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나는 운명이라는 말 앞에 경건해지곤 합니다. 인생이라는 말에 숙연해지곤 합니다. 시를 쓰는 일이 운명을 사랑하는 일이기를 바랍니다. 시를 통해 내 인생을 진지하게 통과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시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시는 이미 내 운명입니다. 그러나 내 시가 너무 무겁지 않기를 바랍니다. 너무 고통스러운 언어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암호이기는 더더욱 반대합니다. 편안하기를 바랍니다. 할 수 있다면 고요하기를 바랍니다. 매화처럼 희고 고요하고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본문 중에서>
 

봄을 만끽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갖춰졌다. 따뜻한 날씨, 흐드러지게 피는 꽃들 그리고 시집 한권, 봄을 맞이하는 한 여인네의 필수적인 준비물이다. 모든 준비물이 갖춰졌으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봄을 탄기 시작한다. 봄을 탄다…. 누가 만들었는지 너무나도 예쁜 말이지 않은가? 이처럼 어떤 단어나 문장을 보며 낭만을 더할 수 있는 마음이 봄을 타고 있음을 느낀다. 여기에 봄날을 만끽할 최적의 MSG를 더해본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우리 시대 대표 서정시인 도종환의 시화선집이다. 실제 이 책은 도종환 시인이 30년 동안 펴낸 아홉 권의 시집 중에서 아끼고 아끼는 시 61편을 골라 ‘물의 화가’라 불리는 송필용 화백의 그림 50점과 함께 엮은 시화선집이다. 긴 여운을 담은 시도 물론 좋지만 함께 보는 그림은 잔잔한 위로까지 담고 있는 듯하다. 

다양한 종류의 꽃 축제가 전국에서 펼쳐지고 있다. 벚꽃, 진달래, 장미, 개나리 이름만 들어도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하지만 지난 여의도 벚꽃축제에 다녀온 경험을 떠올리며 조언을 한 가지 하자면 유명지의 꽃구경은 꽃이 아닌 사람구경을 제대로 하게 될 것이다. 낭만줄을 잡으려 정신없이 버텨봐도 밀려오는 인파로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오직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하염없이 걷게 만들 것이기 때문. 반면 유명하지 않지만 제법 만개한 벚꽃 한 그루가 있는 동네 벤치 아래서 봄을 타길 추천한다. 세상의 벚꽃이 오직 이 한 구루라는 상상으로도 세상을 모두 얻은 기분이 들것이다. 시 한편 선물하고 서둘러 자리를 떠야겠다. 가만히 앉자있기에는 이미 나의 마음에 봄이 찾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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