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변화와 함께 300여개 등장…집·건강 관련이 많아

전세계를 팬데믹에 빠뜨린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지 1년이 지났다. 코로나19 상황이 길게 이어지면서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일상의 변화는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일상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것이 바뀌었고, 또 바뀌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는 많은 신조어들을 탄생시켰다. 실제로 경북대 언어정보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 300여개의 신조어가 출현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브리핑에서는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신조어를 통해 설명했다.

집에 대한 관심과 가치 ‘업’

코로나19 발생 1년 동안 가장 많이 언급된 신조어는 단연 ‘언택트(Untact)’였다. 언택트는 부정 접두사인 ‘언(un)’과 접촉을 뜻하는 ‘콘택트(contact)’의 합성어로,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외출 및 모임 자제, 재택근무 증가 등으로 나타난 비대면·비접촉 현상을 가리킨다. 언택트는 지난해 연말 한 인터넷 포털사이트가 조사한 가장 많이 찾은 단어 순위에서도 2위를 기록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사용했다.

언택트에 이어 ‘온택트(Ontact)’도 등장했다. 언택트에 ‘온라인을 통한 외부와의 연결’을 의미하는 ‘온(On)’을 더했다. 온라인을 통해 다른 사람과 비대면 접촉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또한 본의 아니게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과 관련한 신조어들이 다수 출현했다. 집에서만 지내는 생활을 의미하는 ‘집콕’은 이제 유행어가 돼 집콕 댄스, 집콕 놀이, 집콕 취미, 집콕 데이트, 집콕 요리, 집콕 테스트, 집콕 놀이키트 등으로 파생됐다.

재택근무, 온라인수업 등으로 집 안에 콕 박혀 머무르는 ‘집콕족’과 ‘홈(Home)’과 놀이하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루덴스(Homo Ludens)’가 합쳐진 ‘홈루덴스(Home Ludens)족’은 코로나19 이후 신인류로 불리고 있다. 홈루덴스족은 집을 아늑하게 꾸며놓고 집안에서 바깥 부럽지 않은 여가 생활을 즐기는데 집중하면서 집안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취미 관련 도구들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밖에도 집에서 운동하는 ‘홈트(홈 트레이닝)’, 집안이나 베란다, 옥상 등을 활용해 캠핑 온 듯한 분위기를 내는 ‘홈캠핑’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홈트가 보편화되면서 ‘홈짐’도 신조어로 등장했다. 홈(Home)과 체육관을 뜻하는 짐(Gym)의 합성어로 체육관에서 볼 수 있던 다양한 운동기구들을 집에 마련해놓고 꾸민 나만의 체육관을 말한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소비 형태의 변화

코로나19로 인해 건강에 관한 관심도 부쩍 많아졌다. 그 덕에 밀집·밀폐된 실내공간을 벗어나 운동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관련한 신조어가 다수 등장했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실내체육시설의 출입이 어려워지자 산에 있는 운동시설이 ‘산스장’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산스장은 산과 헬스장의 합성어다. 공원과 헬스장을 합한 ‘공스장’도 있다.

코로나19는 소비 형태의 변화도 가져왔다. 재택근무가 확산되자 소비 반경이 도심 대표 상권에서 집 인근으로 옮겨갔다. 슬리퍼를 신고 편한 복장으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은 ‘슬세권’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슬세권은 슬리퍼와 역세권의 합성어로 가까운 곳에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많아야 좋은 입지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카페에서 공부를 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카공족’은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이후 빵집으로 건너가 ‘빵공족’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보복소비’도 등장했다. 외부 요인으로 억눌려 왔던 소비심리가 상황에 맞물려 한꺼번에 분출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국내에서 보복소비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는데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국내 여행의 수요가 치솟았고 고가의 명품과 고급가전기기의 판매율은 상승했다.

우울감 뜻하는 신조어도 등장

길어지는 코로나 사태에 지쳐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반영한 신조어도 있다. ‘코로나 블루·레드·블랙’이 그것이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신조어 ‘코로나 블루(Corona blue)’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상에 큰 변화가 닥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을 뜻한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람들이 자신도 언제 감염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무기력과 불안에 시달리는 감정을 의미한다. 지난해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 만 20∼65세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0.7%가 코로나 블루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최근에는 이를 넘어 분노를 나타내는 ‘코로나 레드(Corona Red)’나 암담한 감정을 느끼는 ‘코로나 블랙(Corona Black)’이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이와 함께 코로나의 상징적인 물품인 마스크와 관련된 신조어도 있다. 코로나 사태 초기에는 마코인(마스크+비트코인), 금스크 등이 출현했는데 마스크 5부제, 비말 차단용 마스크, 마스크루프, 턱스크, 호모마스크루스로 발전했다. 9월 3일 최초로 출현한 호모마스크루스는 마스크 착용이 생활화된 인류의 삶을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와 유사한 서열로 용어화했다.

남길임 경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코로나 19로 인한 위기 상황이 세계 인류의 생활 전반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한국어 신조어의 분석을 통해서도 확인됐다”며 “독일, 영국 등에서 세계적으로 코로나 신조어를 수집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한국어 역시 ‘애프터코로나’, ‘위드코로나’ 이후 코로나 종식까지 신조어의 출현을 추적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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