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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희망가’ 쓸까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09.0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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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가의 맏이 격인 백화점이 오프라인 유통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온라인의 공세에 더한 전세계 팬더믹으로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의 질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다중이용시설 방문 자제 등이 수개월째 이어지자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실적은 곤두박질쳤다.
다만 백화점 매출은 2분기를 기점으로 회복의 전기를 마련한 듯 보인다. 명품을 앞세운 실적회복에 공을 들이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백화점은 유통가 최대 성수기인 추석 시즌을 앞두고 있다. 일찌감치 예약판매를 시작했다. 겨울상품을 앞서서 판매하는 역시즌 행사에도 공을 들였다. 향후 오프라인 유통의 성패가 올해 가을시즌에 달려 있다고 본 것이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와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업계 빅3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지난 2분기 희망의 불씨를 살렸다. 백화점은 생존과 미래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서 실적 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역대 최악 실적을 기록했던 1분기에 비해 2분기 실적이 개선됐다. 그리고 하반기 실적 반등에 기대감이 살아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2분기 매출 6665억원, 영업이익 439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매출 6063억원, 영업이익 285억원) 대비 실적이 늘었다. 명품 판매 호조에 힘입었다.

신세계백화점도 2분기가 전분기 대비 매출 6.9% 성장했다. 현대백화점은 영업이익은 떨어졌지만 역신장세가 1분기 17.7%에서 10.3%로 반등하며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3사가 부진한 실적을 거뒀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감안할 때 선방한 것으로도 평가되고 있다”며 “하반기 실적 반등을 위한 업체들의 노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해외명품과 가전이 소비 회복 흐름을 타면서 매출이 다소 살아났다. 신세계백화점도 명품 판매가 28% 신장하며 소비심리 회복을 부추겼다. 코로나19에 발목을 잡힌 소비자들의 보상심리로 인해 해외 명품이 잘 팔리면서 체면치레를 한 셈이다. 특징적으로 면세점 예물을 사지 못한 예비부부들이 백화점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분석이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해 면세점을 찾지 못한 일부 소비자들이 국내에서 소비에 나선 것으로 집계됐다는 것이다. 백화점에 등록된 예비 부부 인원이 늘고 명품 구매 금액도 증가세를 보인 것이 하나의 반증으로 제시됐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결혼을 준비하는 예비부부가 가입 가능한 웨딩 전용 회원제 서비스 ‘롯데웨딩멤버스’의 올해 1∼7월 가입 고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로 늘었다. 이들 예비부부의 명품 구매 금액도 같은 기간 120%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며 면세점과 해외에서 구매하던 명품 예물을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롯데웨딩멤버스는 가입 후 9개월간 백화점 구매 금액에 따라 마일리지를 적립해 롯데백화점 상품권을 받을 수 있어 예비부부들이 쇼핑 시 가입을 선호한다. 통상 롯데웨딩멤버스 고객의 구매액 중 40% 이상이 해외명품으로 집계됐다. 여름 휴가철 면세점에서 이른바 ‘명품 화장품’을 사던 소비자들은 일부 온라인 쇼핑몰을 찾았다.

신세계백화점의 연결 종속 법인인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본격적인 바캉스 기간인 최근 한 달 사이 이 회사의 자체 온라인몰의 뷰티 부문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459% 증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코로나19로 온라인을 통한 고가 화장품과 향수 구매가 늘어났다고 해석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언택트 소비 트렌드가 명품 화장품 업계에도 반영되며 온라인 쇼핑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출국 시 면세점을 통해 고가의 화장품을 면세 가격으로 구매하던 고객들에게 기획전 등의 혜택이 많은 온라인이 새로운 쇼핑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매출이 크게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고가의 골프 제품이나 집단장과 관련된 백화점 매출도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특정지역의 경우 상반기 골프 상품군을 구매한 30대 고객은 20% 가까이 증가했다. 또 비대면 레저활동이나 여행 대신 휴가철을 맞아 소파, 침대 등 홈인테리어 투자를 늘린 고객도 늘었다. 리클라이너 전문 일부 브랜드의 경우 이 기간 판매량은 3배 이상 늘었으며 시몬스 등 침대 브랜드도 30% 이상 판매가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가구 상품 판매가 그 지난해 보다 4.6% 감소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해외여행 등 휴가를 맞아 그동안 소비해오던 비용을 집을 꾸미기 위한 투자로 바꾼 경우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롯데백화점 측의 해석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여름 휴가철 소비 트렌드가 크게 바뀌고 있다”며 “이러한 트렌드는 추석을 지나 늦가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관련 브랜드 확대 및 마케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 나홀로 성장 ‘명품’

백화점이 살아날 수 있다는 희망은 ‘명품’을 기반해서 쓰여 지고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명품 카테고리의 경우 다시금 성장률이 20%를 상회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완벽하게 회복됐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구매 수요가 여전한 가운데, 최근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 인상을 진행한 효과가 반영되는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종합적으로 평가해볼 때 여러 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백화점) 실적은 2분기를 바닥으로 하반기에 빠르게 개선 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명품은 실제로 백화점 실적 상승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백화점 고객들의 명품 선호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자료를 보면 올해 상반기(1~6월) 주요 백화점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여성 캐주얼(-34.9%)과 남성 의류(-23%) 등 패션 상품군이 고전하면서 백화점 전체 매출이 14.2% 감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 홀로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 명품이 도드라진다.

해외 명품의 비중이 높은 갤러리아백화점은 올 상반기 유일하게 매출이 4% 신장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는 “코로나 여파로 명품관 매출의 10%를 차지했던 외국인 고객이 증발했지만, 그 자리를 ‘고메이 494 한남’을 통해 유입된 신규 고객이 메웠다”며 “압구정점은 현재 명품 비중이 70%가 넘지만, 앞으로도 명품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광교점도 올해 안에 3대 명품(샤넬, 에르메스, 루이비통) 중 하나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을 이끈 게 젊은 세대라는 점도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올 상반기 20대 이하와 30대 명품 매출 신장률은 각각 25.7%, 34.8%였다. 40대(13.7%)와 50대(10.5%) 수치를 크게 앞질렀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20~30대 명품 매출 신장률이 30.1%로 작년(20.3%)보다 증가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백화점을 찾는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드는 가운데, 명품 구매를 위해 찾는 밀레니얼 세대가 늘고 있다. 아무래도 명품은 직접 구매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라며 “이런 추세를 반영해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높은 해외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 선물, 비대면 공략

유통업계에서는 하반기 실적을 판가름할 기준점으로 3분기를 보고 있다. 통상 2분기는 백화점 비수기인 관계로 3분기 들어 영업이익이 증가세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추석 수요가 있어서 실적 만회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 선물세트를 비롯해 명품·패션 카테고리에서 소비가 살아나는 시점으로 백화점 업계의 성수기이다. 실적 반등을 꾀할 최대 분수령으로 보는 것이다. 지인이나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하지만 명절 동안 고생한 자신을 위해 ‘보상 소비’ 수요도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서 오는 10월 1일 추석을 앞둔 백화점 업계는 추석 선물세트 예약판매를 일찌감치 시작했다. 아울러 ‘비대면 소비’를 겨냥한 서비스에도 공을 들였다. 2분기 명품 소비 증가로 살린 희망의 불씨를 추석을 기점으로 완연한 회복세로 전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유통가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8월 24일부터 9월 13일까지 총 21일간 추석 선물세트 예약 판매를 진행한다. 이 기간에 구매하면 정상가격 대비 최대 70% 가량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고, 전국 어디나 원하는 날짜에 배송이 가능하다. 명절 최고 인기 상품으로 꼽히는 한우는 5~10%, 굴비는 최대 30%, 청과는 15~20%, 곶감·건과는 15~20%, 와인은 20~70%, 건강식품은 10~50% 가량 할인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홈술 트렌드도 반영됐다. 집에서 와인을 즐기는 고객들을 위해 와인 물량을 20% 늘려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 상품을 70%가량 늘리고, 온라인에서 주문하고 오프라인에서 픽업 할 수 있는 O2O 상품도 강화하는 등 언택트 트렌드에 맞는 선물세트를 강화했다”며 “사전 예약 판매 물량도 전년보다 20% 가량 늘리는 등 사전 예약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하고 편의를 높이는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백화점도 코로나19로 온라인 소비 수요가 늘어난 것에 발맞춰 온라인 단독 상품을 지난해 추석보다 20~30% 늘렸다. 온라인 예약판매는 9월 7일부터 순차적으로 자사 온라인몰 더현대닷컴과 현대H몰, 식품 전문몰 현대식품관 투홈 등에서 개시된다. 또 오프라인에서 물품을 구매하더라도 모바일을 통해 배송 주소 등을 사전 접수할 수 있게 했고, 판교점을 비롯한 일부 지점은 접수창구 앞에서 기다리지 않도록 카카오톡 대기 알람 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올 추석은 예년보다 18일 늦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직접 대면하기보다는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고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사전 예약 판매 기간을 앞당겨 명절 선물을 미리 준비하려는 고객들의 편의를 높이고 사전 예약 물량도 지난해보다 20~30% 확대해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추석 성수기 준비에 더해서 백화점들은 역시즌 행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때 이른 겨울 신상 ‘플리스’를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패션에 민감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했다. 가을 신상에 더해 겨울 신상까지 앞당겨 출시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내셔널지오그래픽, 컬럼비아와 함께 겨울 대표 아우터 ‘플리스’의 한정 판매에 들어갔다. 플리스는 폴리에스터 소재 표면을 양털처럼 보이게끔 가공한 직물이다. 패딩 못지않은 보온성과 디자인 등으로 지난해부터 젊은 고객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월소니 플리스 재킷’을 전 점포에서 단독으로 선보인데 이어서 컬럼비아의 ‘헬베티아 플리스 티셔츠’을 2만벌 한정으로 신세계 강남점, 센텀시티점, 타임스퀘어점 등 9개 점포에서 판매한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최근 온라인몰 SSG닷컴에서 진행한 역시즌 행사 기간 밀레니얼 고객들의 매출은 전체의 47.1%를 차지했다”며 “젊은 고객들의 호응에 겨울 상품도 앞당겨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장년층을 위한 역시즌 행사도 마련됐다. 신세계 강남점에서 진도모피, 동우모피, 사바띠에 등이 참여하는 ‘모피 스타일 제안전’을 진행한다. 매출 증대를 위한 노력이다.

앞서 롯데백화점은 휴가 시즌을 앞둔 이른바 7말 8초에 기간에 국내 스노우보드 브랜드들과 역시즌 ‘스노우보드 패밀리세일’을 진행하기도 했다. 스노우보드 마니아들이 선호하는 비에스래빗, 큐마일, 언바인드 등 15개 신규 브랜드가 참여해 용품, 의류 등 1~2년차 이월 상품을 최대 80% 할인 판매하는 행사였다.

롯데백화점은 고객들이 몰리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오픈 전 대기 장소를 마련했다고 밝히면서 행사 시작 전 ‘스마트 웨이팅 시스템’으로 휴대폰 대기 알람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코로나19 속 방역에 최선을 다해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의 연이은 세일행사와 관련해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보복소비가 이어지면서 (세일 효과가) 하반기에도 나타날 전망”이라며 “이에 따라서 3분기부터 백화점사업부문 실적은 개선될 것”로 예상했다. 다만 최근에 다시 확산세로 전환된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은 여전한 악재로 여겨진다. 추석 전후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유통가에서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6월 이후로 수익성이 회복세에 있다”면서도 “하지만 집단감염이 계속되고 있어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하반기 실적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또 다른 관계자도 “유통업계 대목인 추석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감염 위험이 있는 다중이용시설이라는 점에서 프로모션을 적극적으로 하기도 어렵다”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 실적 자체를 예단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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