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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많던 유한회사, 깜깜이 경영·세금 탈루 끝나나
  • 이정석 기자
  • 승인 2019.12.04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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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전면 개정된 외감법에 따라 유한회사들도 외부감사의 대상이 됐다. 그 동안 글로벌 명품회사와 IT 기업들은 경영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없던 유한회사 형태로 사업을 운영하며 정확한 매출액조차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에 개정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계기로 탈세 등 각종 의혹에 둘러싸여 있던 이들의 행태에 제동이 걸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코카콜라, P&G, 샤넬, 루이비통, 맥도날드, 나이키, 아디다스, 구글. 모두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세계적인 기업들이다.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기업 인터브랜드에서 선정한 ‘2018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브랜드 순위’ 자료에 따르면 구글의 브랜드 가치는 약 175조7062억원, 코카콜라는 약 75조원, 맥도날드는 약 50조원으로 전 세계 브랜드 중 5위권에 속한다. 루이비통은 18위, 샤넬은 23위에 올랐다.

그런데 이런 세계적인 유명 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이름값에 미치지 못하는 불명예스러운 의혹을 받아왔다. 이들 글로벌 기업의 상당수는 현재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기존 법령에서는 유한회사는 외부감사를 받지 않아 경영실적 등을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 때문에 정확한 정보는 숨긴 채 세금을 축소하고 국내 수익의 상당부분을 해외 본사로 빼돌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이제는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이들 글로벌 기업들의 공식적인 실적, 경영정보 등이 공개될 수 있게 됐다. 기존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 2018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로 전면 개정되면서 외부감사 대상을 유한회사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개정법에 따르면 ▲자산 100억원 미만 ▲부채 70억원 미만 ▲매출액 100억원 미만 ▲종업원 수 100인 미만 등 4가지 요건 중에서 3가지 이상에 해당되지 않는 한 의무적으로 재무제표를 작성해 외부 감사인의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며, 유한회사도 그 대상에 포함시켰다. 단, 유한회사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둬 2019년 11월 1일 이후 사업연도부터 적용을 받는다. 12월 결산 법인 기준으로 2020년 사업연도부터 적용 대상이 되는 셈이다.

투명한 경영은 올바른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기본 조건이다. 외감법 개정 또한 이러한 취지에서 이뤄진 조치다. 물론 대상이 되는 글로벌 기업들이 유한회사로 운영되는 것만으로 부정적인 의도를 갖고 있는 것이라 속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동안 이들이 보인 행보는 이러한 의혹에 더욱 힘을 실어준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은 본사가 현지 주식시장에 상장돼 정보가 공개되고 있으며, 여기에는 연결 기업으로 돼있는 한국 법인 등의 실적도 포함된다. 애초에 국내 법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집계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특히 이들은 2011년 상법 개정과 함께 유한회사 설립 규제가 완화되면서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거나 이후 국내 진출과 함께 유한회사로 법인을 설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루이비통, 아디다스, 맥도날드 등이 이 시기에 주식회사에서 유한회사로 전환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법인세 신고한 유한회사는 2만565개사로, 2011년보다 9.3% 증가했다. 전체 법인세 신고법인 증가율인 4.8%에 비하면 거의 두 배나 높다. 글로벌 기업들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규제를 피해 유한회사로 전환했음을 알 수 있다.

법 시행 계기로 사회적 책임 다해야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존리 구글 코리아 사장이 출석해 매출, 세금 등 어떤 질문에도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며 비난을 받았다. 실제 구글 코리아는 국내 실적을 축소해 신고하면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온 대표적 사례다. 구글은 국경 없는 전 세계 광고시장에서 절대적 시장 우위를 갖고 있으며, 구글플레이를 통해 국내 앱 시장에서 절반을 훌쩍 넘는 점유율을 갖고 있다.

최근 유튜브 열풍 속에 관련 매출도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태희 국민대 교수는 구글의 아시아태평양 매출을 기반으로 역산출한 결과 구글코리아의 2018년 매출이 최대 4조9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구글코리아의 지난해 법인세는 약 200억원 규모에 불과했다. 국내 온라인 시장의 양대산맥인 네이버가 4000억원이 넘는 법인세를 납부한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탈세 의혹이 중요한 가장 큰 이유는 국내 기업에 대한 이러한 역차별이다. 세금을 적게 내면 그만큼 영업활성화를 위한 비용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 단순히 사회 정의적인 조세 형평성뿐만 아니라, 기업 경쟁력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공개되는 정보가 제한적이고 불투명하다는 점은 그 자체로도 국내 기업들에게 핸디캡이 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국내 기업들의 경영정보를 손쉽게 얻고 그에 따른 대응이 가능하지만,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은 경쟁사의 정확한 매출과 손익구조조차 모른 채 불공정한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재무제표에는 기부금 등 해당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도 담겨 있다. 글로벌 명품 기업들이 해외에 비해 국내에서 높은 가격을 고수해 더 많은 이익을 내고 막대한 본사 배당금을 챙기면서도 고용이나 기부에는 인색하다는 비판 여론이 형성된 적이 있다.

이름값에 비해 비정규직 비중이 높고 이들에 대한 처우가 매우 낮다는 비판도 일었다. 이 또한 넓은 관점에서 투명 경영이 담보되지 않아 발생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들이 2011년 이후 유한회사로 전환한 데에는 세금 문제뿐만 아니라 이러한 여론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유한회사 형태의 글로벌 기업들이 보여 온 이러한 행보와 의혹에 대해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를 호구로 본다’는 극단적인 반응도 나왔다. 이에 더 나아가 유한회사를 외감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것을 넘어 경영정보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혹시라도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할 수 있는 여지까지 없앨 수 있도록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법이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행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추가조치가 필요할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석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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