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들>

바로 이 순간, 킬러 안데르스가 벌떡 일어섰다.
우려하던 재앙은 현실이 되었다.
“난 더 이상 사람들을 때리지 않을 테야! 왜냐하면 모두가 어린아이들이니까! 또 술도 마시지 않을 테야! 이제부터 내 인생을 예수님 손에 맡길 테야. 그리고 내가 어제 마지막으로 한 일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불해 주길 바라. 그 돈은 적십자에 기부할 생각이야. 그다음에 우리는 이를테면 각자의 길을 가는 거야.”
“하지만…… 당신은 그러면 안 돼요!
내가 허락하지 못한다고요!”
<본문 중에서>


무료한 삶에 독서는 마음의 양식을 쌓지만 졸음을 동반한다. 무엇보다 스마트폰으로 못하는 게 없는 요즘 단체 채팅창에서 수다를 떨거나 유투브 동영상을 감상하는 것이 책을 읽는 것보다는 편하고 즐겁다. 스마트폰을 통해 유일한 휴식을 만끽하는 삶이 일상이 돼 버렸다. 그럼에도 칼럼을 쓰기 위해 책을 뽑아 들었다. 심신을 수양하고 교양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도서들이 많지만 역시 지루할 때에는 소설이 최고다. 무엇보다 이 책은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으로 일약 스타덤 작가 대열에 합류한 요나스 요나손의 세 번째 작품으로 누군가에게 믿고 보는 드라마 작가가 있다면 나에게는 믿고 보는 소설 작가다.
이 책은 끝이 없는 얽히고설키는 스토리에 자충우돌 캐릭터들의 항연이 펼쳐진다. 무지하게 특이한 캐릭터들이다. 간략한 내용은 이렇다.
땅 끝 하숙텔 리셉셔니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페르 페르손’에게 한 남자와 여자가 찾아온다. 한 남자는 ‘킬러 안데르스’로 돈을 받고 사람을 때리거나 죽이는 일을 하는 실제 감옥에서 30년을 산 진짜 범죄자다. 그리고 한 여자는 집안의 가업을 물려받아 목사가 됐으나 신을 믿지 않는(?) 목사 ‘요한나 셸란데르’다. 불편한 관계로 한 하숙텔에서 생활하는 그들에게 어느 날, ‘백작’이라는 어둠의 두목이 찾아와 일을 처리해 준 대가로 5천 크로나를 전한다. 하지만 원래 받기로한 금액은 1만 크로나, 이에 분개한 킬러 안데르스는 페르 페르손과 요한나 셸란데르에게 밀린 숙박비를 주겠다며 미수금 회수를 부탁한다. 이를 계기로 페르 페르손과 요한나 셸란데르는 폭행 및 구타를 전문으로 킬러 안데르스를 이용한 사업을 꾸미기 시작한다. 그들의 사업은 매우 성공적이었지만 그것도 잠시 킬러 안데르스는 갑자기 하나님을 숭배하는 180˚달라진 모습으로 사업 중단을 요구한다….
보통 소설을 읽다 보면 다음 장이 어느정도 짐작된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만났는지, 헤어졌는지 등등 하지만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은 짐작이 불가하다. 대신 설렘과 쉴 새 없는 유쾌한 재미를 동반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스마트폰과 결별했다. 일어나서 메신저를 확인하고 출근길에 동영상을 감상하고, 게임을 하며 스마트폰에 정복당했다면 독서의 계절 가을 유쾌한 소설로 마음의 양식을 쌓아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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