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유통 기타 특집
유통·제조의 융합, 업종간 경계 허물다이종산업 진출 증가…성공여부는 미지수
  • 전진용 기자
  • 승인 2019.04.08 13:44
  • 댓글 0

IT기업이 식음료를 만들고 식음료 회사가 부동산 임대 사업을 추진한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보스적인 성향의 한국산업 성격상 각 분야 전문기업으로의 전통을 지키는 것을 중요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요즘은 그 경계의 벽이 무너지고 있다. 이종산업간의 경계가 이제는 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혹자들은 4차산업 혁명으로 가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얘기한다.

업종간 경계가 희미해지는 것에 대해서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소비자들의 니즈가 너무나 다양해지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기는 당연한 결과이자 이를 통해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는 반면 전문 분야가 아닌 분야에 대한 무리한 투자나 보여주기식의 사업으로 오히려 기업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패션업계, 뷰티사업에 빠져들다
이종산업간의 결합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분야가 패션과 뷰티다. 과거에도 패션기업의 뷰티사업 진출이 있기는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들의 시장진출이 눈에 띈다. 가장 큰 특징은 모 회사가 유통사인 기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유통사인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패션 회사인 한섬은 얼마 전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한섬은 3월 28일 주주총회를 열고 사업 목적에 화장품 제조와 도소매업을 추가한다. 한섬은 지난 2월 ‘타임 포스트 모던’이라는 상표를 신규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상표의 상품분류 번호는 ‘03’으로 국제 분류상 비의료용 화장품이 여기에 속한다. 이를 통해 한섬이 본격적인 화장품 시장진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섬에 앞서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의 행보도 다시금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난 2012년 ‘비디비치’ 브랜드를 인수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든 신세계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비디비치를 1200억원 규모의 대형 브랜드로 키웠다.

지난해에는 신규 브랜드 ‘연작’을 선보여 면세점에서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룹의 유통 채널인 백화점과 면세점을 최대한 활용한 마케팅으로 시너지를 얻고 있다. 패션 브랜드 헤지스를 보유하고 있는 LF 역시 지난 2016년 화장품 시장에 뛰어든 이후 ‘그린랜드’, ‘그레인드 파스텔’, ‘보타니커스’ 등을 브랜드를 선보였으며 지난해에는 헤지스의 화장품 브랜드인 ‘헤지스 룰 429’를 론칭하고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패션·뷰티업계, 식음료 사업까지 눈독
이종업간의 결합이 이뤄지고 있는 뷰티분야와 패션분야는 사업영역을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패션과 뷰티 분야의 브랜드를 활용해 식음료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곳은 화장품 로드숍 브랜드 ‘이니스프리’와 패션기업 ‘LF’다. 

이니스프리는 이니스프리 그린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 제주도에 이니스프리 제주하우스를 오픈한 이래 2014년 제주하우스 삼청점을 오픈했다. 이후 지난 2016년 판교 라스트리트와 명동에 각각 이니스프리 플래그십 스토어 내 그린 카페가 들어서면서 수플레 팬케이크를 비롯한 각종 디저트를 선보이며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니스프리 그린카페는 제주도에서 공수해 온 재료를 통해 다양한 음료와 디저트를 판매하면서 이니스프리가 추구하는 자연주의 브랜드의 아이텐티티를 강화하고 있다.

패션기업 LF도 적극적으로 식품업체 인수 및 매장 운영에 나서며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LF는 지난 2006년 LG상사로부터 분리된 후 이듬해 LF푸드를 설립하고 라멘 전문점 ‘하코야’와 씨푸드 뷔페 ’마키노차야’를 론칭해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15년 베이커리 ‘퍼블리크’ 인수한데 이어 2017년에는 식자재 유통업체로 일본 식자재 ‘모노링크’와 유럽 식자재 ‘구르메F&B’를 인수했다. 같은 해 주류업체인 ‘인덜지’ 지분을 50% 이상 사들이고 ‘크라제버거’ 상표권까지 인수했다.

유통사들의 변신은 무죄
유통사들의 사업영역 확대도 눈에 띈다. 현대백화점은 건설자재 제조회사, 동원F&B는 물류운송회사가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년만에 국내 건축자재 및 장식자재 분야 국내 1위로 성큼 올라섰다. 2012년 현대리바트 인수 이후 왕성한 인수·합병에 따른 결과다. 2017년 계열사 현대H&S와 리바트의 합병에 이어 지난해엔 현대L&C(옛 한화L&C)를 사들였다.

현대백화점의 건장재 관련 계열·관계사 외형은 리바트(1.35조원), L&C(1.1조원) 등 합치면 총 2조4000억원대. 건장재로만 따지만 LG하우시스(2.2조원), KCC(2조원-도료사업 포함)는 물론 한샘(1.93조원)을 넘어섰다. 건장재 사업 성공의 효자는 리바트다. 리바트는 지난해 건자재 수출입 업체인 H&S(2016년매출 5300억원)와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로 매출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런 왕성한 인수·합병으로 제조기업화로의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백화점그룹 측은 리빙·인테리어 부문을 유통(백화점·홈쇼핑·아울렛·면세점)과 패션(한섬·현대G&F·한섬글로벌) 부문과 함께 그룹의 3대 핵심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롯데백화점은 새벽 배송 시장이 커지는 것을 주목하고 가정식 반찬 판매 업체 ‘라운드 키친7’과 손을 잡고 가정식 반찬 새벽배송 사업을 시작했다. 또한 동원F&B는 자사가 운영하는 식품전문 온라인몰 ‘동원몰’을 통해 새벽배송 서비스 ‘밴드프레시’를 시작했다. 밴드프레시는 전날 오후 5시까지 주문한 HMR제품 등을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하는 새벽배송사업이다.

이색사업 진출도 관심집중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업종들과 전혀 상관없는 이색사업에 진출하는 사례도 눈에 띈다.
유통업계는 뷰티, 화장품, 건설자재, 물류 외에도 캐릭터, 공유오피스 등의 이색사업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롯데제과는 과자 캐릭터를 활용한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표상품인 빼빼로와 칸쵸, 말랑카우의 자체 캐릭터를 내세워 인형·화장품·잡화·문구 등 다양한 상품 제작에 나선 것. 캐릭터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콘텐츠 라이선스 전문기업인 히어로즈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본격적 진출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공유오피스와 식품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지난해 12월 오픈한 공유오피스 ‘뉴블록’을 통해 사옥의 공실률을 낮추고 스타트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해외 식품사업에도 발판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6월 하이트진로는 삼양식품과 손잡고 ‘하이트라면’을 출시했으며 3월부터 러시아 현지 마트에 유통할 계획이다.

IT 업계도 경계의 벽이 무너지다
이러한 현상은 유통업계, 제조업계만의 변화가 아니다. 전문분야로 손꼽히는 IT업계도 사업영역의 파괴가 이루어지고 있다. 쉽게 말해서 업종 경계의 벽이 무너지는 것은 국내 전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변화인 셈이다.
국내를 대표하는 IT 기업들의 행보도 눈여겨 볼만 하다.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 라이언이 스낵으로 출시됐다. 특히 이번 스낵 출시는 흔히 볼 수 있는 제과업체와의 협업이 아니라 카카오프렌즈가 자체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어 업종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계기가 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최근 카카오IX의 카카오프렌즈가 자체 스낵 브랜드 ‘선데이치즈볼(SUNDAY CHEEZZZBALL)’을 공식 론칭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선데이치즈볼’은 ‘바쁜 일상 속에서 어쩐지 고독함을 느끼는 현대인을 위한 힐링 스낵’이라는 콘셉트 아래 혼자만의 휴식을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휴식의 도구로써 스낵의 가치를 새롭게 전달하는 의미를 갖는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해당 제품은 집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즐기며 먹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기획됐으며, 캐쥬얼 스낵 4종, 파인 스낵 3종 등 총 7종으로 카카오톡 선물하기를 통해 선 출시됐다. 

네이버의 움직임도 관심을 모은다. 네이버웹툰은 인기웹툰 ‘유미의 세포들’에 등장하는 ‘바비분식’을 출시했다. ‘바비분식’은 웹툰에 등장하는 30년 전통의 떡볶이 내공을 자랑하는 분식집 맛을 실제로 구현한 제품이다. 유미의 세포들 이동건 작가는 작품에서 떡볶이에 대한 철학과 뛰어난 맛 묘사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높였다. 이 상품은 지난해 10월부터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 상품을 조리해 파는 푸드트럭을 마련해 6개월 일정으로 전국을 순회 하는 오프라인 마케팅도 진행 중이다.

이종업 진출, 약인지 독인지는 미지수
전 산업에서 이뤄지고 있는 업종 경계의 파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나눠진다. 이러한 기업들의 변화는 장기적으로 독이 될 수도, 아니면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의 이종산업 진출은 온라인 중심으로의 시장변화와 보다 다양해진 소비자니즈, 업체들간의 경쟁과열에 따른 수익성 하락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도 성패가 나뉜다. 과거 2015년과 2016년 화장품 산업이 중국시장 확대로 큰 호황을 누린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화장품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산업의 수많은 상장사들이 중소화장품 기업들을 인수하거나 신사업부를 만들어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화장품 사업을 시장한다는 소문만 나도 관련 기업의 주가는 폭등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하지만 이후 화장품 사업을 성공적으로 유지하는 기업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무리한 투자금으로 인해 회사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수가 되기도 했다.

물론 그때 당시의 상황과는 사뭇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모든 분야가 융합되고 연결될 수 밖에 없는 4차산업혁명의 준비 단계에 따른 변화의 시작이라는 시각이 많다.

또한 전혀 다른 분야처럼 보이지만 내부를 살펴보면 자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업영역과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새로운 판로를 모색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종업과의 새로운 결합을 꿈꾸는 기업들의 경우 앞으로의 사업 전개에 따라 향후 약이 될지, 독이 될지에 대한 기로에 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이준호 마케팅전략연구소 실장은 “과거 이종업에 대한 시장진출은 철저한 시장조사와 전략이 뒷받침 되지 못한 상황에서 다소 무모하거나 보여주기식의 사업이 많았다면 지금 기업들의 모습은 단순한 사업영역 확대가 아니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분명한 전략과 인프라가 뒷받침 되고 있다는 점에서 예전보다는 한 단계 더 성숙되고 보다 치밀한 사업전개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종업 진출에 대한 성공사례들이 나타날 수 있다면 이러한 형태의 사업전개는 향후 보다 보편화 될 것으로 예상되며 예상치 못한 보다 다양한 영역에서 경계의 벽이 허물어 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진용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진용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