터 권역을 시작으로 당일 배송을 주요 지역으로 확대해 고객 만족도를 한층 더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e커머스 급성장, 물류·배송 격전장

유통업체들은 이처럼 물류인프라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배송 경쟁을 강화하고 있다. 배송은 고객과 직접 맞닿아 있는 차별화 요소로 드러난다. 이를 위한 물류 인프라의 확대는 필수불가결한 생존방식으로 인식된다. 유통업계 전문가들은 물류 경쟁이 가속화된 배경으로 무엇보다도 온라인 시장의 급속한 확산지세를 꼽는다.

글로벌 종합 부동산 서비스기업 CBRE 시장조서보고서를 보면 국내 e커머스 시장은 기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19.7% 성장했다. 전체 소매 매출 대비 e커머스 시장 비중은 2013년 10.9%에서 2019년 28.6%로 확대됐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 거래액은 통계청 기준 약 161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올해는 이보다 16.5% 더 성장한 180조원 후반대의 거래액을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e커머스 시장이 이처럼 급격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의 컨센서스이다. 자연스럽게 유통업체들은 물류·배송 인프라를 강화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희미해졌으며 소매업과 물류업 간의 경계도 허물어졌다”며 “‘좋은 장소, 멋진 매장, 친절한 종업원’이란 소매업의 정체성 혹은 원칙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매업의 정체성이 물류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배송방식에 확보되고 있다는 시각이다.

그러면서 서 교수는 “코로나19로 오프라인 소매업의 종말이 빨라졌고 e커머스와 물류업의 약진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2년여 가까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 유통가에서는 온라인의 성장에 기름을 부었다는 의미다.

이상근 인천대 전문교수도 이 같은 진단에 동의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런 흐름을 되돌릴 수 없다고 봤다.

이 교수는 “온라인 쇼핑 에 중년층, 노년층 등 새로운 이용자가 크게 유입됐다”면서 “이미 전체 소비에서 빠른 속도로 비중을 높여 왔던 온라인 쇼핑은 이번 사태(코로나19) 직후 더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특히 코로나19 사태 기간 동안 구매력을 가진 중·노년층의 새로운 이용자는 온라인의 편리하고 빠르고 단순한 쇼핑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이들이 이 기간을 통해 온라인 쇼핑에 친숙해지면서 사태가 끝난 후에도 온라인 쇼핑에 락인돼 오프라인으로 되돌아가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이 교수는 온라인 구매 상품군도 크게 확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교수는 “2003년 사스로 인한 격리가 일상화됐을 때 전자상거래 붐이 일었고, 이후 패션, 화장품 등 소비재의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됐었다”면서 “코로나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와 이를 겪고 난 앞으로도 온라인 쇼핑이나 O2O 서비스를 이용한 신선식품, 의약품, 보건·위생용품과 생필품 등 FMCG(일용소비재)전반에 걸친 구매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이어서 “장기적으로 자동차, 부동산 등 온라인 판매가 어려웠던 비표준 상품도 새로운 상품군으로 등장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배송에 대한 급증도 당연한 현상으로 이해됐다. 이 교수는 “오프라인 매장은 옴니채널 형태 매장으로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소비자가 비대면 쇼핑을 선호하고, 대중 교통수단을 기피하면서 온라인 구매 후 오프라인에서 직접 수령하거나 오프라인 구매 후 배달의뢰 등 O2O와 옴니채널 전환이 급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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