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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에서 맥도날드까지, 먹거리의 공포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7.10.0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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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는 두렵고 무서운 것을 의미한다. ‘먹거리’의 사전적 정의는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먹는 온갖 것이다. 두 명사의 조합이 이제는 낯설지 않은 시대이다.

살충제 계란에서 소시지와 같은 유럽발 가공육 제품을 거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주 찾는 햄버거까지 ‘먹거리’에 대한 ‘파동’이 최근에 불거졌다. 그리고는 파동은 ‘공포’로 번졌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먹거리 공포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해법을 살펴봤다.

“불안해서 (계란을) 구입할 수가 없다.” 살충제 계란 파동 직후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반응이다. 롯데마트를 찾은 50대 여성은 “평소 하루에 계란을 2개씩 먹었지만 최근에는 (계란을) 사지 않았다”며 “낮에 생협 한살림에 갔더니 ‘우리 계란은 (살충제 성분이) 검출 안 된 것’이라고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40대 여성고객은 “지금까지 친환경 계란으로만 구입해 왔는데 거기서도 검출이 된 것 아니냐”며 “마트에서 계란을 팔지 않은 줄 알고 있었는데, (진열이 돼 있어서) 구경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마트 계란 판매대 앞의 30대 여성도 “불안해서 못 사겠다”며 “살충제가 검출됐다는 계란의 번호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평소 고향인 충청도 지역의 한 유정란 농장에서 계란을 직접 구매해왔는데 문제가 없다는 안내를 해당 농장에서 받기는 했지만 먹기가 주저된다”고 말했다.

현재 진행형인 이 같은 불안 속에서 계란 소비는 급락 중이다. 대형마트에서는 수요가 빠지면서 계란 한판을 4000원대까지 가격을 낮춰 내놓고 있다. 이마트는 9월 중 알찬란(대란) 30구 가격을 추가로 400원 내려 4980원에 판매하는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홈플러스 역시 계란 한 판(대란 기준) 가격을 5980원에서 5580원으로 400원 내렸고, 롯데마트는 기존 5380원에서 4950원으로 할인 판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좀처럼 소비가 늘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평소의 절반 정도 판매 되고 있다”며 “(수요가) 회복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고 전했다.

‘불안’을 먹어야 하는 ‘소비자’

한국인들은 계란을 적지 않게 먹어 왔다. 최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내놓은 연도별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를 보면 계란이 포함된 난류(卵類)의 1일 섭취량은 2015년 28.9g이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해마다 192개 지역에서 만 1세 이상 가구원 약 1만명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난류 하루 섭취량은 1998년 22.4g에서 2001년 21.1g, 2005년 25.8g, 2007년 21.9g, 2009년 24.9g, 2011년 25.9g, 2013년 27.5g, 2015년 28.9g 등으로 들쭉날쭉하지만 대체로 증가추세를 보였다.

이와는 별도로 농림축산식품부의 지난해 통계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계란 생산·소비량은 135억5600만개이다. 1인당 소비량은 연간 268개이다. 불안하지만 여전히 계란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마트 계란 한 판을 쇼핑카트에 담은 20대의 남성은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면서 “(닭들을) 풀어서 키운 게 아니라 집단적으로 대량생산을 하다 보니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이고, 먹거리 중에서 계란에만 이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근 한 주점에서도 계란말이는 여전히 안주로 나오고 있었다. 이 주점의 사장은 “어제, 오늘도 계란말이를 주문하는 손님이 있었다”며 “(살충제 계란 파동에도) 먹는 사람들은 다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계란 파동은 유통가 전반에 후폭풍을 몰고 왔다. 식음료 업계에서 과자와 분유 등의 판매가 뚝 떨어졌다. 살충제 계란 파문에 따른 불안감의 확산이 주요 배경인데 업체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특히 영유가가 먹는 분유의 경우 살충제 계란 사태이후 판매량이 반토막 나는 등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다. 과자와 분유시장에도 ‘살충제 계란’의 후폭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게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해온 식음료 전문가의 중론이다.

농협하나로마트의 통계를 보면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진 이후 일주일간의 추이가 직전 주에 비해 A제과회사의 ‘계란과자’ 매출은 15.8% 감소했다. 해당 제품에는 계란이 전란액 형태로 14% 사용되고 있다.

어린 아이들이 먹는 분유도 일부 매출에 타격이 있었다. A유업의 경우 85.1%, B유업은 38.7%, C사는 55.5% 매출이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분유의 경우 계란의 난황(노른자)에서 레시틴, 아라키돈산 등 기능성 성분을 추출해 사용하고 있다.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분유를 먹이는 엄마들의 불안감이 확산되자 해당 기업들은 안전성과 관련한 공지 글을 홈페이지에 띄우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계란 이어서 소시지도 ‘논란’

이 와중에 이번엔 유럽발 가공육 제품에 대한 공포가 국내에 상륙했다. 소시지와 같은 유럽산 돼지고기를 원료로 한 제품의 안정성 문제가 유럽에서 제기된 것이다. 독일·네덜란드산 돼지고기 원료로 만든 가공육 제품이 E형 간염 유발 논란을 빚었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논란이 된 제품을 매장에서 바로 뺐다. 대형마트 3사가 매장 철수와 판매 중단을 결정한 제품은 대상 청정원에서 만든 베이컨이다. 이마트는 자체 식품 브랜드인 피코크의 ‘스모크통베이컨’ 제품에도 독일산 원료가 들어간 것으로 확인하고 판매를 중단했다. 롯데마트 역시 자체 식품 브랜드인 ‘초이스엘’ 베이컨에 독일산 원료가 포함된 것을 확인하고 판매를 멈췄다. CJ제일제당의 경우는 돼지고기 원료 검사 결과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지만 일단 유럽산 돼지고기 사용을 중단했다.

유통·식품업계의 민감한 반응은 살충제 계란 파도에 더해 맥도날드발 ‘햄버거병’ 논란까지 들끓는 먹거리 공포의 확산을 막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었다.

맥도날드 햄버거병 논란은 계란 파동에 앞선 지난 7월부터 지속됐다. 9월7일 한국맥도날드가 공식 사과와 함께 식품안전 대책에 대해 입장을 밝혔지만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맥도날드 햄버거병 논란은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용혈성요독증후군(일명 햄버거병)에 걸린 사례나 초등학생들이 집단으로 장염 증세를 호소했다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이 사태로 맥도날드 측은 주거지 인근 매장을 중심으로 방문객수 감소와 매출 하락을 경험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한국맥도날드의 사과가 나왔다. 조주연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는 ‘고객분들께 드리는 메시지’를 통해 “최근 몇 달 동안 저희 매장에서 발생한 사안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며 “정부 및 외부 전문가와 함께 식품안전과 관련된 모든 프로세스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 대표는 향후 식품안전 프로세스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당사 매장에 대한 제3의 외부 기관의 검사, 매장 직원들을 위한 ‘식품안전 핫라인’ 개설, 원재료 공급부터 최종 제품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고객들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 등의 내용을 담았다.

업계의 반성이나 대책에도 소비자들의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식품을 중심으로 화학물질을 거부하는 ‘케미포비아’를 자청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연일 터지는 먹거리 안전사고에 더해 미세먼지, 잔류농약 등 환경적인 요인까지 겹치면서 식품 안전 인식이 증가의 결과이기도 하다.

식약처, 잘 씻기만 해도 된다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식품에 대해 지나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다. 농약과 세제를 포함한 화학물질 자체가 두려운 이들에게도 물만으로 과일, 채소와 같은 식자재를 말끔히 씻어내면 된다는 간단한 처방법도 제시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먹거리에 잔류한 농약은 세척만 제대로 해줘도 대부분 씻겨나간다”며 과일·채소 섭취 시 꼼꼼한 세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안심이 되지 않는다. 먹거리의 문제의 근원부터 살펴봐야 한다. ‘식량의 종말’의 저자 폴 로버츠는 “대량 생산, 대량 소비에 결박된 식품 시스템이 오늘날 우리의 밥상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한다.

구제역을 비롯해 한국 사회에서 식품안전과 관련해 들어 줄만한 조언이다. “먹거리와 현대 식품 시스템을 앞으로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며 “광우병, 조류 독감, 배추 파동, 김치 파동, 정크푸드, 비만, 기아, 대형마트에 이르기까지 먹을거리를 둘러싼 수많은 논의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늘날 식품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시스템이 자본주의 상품 경제 시스템의 논리를 그대로 따른다는 사실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만 해도 오늘날 식품 시스템의 위기를 드러내는 현상이다. 사람들은 가축을 더 크고 빠르게 키우기 위해 목장과 헛간 앞마당에서 기르던 가축을 우리와 축사로 옮긴다. 하지만 가축 밀집 사육 시설에서 집중 사육하는 방식은 대규모 질병이 발생할 수 있는 최적 조건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가축을 빨리 키우려고 비타민과 아미노산, 호르몬, 항생제 등을 사용한다. 가축에 항생제를 지속적으로 주입한 결과 박테리아의 항생제 저항력도 높아져 가축을 매개로 한 질병 발병률도 높아진다. 이런 현상 뒤에는 물론 최저가를 요구하는 대형 가공업체와 대형마트, 그리고 소비자들의 가격 압박이 있다.

식품시스템 위기 ‘먹거리 공동체’ 구성해야
대형마트의 식료품 코너는 언제나 풍성하다. 이 식품 시스템에 붕괴가 임박했다는 조짐은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이는 한순간에 뒤집힐 수 있다. 더욱 신선하고 다양하고 값싼 식품을 원하는 시장을 무리해 가며 만족시킨 결과, 식품 시스템은 점차 위기에 처하고 있다.

똑같은 가축 수천 마리가 밀집된 사육장, 동질한 작물들이 가득한 공장식 농경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곳에는 화학 비료가 대거 흘러 들어오고 화학 물질이 대거 흘러 나간다. 토양은 침식되고 산림은 경작지로 개간 중이며 농장은 쇼핑몰로 변신했다. 지하수면이 가라앉으면서 관개용 우물이 점점 깊어지고 임금이 낮아질수록 항공 화물 노선은 점점 길어진다. 결국 마진은 하락하고 재고 수준은 낮아져 갈수록 작업 처리량이 늘어났다.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가 어려워졌다. 공급망은 길어진 동시에 간소화됐다. 이 식품 경제가 감당하지 못할 수위의 ‘사건’과 맞닥뜨린다면 현 시스템이 중단되고 선반과 진열대가 깨끗이 정리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따라 붙는다.

그렇다면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폴 로버츠의 조언은 우선 “먹거리 지역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 공급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역 식품을 더욱 활용하는 방향으로 식품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다.

어류 소비에서 대안을 찾아 보자고도 한다. 육상 가축은 생물학 또는 생태학 면에서 제약이 있으므로 현재 활짝 열린 미개척 영역인 바다에서 필요한 단백질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육류 수요를 줄이는 일이 시급하다. 현재의 육류 소비 추세를 뒤엎고 세계의 일인당 평균 육류 소비량을 낮추지 않는 한 식품 시스템의 위기는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결론적으로 폴 로버츠는 식품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숲으로 들어가 열매를 따 먹으며 산다거나 생산량이 낮고 질병이 만연하며 불순물이 넘치고 끝없이 고된 노동에 시달리던 과거 식량 경제로 돌아가자는 말이 아니다. 음식 조리를 다른 이의 손에 넘겨주고 우리의 먹거리를 점차 경제 모델에 내맡기면서 식품의 몰락을 자초하지 말자는 조언이다. 그의 “우리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것을 잃고 있는지 깨달아야 한다”는 지적에 이르면 소비자들 모두 먹거리 문제의 본질을 다시 한 번 고민해야한다는 당면한 과제를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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