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유통 유통전반 인사이드
50년 만에 새 옷 입은 주세법, 주류 시장에 변곡점 되나
  • 이남석 기자
  • 승인 2019.08.05 02:26
  • 댓글 0

주류에 세금을 부과하는 '주세법'이 50년 만에 개정된다. 개편의 핵심 내용은 비싼 술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던 기존의 '종가세'에서 술의 양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종량세'로의 전환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안을 '맥주'와 '막걸리' 부문에는 적용하지만 소주와 위스키, 와인 등의 다른 주종에는 기존의 '종가세'를 그대로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과연 주세법 개정으로 주류 시장의 활성화와 더불어 소비자들에게 보다 나은 선택권이 주어질까?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할 주류시장으로 많은 이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국산 캔맥주도 ‘4캔에 만원’ 상품 뜰까?
앞으로 맥주와 막걸리는 알코올 함량과 술의 양에 비례해 각각 리터당 830.3원과 41.7원의 세율이 적용된다. 국내 맥주 업계는 과거 수입 맥주와 비교해 세율 차별로 받아왔던 서러움을 이번 주세법 개정으로 덜게 될 전망이다.

기존 주세법에 의하면 국산맥주는 상품 원가와 유통 비용, 이윤 등을 종합해 높은 금액에 판매하는 최종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지불했다. 갖은 비용이 들어간 높은 가격의 최종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다 보니 당연히 ‘높은’ 세율이 적용됐다.

반면 수입맥주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랐다. 수입맥주는 해외에서 국내로 제품이 반입될 때의 신고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 납부가 가능했다. 이렇다보니 수입맥주 업체의 경우 최종 출고 이전의 가격을 신고 세율 혜택을 받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낮은 가격일수록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우리나라의 종가세를 십분 활용해 반사이익을 누렸던 셈이다. 이처럼 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수입맥주 업체가 유행처럼 내놓은 것이 이른바 '수입 캔 맥주, 네 캔에 만원' 전략이었다.

다만 주세법 개정으로 국내 맥주 업체들의 머릿속은 조금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캔'이 병과 페트병보다 원가가 높아 생맥주와 페트병 맥주, 병맥주보다 고(高) 세율이 적용 됐다. 하지만 앞으로는 오직 술의 '양'으로만 세율을 매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용기 가격이 낮은 생맥주와 페트병 맥주, 병맥주를 판매하면 이전보다 세율 부담이 커진다.

특히 포장 재질이 필요 없는 '생맥주' 부문에서의 세율 부담이 가장 많이 늘어난다. 생맥주는 ℓ(리터)당 세금이 이전 815원에서 1260원으로 445원(54.6%) 인상된다. 다만 정부는 생맥주가 대중적으로 인기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해 2년 동안 세율을 20% 감면한 ℓ당 664.2원만 부과할 계획이다.

외에도 페트병 맥주의 세부담은 기존 ℓ당 1260원에서 1299원으로 39원(3.1%), 병맥주는 기존 ℓ당 1277원에서 1300원(1.8%)까지 오른다. 반면 캔맥주 세금은 기존보다 415원(23.6%)이 감소한 ℓ당 1343원이 적용된다. 

주세법 개정은 국내 주류 시장 생태계의 재편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부문이 국산 맥주 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가능해 졌다는 점이다. 수입 맥주 업체의 주류 시장 내 가격 비교우위 약화, 캔 맥주 제품의 상대적 이익 효과 등을 고려할 때 국산 맥주 업계가 '네 캔에 만원' 등의 새로운 전략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주세법 개정으로 미소 짓는 곳이 또 있다. 바로 ‘수제 맥주’ 업계다.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구성되어 있는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은 보통 '다품종 소량생산'에 따른 '고급화 전략'을 지향한다. 평소 높은 인건비 지출과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한 마케팅, 홍보비용 등에 따른 부가적 지출이 많은 환경이다. 결국 이는 자연스레 ‘높은 시장 가격’을 형성하고, 기존 주세법에 따라 ‘높은 가격= 높은 세율’의 악순환을 반복했다.

기존 주세법을 두고 수제맥주 업계가 국내 주류 시장의 형평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기울어진 운동장’과도 같은 셈법이라 하소연하던 이유다. 그런 수제맥주 업계가 이번 개편으로 주류 시장 내 커다란 성장 동력을 얻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낮아진 세율 부담을 힘 입어 홍보비용 마련과 상품의 다양화, 적극적인 마케팅 등 다채로운 시장 전략을 펼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장기적으로 주류 업체 간 높은 품질 경쟁으로 인한 질 높은 맥주 소비가 가능해질 수 있다.

개정 뒷배경은 자영업자&배달앱 업계 달래기?

정부는 이번 주세법 개정안을 통해 치킨집과 피자집 등으로 대변되는 ‘자영업자’들도 생맥주 배달 판매를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생맥주 배달 허용의 조건으로는 반드시 ‘음식’과 함께 주류를 주문해야 한다는 점과 ‘음식’값이 술값보다 비싸야 한다는 점을 명시했다.

정부는 과거 ‘주세법 15조’에 따라 음식점들의 생맥주 배달을 금지해왔다. 보통 생맥주를 배달할 경우, 효모가 살아있는 생맥주를 맥주 통 케그에서 페트병으로 맥주를 옮겨 배달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주세법 15조의 내용을 위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1인 가구 확대를 기반으로 한 배달앱 시장의 폭풍 성장은 결국주세법의 개정을 이끌었다. 실제로 배달앱 시장 이용자는 지난해 2500만 명으로 지난 2013년 87만 명 대비 약 2413만 명이 늘어났다. 이번 주세법 개정은 배달앱 시장은 더욱 성장시키고, 최저 임금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에게 힘을 보탤 전망이다.

주세법 개정은 단순 시중에서 판매되는 술 가격의 변화 외에도 우리 사회의 많은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차후 국내외 맥주 업계 간 신(新) 경쟁구도 확립, 수제 맥주 시장의 성장, 자영업자와 배달앱 업계의 동반 성장 등도 기대되는 대목이다. 50년 만에 묵은 때를 벗고 새로운 옷을 입은 주세법에 여러모로 많은 이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남석 기자  barajigi@nexteconomy.co.kr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남석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