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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 ‘화폐’ 될까…언제?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8.02.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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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초 비트코인의 거래가격은 1BTC에 2500만원을 넘어섰다. 불과 6개월 전만해도 1BTC는 300만원을 전후했다. 그리고 2월 비트코인은 900만원대로 무너지기도 했다. 오름과 내림 폭이 이처럼 크고 빨랐던 자산은 흔치않다. 롤러코스터가 따로 없다. 놀라운 가격변동성이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무려 25배의 가격변동성을 보였다. 

가상화폐의 가격변동성은 자산가치에 대한 관심을 급속히 키웠고, 수많은 사람들을 이 시장에 참여시키는 동력이 됐다. 역으로 가상화폐의 본질인 ‘화폐 역할’에 대한 의문을 낳았다. 가상화폐는 화폐일까? 아니, 화폐가 될 수 있을까? 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가 봤다.  

가상화폐는 출발부터 기존 금융시스템과의 불화였고, 반발이었다. 서막을 알린 비트코인은 지난 2009년 1월 배포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놀이’ 또는 ‘풍자’처럼 세상에 나왔다. 화폐발행을 독점하고 있는 각국 중앙은행의 자의적인 통화정책을 비판하면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2009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막대한 양의 달러를 찍어내 시장에 공급하는 ‘양적완화’가 시작된 해이다. 달러화 가치 하락 우려가 겹치면서, 공급량이 한정적인 비트코인이 대안 화폐로 주목받았다. 

“가상화폐를 결제 기능을 가진 화폐로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화폐에 대한 로망이 반영된 것”이라는 홍기훈 홍익대 교수(경영학과)의 말은 이 지점을 간파했다. 

가상화폐는 본질적으로 현재의 법정화폐를 대체할 또 다른 ‘화폐’를 지향했다는 의미이다. 실제 블록체인 기반 기술의 가상화폐는 익명에 수수료 없이 개인대개인(P2P) 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위조 가능성이 거의 없어서 거래의 신뢰도를 높였다. 

국내 소셜커머스 위메프가 최근 가상화폐를 결제수단으로 받아들이는 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에 가능했다. 위메프와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은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 빗썸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12종을 원더페이를 거쳐 상품 구매 지불 수단으로 쓸 수 있게 해 보자고 의견을 모아서 제휴했다.

상품을 선택하고 가상화폐로 지불할 수 있다면 비트코인 등은 이미 화폐로 봐야한다. 눈에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아도 지불 수단이라는 화폐의 기본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가상화폐는 딜레마가 있다. 화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많아야 한다. 가상화폐의 높은 가격변동성은 매력적인 투자처가 돼서 투자자들이 몰려들었다. 이용자가 증가한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가격변동성은 화폐의 역할 수행에는 오히려 독이 된다.
만약 가상화폐로 상품의 가격을 표시한다면 하루에도 몇 번씩 가격표를 바꿔야 한다. 이렇게 되면 판매자와 소비자가 혼란스러워 진다. 별도의 불필요한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위메프와 빗썸도 현재 가상화폐는 실시간 가격 변동의 폭이 커서 결제 수단으로 쓰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회사는 ‘실시간 시세 반영’ 기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시간 시세 반영은 빗썸 고객이 가상화폐로 구매를 결정하면 그 시점의 시세로 금액을 확정하고, 이 데이터를 위메프 원더페이가 받아 결제를 진행해 혼동을 없애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도 본질적으로 가상화폐의 가격변동성을 사라지게 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어제는 2BTC에 결제한 상품이, 오늘은 1BTC의 가치로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혼란을 완전히 없앨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홍 교수도 “화폐는 이용자가 많고 가치 변동성은 작아야 하는데, 모순적이게도 가상화폐는 변동성이 커야 이용자들이 많아진다. 화폐로 정착하려면 이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위메프와의 거래에서 가상화폐를 활발하게 사용하게 된다고 해서 이것이 법적인 화폐, 즉 법화로 인정받게 되는 것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법화는 법률상 강제통용력이 인정되는 통화를 말한다. 당사자들 간에 지급수단으로 사용되는 것과 법률상 통화인 법화라는 것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법학자들은 “가상화폐는 그 사용에 동의하는 자들 간에만 지급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점에서 법화라고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법화가 있는데 왜 가상화폐를…”

경제학자들은 가상화폐가 기존 법정화폐를 대체하기에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화폐가 갖고 있는 ▲교환의 매개 ▲회계단위 ▲가치의 저장 수단으로서의 세 가지 역할을 가상화폐가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영식 서울대 교수(경제학부)는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일종의 고위험 자산”이라고 단언 한다.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편입해 가는 방향이 좋다는 견해를 부정한다. 블록체인 관련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들이 자유주의적, 자발적, 사적인 지급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볼 때, 가상화폐를 법정화폐로 가져가는 것은 등장 배경과는 정반대의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사회적으로 볼 때 상당히 많은 비용이 따른다”며 “기존의 법화, 중앙은행의 법화가 오늘날의 안정된 가치저장수단으로 진화된 것에는 나름의 큰 비용을 치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이미 사회적 비용을 치루고 신뢰를 확보해온 법화가 있는데 왜 가상화폐를 편입시켜야 하는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굳이 사회적 효율성을 꺾어가며 그 비용을 다시 치루면서 한 나라의 지급결제시스템과 통화제도를 운영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을 이었다. 경제학적인 입장에서 보면 가상화폐는 상품으로써의 사용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기반 기술인 공적 블록체인의 미래가치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나아가 가상화폐가 별다른 내재가치가 없으면서도 가치를 갖는 물건이라고 보면 단지 ‘수집품’에 불과하다는 견해까지로 발전한다. 수집품은 내재가치가 없지만 사람들의 주관적 기호에 따라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가상화폐를 최신 IT기술의 하나로 보는 의견도 있다. 이천표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부) “가상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장 집약적으로 쓰여진 용례”라고 정의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인터넷 기술의 대두 이래 최고의 기술이라고 평가되고 있다. 인터넷 기술이 정보검색을 위한 기술이라고 한다면 불록체인 기술은 정보처리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블록체인 기술이 아직 미완성 상태라는 점이다. 현재 블록체인 기술은 가장 비싼 데이터베이스 기술이라는 말도 나온다. 특히 보안성 면에서 불안이 작지 않다. 

불록의 자료는 위변조가 불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정작 가상화폐 거래소와 거래과정이 해킹을 당하고 있다는 약점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는 애초에 가상화폐의 초국적 화폐로써의 성격이 주목됐지만 최근에는 투기자산이라는 점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되고 있다”고 봤다.

가상화폐의 성격을 하나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도 있다. 대한민국 법정화폐를 발행하는 한국은행의 차현진 금융결제국장은 “가상화폐는 기능적 측면에서는 제한된 영역 내에서는 지급을 위한 매개체로써의 이용 가능하면서도 실제 시장에서는 대부분 투자 내지 투기 수단으로 이용되는 등 복합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말했다. 

차 국장은 이어 “다만 현 시점에서는 발행기관에 의한 가치 보장이 없고 사용처가 극히 제한적이며 가격 변동성이 높은 점에서 볼 때 화폐 내지 지급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기준으로 비트코인 가격의 일일변동성을 보면 대체로 3~4% 정도였는데 이는 금 또는 원·달러환율에 비해 높은 수준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무엇보다 현재 국내 법률에서 가상화폐를 화폐나 지급수단, 금융상품의 정의에 포함시킬 수 있는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 국장은 “가상화폐는 유체물의 형태로 존재하지는 않으나 독립적인 매매의 대상이 되고 있어서 디지털 형태의일반 상품에 가까운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가상화폐 가치 급등…납득 안 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통화가치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의 주된 근거는 이처럼 가상화폐가 가치 저장수단으로 안정적이지 않고 보편적 결제수단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이는 급등과 급락 사이를 오고가는 가상화폐의 본질적인 가치가 무엇이냐는 질문과 맞닿아 있다. 가상화폐가 채굴을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점은 얼핏 게임 과정을 통해 획득하는 게임머니와 유사한 측면이다. 그러나 가상화폐는 현실화폐와 교환되지 않는 한 채굴자의 시간과 비용을 줄여주는 요소가 전혀 없다는 차이점을 갖는다. 그럼에도 가상화폐가 현재 시세를 갖고 등락을 거듭하는 것은 누군가 가상화폐가 현실 재화와 교환가능하다는 신뢰를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투자자들은 이런 신뢰에 근거해서 가상화폐가 현실시세를 가진다고 믿게 됐다. 
가상화폐는 현실세계에서의 거래 가능성이 국가에 의해 보장되거나 유력한 경제주체가 보장하지 않는다. 오직 개개인 간의 신뢰에 의해서 유통성이 보장될 뿐이다. 누구도 가상화폐의 현실시세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홍기훈 교수는 “가상화폐의 시장가치가 올라가는 것과 가상화폐의 사회적 가치와는 아무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홍 교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통화들이 4차 산업혁명에 있어 결정적인 요소들이고 미래의 화폐경제의 주축이 될 존재들이라는 사실과 그 시장가치 증가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 없이 주장만 존재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가상화폐가 미래사회에서는 지급결제수단으로 쓰일 수도 있고 새로운 화폐 경제체제를 만들 수도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장부기록 방식이 나올 것이라는 주장만 난무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홍 교수는 또 “(가상화폐의 시장가치 급등이) 경제학적으로는 의미를 찾을 수 없고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가상화폐 시장가치 급등은 투기성 자본의 유입으로 인한 변동성 증가”라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이 가상화폐의 미래가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잠재성에 반응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철학 담은 화폐혁명의 시작

경제학계와는 달리 IT업계 등 기술기반 시장에서는 가상화폐의 ‘화폐’로의 전환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가상화폐가 기존 화폐를 짧은 시간에 대체하기는 어렵겠지만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활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은 우선 가상화폐가 중앙관리기관이 없기에 국적에 한정되지 않고 환전 없이 세계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에 주목하고 있다. 또 정치·안보나 경제 이슈에 따른 각국의 통화정책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도 화폐로써의 장점으로 보고 있다. 

IT보안 업계 한 전문가는 “비트코인은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경제체계를 제공하기 위한 기술적 시도였다”고 평가한다. 

화폐의 발행 유통권을 국가에서 개인으로 전이 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데 방점을 찍은 진단이다. 비트코인이 미래 세상에서 새로운 독립적 화폐 발행 및 유통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해 기술적으로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오픈 소스이기 때문에 누구나 알트코인을 만들 수 있다. 알트코인은 비트코인 외의 가상화폐를 말한다. 다양한 알트코인의 생성 가능성은 누구나 화폐 발행권을 갖도록 했고 발행된 화폐는 상호 인정하는 거래 가치로 제3자의 개입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서 새로운 기능을 갖춘 가상화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더리움은 블록체인에 스마트컨트랙트 시스템을 갖췄다. 어떤 조건하에서 계약이 이행되도록 강제하는 기능이다. 리플은 은행권 국제송금 기능에 특화돼 만들어졌고 라이트코인은 코인 생성 주기를 단축해 대량 결제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가상화폐의 화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이들은 모든 문명이 그랬듯이 화폐도 진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지금까지의 화폐 시스템은 개인 간 거래를 위해서는 국가, 은행, 거래소 등 중앙기관의 이해 관계자들이 개입돼야 했다. 하지만 가상화폐는 중앙은행과 같은 발행기관이 없는 대신 개인들 간의 약속에 의해 유통되는 전혀 다른 화폐 시스템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법정화폐를 최고의 가치저장 수단이자 효율적인 지급결제 수단이라고 믿고 있다. 과거에는 금으로 만들어진 금화가 최고의 가치 저장 수단이자 지급결제 수단, 즉 화폐였다. 그러나 정작 황금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가치’를 찾아 볼 수 없다. 경제학자 케인즈는 “어차피 땅속에 있던 물건을 공들여 캐내어 네모난 모양으로 다듬은 다음, 다시 땅속의 금고에 묻어두고 부자가 된 양 행복해하는 꼴이 얼마나 우습느냐”면서 금을 중심으로 한 화폐제도를 비웃기도 했다. 결국 가치는 물질적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 낸 제도, 즉 약속에 의해 보장된다는 것이다. 그 약속을 권력자가 아닌 시민들 사이에서 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가상화폐 속에 담겨 있는 반전의 철학이기도 하다. 

화폐제도의 주도권이 국가에 있기 때문에 통치자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가 쉬운데 이의 결과는 초인플레이션을 유발하고 경제공황을 야기했다는 게 인류역사 속의 경험이다. 이 같은 경험은 통치기간이 영원하지 않은 통치자가 유효기간이 무한대인 화폐를 마음대로 주무르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부당하다는 인식의 배경이 됐다. 

가상화폐 거래소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는 미래 세상에서 통용될 화폐의 새로운 모습을 앞서서 보여주고 있다”면서 “현재의 금융 시스템에 대해 가상화폐가 도전을 하고 있고 이는 또 다른 또 다른 철학을 담은 화폐혁명이 시작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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