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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크라우드 펀딩’을 만나다
  • 김정우 기자
  • 승인 2020.03.09 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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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유통채널이 성장 정체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마트가 유통에서는 낯선 방식인 크라우딩 펀딩에 뛰어들었다. 국내 대형마트 최강자인 이마트는 크라우드 펀딩을 새로운 유통 채널의 가능성 측면에서 눈여겨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을 새로 도입해 공격적으로 새로운 고객층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유통 플랫폼이 아닌 모든 가능성을 팔고 사는 가상의 무대로 인식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유통업체들이 소비자와의 소통 방식에 변화를 주는 측면에서 크라우드 펀딩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크라우드 펀딩의 본질과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진화를 살펴봤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후원, 기부, 대출, 투자 등을 목적으로 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 등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 두산백과에 정리된 크라우드 펀딩의 의미다. 군중(crowd)으로부터 자금조달(funding)을 받는다는 뜻이다.

IT산업이 발달된 이후에는 자금이 필요한 개인, 단체, 기업이 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 등을 이용해 불특정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일반적으로 소셜 펀딩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크라우드 펀딩을 크게 대출형·투자형, 후원형·기부형으로 나눈다. 대출형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P2P 금융(개인간 직거래 방식 금융 서비스)의 일종이다. 자금 여유가 있는 개인은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이자와 함께 돌려받음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돈을 빌리는 개인 또는 법인은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금융권을 통하지 않아도 쉽고 간단하게 돈을 조달할 수 있다. 특히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받기 어려운 이들이 주로 찾는다.

투자형은 신생기업이나 벤처기업, 개발프로젝트 등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대출형과 마찬가지로 자금수요자는 은행을 통하지 않고도 쉽게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투자에 따른 지분 획득 등을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창업기업이 투자를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도 처음에는 어렵게 투자를 유치했다고 한다”면서 “크라우드 펀딩은 창업기업에 새로운 자금조달 대안을 제시하고 일반 투자자에게는 유망 창업기업에 대한 초기 투자 기회를 제공하는 상생의 금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크라우드 펀딩 생태계 성장으로 새로운 창업 기업의 성공신화가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후원형·기부형은 금전적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 펀딩이다. 후원형은 주로 창작활동, 문화예술상품, 사회공익활동 등을 지원한다. 영화·연극·음반 제작, 전시회, 콘서트 등의 공연, 스포츠 행사, 그리고 다양한 사회공익 프로젝트 등에 자금을 후원한다.

여기에 공연티켓, 시제품, 기념품을 받거나 기여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식의 작은 보답을 받게 된다. 기부형은 공익을 위한 목적으로 순수하게 기부하는 형태이다.

한편 크라우드 펀딩은 주로 인터넷의 중개사이트를 통해 이루어진다. 모금자들이 모금취지, 목표금액, 모금기간, 투자보상내용 등을 게시하고 이를 홍보하는 동영상 등을 올리면 다수의 개인들이 마음에 드는 프로젝트를 골라 중개 사이트 계좌로 돈을 보낸다. 모금이 성공하면 중개사이트는 일정의 수수료를 뗀 다음 모금자에게 돈을 전달해주는 식으로 운영된다. 만약 모금기간 내에 목표액이 채워지지 않으면 모금참여자의 돈은 모두 돌려준다.

유통과의 결합

스타트업에서 주로 활용되던 ‘크라우드 펀딩’이 유통 대기업으로 퍼지고 있다. 소비층으로 부상한 밀레니얼 세대를 겨냥하기 위한 것이다. 선주문을 통한 수량 파악으로 재고 부담이 낮아지고, 소비자 반응도 미리 살펴볼 수 있어 확산 중이다.

완성된 제품을 선매입한 후 일종의 박리다매로 구매를 유도하는 공동구매와는 다른 방식이다. 유통업계의 크라우드 펀딩은 일종의 마케팅적 측면에서 작동하면서도 소비자들의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읽는 쪽에 방점이 찍혀서다. 유통업계가 크라우드 펀딩에 집중하는 이유다.

다만 전문가들은 보상형 펀딩 성공률이 다소 높지 않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신뢰를 지키기 위해 기업들이 신중하게 시작해야한다는 의견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기업이 투자받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처음엔 개인 간 자금 대출 형태로 등장했지만 최근에는 ‘보상형’펀딩으로 확장되고 있다.

보상형은 대부분 투자한 그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허락해주거나, 출시된 상품을 주는 식으로 보상한다. 자금 조달이 아니라 제품 수요를 알아보는 것이 주목적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남긴 리뷰를 실시간 확인하도록 기업 내 별도 리뷰팀을 운영하는 것은 기본이고, 누적된 리뷰를 분석하고 연구해 제품기획에도 적극 반영하는 추세”라며 “팬슈머를 많이 확보한 기업의 성공 사례가 이같은 추세를 더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패션이 크라우드 펀딩을 촉진했다. 패션 크라우드 펀딩은 펀딩 마감 후 제작이 진행되는 만큼 제품을 받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보통 펀딩 기간만 2주, 제작 기간도 빨라야 2주 이상이 걸리기 때문에 최소 한 달은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가방을 구매했다는 직장인 김모 씨는 “제품을 받기까지 한 달이 넘게 걸렸지만, 흔하지 않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샀다는 것에 만족한다. 소비를 통해 능력있는 신진 디자이너의 자립을 지원했다는 점도 뿌듯하다”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생산자와 구매자 모두 상생할 수 있는 똑똑한 유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보다 제품의 품질이나 가격에 의미를 두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소비자가 직접 생산을 주도하는 크라우드 펀딩이 새로운 유통 방식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다만 선주문 방식인 만큼 업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목표를 설정하고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 회사 관계자는 “소비자들은 브랜드나 유통 채널보다 브랜드의 스토리와 상품의 생산 과정에 관심이 높고 그 과정에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반영하는 데서 흥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대기업도 시장조사와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찾고 있다. 대기업 시스템에 맞게 돌아가는 유통 구조가 아니라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낼 수 있고 소비자들의 수요를 예측하는 테스트베드가 되기 때문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사내벤처인 FLIP(플립)은 실험적으로 구스다운(거위털) 패딩을 생산하면서 의류 소재 선정과 생산 과정 등을 공개한 바 있다. 그러자 16만원대의 패딩으로 2억5000만원의 펀딩액을 달성했다. 첫 펀딩이 성공하자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대표 브랜드와 플립의 협업 제품도 와디즈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펀딩, 공구와 다르다

크라우드 펀딩은 기존에 출시 된 제품에만 한정돼 진행되는 공동구매와는 다르다. 기존의 스타트업에서 행해지는 자금을 조달받는 형식보다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살피고 트렌드를 앞서보는 시험대로 활용되는 형식이다.

제품도 초반 완성형 제품 판매가 아닌 투자자들의 의견이 직접 들어가고 동시에 피드백을 계속 거쳐 탄생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의견이 많이 들어가 있다.

소비자들의 참여는 자연스레 홍보효과로 따라온다.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흔히 말하는 제품의 서포터가 되어 각종 SNS에서 활동한다. 목표 금액을 채워야 상품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제품에 대해 후원하는 것이 아닌 본인의 의견이 직접 반영되기 때문에 애착이 커지게 되는 셈이다.

유통비용이 저렴한 것도 장점이다. 다만 보상형으로 이뤄지는 크라우드 펀딩의 모금 성공률은 다소 높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펀딩에 성공했더라 하더라도 실제 제품이 계획된 일정보다 크게 늦어지거나 제품의 완성도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주문 방식으로 주문 상품을 받아보기까지 2~3달 이상 기간이 소요되고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린다. 때문에 유행 주기가 짧은 유통시장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물론 지속해서 진행 사항은 업데이트 되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 트렌드 속 미세한 지연은 커다란 변화를 불러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 투자자들은 주로 20~30대 직장인인 경우가 많다”면서 “트렌드에 민감한 소비자가 모여 있기 때문에 제품의 상품성과 맛, 선호도를 판단하기에 아주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착한 유통, 소통과 기다림

유통업계에 따르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들이 많이 쓰는 방식은 ‘드롭’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홈페이지 등을 통해 디자인을 공개한 뒤 순차적으로 신제품을 ‘떨어뜨리듯’출시한다는 의미다. 스트리트 브랜드의 대표주자 슈프림이 드롭 방식을 이용해 주목을 받았다.

신제품 발매일을 예고하면 충성도 높은 고객들은 이 날을 기다렸다가 제품을 사기 위해 몰려든다. 경쟁에서 전리품을 쟁취한 소비자들은 이를 자신의 SNS에 올리고, 이 게시물이 다시 홍보수단이 되는 선순환이 일어난다. 이처럼 크라우드 펀딩이 소통과 기다림을 통한 ‘착한’유통을 만들고 있다.

신세계그룹의 SSG닷컴은 지난해 프리오더 서비스를 시작했다. 상품을 미리 주문해 기다리는 시간이 있는 만큼, 실제 공식 유통 가격이나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첫 시도였던 이탈리아 프리미엄 스니커즈 ‘부테로’의 슈즈 15종을 각 30만원대 가격으로 판매했는데, 목표 수량을 단 3일만에 100% 달성했다. 행사 기간 전체인 일주일 동안에는 목표를 240% 달성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프리오더가 이렇게까지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는 전언이다. 생각보다 높은 인기에 탄력을 받아 SSG닷컴은 아예 프리오더 전문관을 정식 오픈했다. 1~2주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신진 해외 브랜드 상품에 대한 선주문을 하기로 한 것이다.

드롭, 선주문 등의 방식은 유통업체의 재고관리에도 효과적이다. 생산 전 상품을 공개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어떤 상품에 열광하는지 알 수 있어 수요 예측이 용이하다. 대량 생산한 뒤 외면받은 상품을 재고로 떠안던 관행에서 탈피할 수 있는 것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빠른 배송 시대 속 느린 배송인 ‘프리오더’가 인기를 얻고 있다”며 “개성을 존중하는 문화와 취향 소비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본인이 정말로 원하는 것은 장기간 기다리는 것도 감수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LF의 신발 전문 편집숍 라움에디션은 지난해 선보인 온라인 신발 주문생산 플랫폼 ‘마이슈즈룸’이 목표치의 3배를 넘은 주문량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마이슈즈룸은 2주일간 주문량이 최소 30개인 상품만 생산하는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운영된다. 준비한 4가지 상품 모두 주문량이 100개를 넘어섰다.

LF 풋웨어리테일 관계자는 “마이슈즈룸을 통해 불필요한 재고를 없애고 국내 중소 신발 공장들의 고용과 수익 안정에 기여하며, 고객들엔 가치 있는 제품을 좋은 가격에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잡화 브랜드 로우로우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스니커즈 ‘알슈’ 신제품 제작을 위한 펀딩을 실시해 목표 금액 500만원의 8배를 넘는 4161만원을 조달했다. 이 회사는 알슈의 신제품을 2년 만에 내놓으면서 크라우드 펀딩으로 고객과 새로운 소통을 시도했다.

유통단계를 뺀 만큼 가격도 낮췄다. 알슈의 매장 판매가는 13만9000원이지만 크라우드 펀딩 방식의 판매 가격은 9만9000원이다. 로우로우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고객(서포터즈)과 함께 제품을 만든 이유와 제작 과정에 대해 자세히 얘기하며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론칭한 하고(Hago)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자체 기획 상품을 크라우드 펀딩 방식으로 제작해 판매한다. 자체 제작하는 핸드백 ‘하고 백’의 경우 3~5차까지 펀딩이 진행될 만큼 호응을 얻었다.

인기 비결은 유통 마진을 뺀 가격이다. 하고의 펀딩 페이지에는 제품생산 원가가 세세히 공개된다. 네 번째 펀딩을 진행한 소가죽 새들백의 경우 원가가 9만4000원, 펀딩 가격은 19만8000원이다. 한쪽에는 이 제품을 백화점에서 판매하면 유통비와 물류비를 포함해 가격이 49만8000원에 달할 것이라는 내용도 있다.

하고 관계자는 “내부 전문가의 큐레이션을 거쳐 좋은 품질의 제품을 선정하고 원가를 공개해 신뢰를 높인 것이 우리의 장점”이라며 “고객에겐 더 좋은 제품을 선보이고, 자금이 부족한 독립 브랜드엔 선판매 방식으로 판로를 만들어줘 서로 상생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스위스의 재활용 가방 브랜드 프라이탁도 여행 가방 ‘지플린’을 출시하면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제품을 선주문 받았다. 핸드백 브랜드 루이까또즈는 최근 K-패션 디자이너와 함께 파리컬렉션에서 선보인 제품 일부를 와디즈를 통해 특별판으로 제작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취향을 타지 않는 생활용품 등은 가격이나 배송편리성을 우선순위에 놓지만 꼭 갖고 싶은 물건은 몇 달을 기다려서라도, 줄을 서서라도 갖고야 마는 게 요즘 소비자들”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새벽배송이다, 총알배송이다, 편의를 중시하는 고객들의 구미를 맞추기 위해 유통업계가 전쟁을 벌이는 시대에도 ‘기다림의 미학’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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