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브랜드 인지도 높은 ‘NB’, 상품 파급력 가진 'PB‘ 협업 제품 봇물

유통업계가 이유 있는 적과의 동침을 시작했다. 실제로 최근 유통업계에서 라이벌 관계인 제조사 제품 ‘NB’와 유통사 자체 제품 ‘PB’를 협업한 ‘NPB’ 제품이 늘고 있다. 상품 파급력이 큰 PB제품과 친숙한 이미지로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자랑하는 NB제품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한 NPB제품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색적이며 품질도 우수한 이미지를 각인해 구매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상이한 두 업체의 화합을 들여다봤다.

싸우지 말고 하나로
PB(Private Brand)는 백화점·대형마트 등의 유통업체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브랜드 제품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이마트 노브랜드 제품을 꼽을 수 있다. PB제품은 대량생산과 홍보비 등의 원가절감으로 저렴하고 믿을만한 품질의 제품, 즉 가성비를 강조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기존 제품에서는 볼 수 없는 차별화된 다양하고 이색적인 제품으로 출시와 함께 각종 이슈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렴한 가격으로 인해 제품의 품질이 낮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으로 지명도는 낮은 편이다. 반면 NB(National Brand)는 전국적으로 광고되고 있는 제조업체가 직접 개발한 제품으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새우깡, 메로나 등의 제품이다. NB제품은 다양한 광고를 통해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갖추고 있으며 PB상품에 비해 가격이 높아 상대적으로 믿을만한 제품이라는 신뢰도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상이한 두 업계가 손을 잡았다. 유통업체의 파급력과 제조업체의 인지도가 만나 폭발적인 시너지를 이루기 위해서다. 실제 PB와 NB가 화합해 탄생한 NPB제품은 유통업체에게는 품질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제조업체에게는 점유율 확대라는 결과를 가져왔다.

먼저 홈플러스는 다른 대형마트와 달리 그룹 내 식품·의류 계열사가 없어 협업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이다. 지난 4월 홈플러스는 롯데제과와 손잡고 죠스바와 수박바를 파이트 컵 형태로 리뉴얼한 ‘죠스통’, ‘수박통’을 출시했다. 죠스통과 수박통은 파인트(474㎖) 크기에 떠먹는 아이스크림으로 오리지널의 맛과 식감을 그대로 유지하고 용량은 기존(75㎖) 대비 6배 이상으로 키웠다. 이밖에도 홈플러스는 서울우유와 손잡고 기존 상품보다 11배 이상 커진 ‘서울F&B 패밀리 요구르트’를 선보였다. 또한 주류업체 세븐브로이와 손잡고 ‘강서맥주’·‘달서맥주’ 등 수제맥주를 출시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NPB제품은 고객이 사랑하는 브랜드 본연의 가치를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체험과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기획됐다”며 “앞으로도 기존 대형마트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품질과 가성비를 갖춘 상품 개발을 위해 다양한 협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PB상품의 주 무대인 편의점도 가세했다. 선두주자는 세븐일레븐이다. 지난 3월 세븐일레븐은 ‘고향만두밥’을 단독 출시했다. 고향만두밥은 해태제과의 스테디셀러인 고향만두를 넣은 볶음밥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소개돼 화제가 됐던 레시피를 착안해 제작됐다. 더불어 세븐일레븐은 롯데칠성음료의 캔커피 레쓰비와 협업해 ‘레쓰비소보로빵’을 출시했다. 빵 반죽과 소보로 크림까지 모두 커피를 활용했다. 레쓰비의 달콤한 맛과 향을 극대화했으며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한다. ‘죠리퐁 카페라떼’도 세븐일레븐에서만 만나볼 수 있다. 크라운제과와 원두커피 제조업체 쟈뎅과 함께 만든 죠리퐁 카페라떼는 커피의 단맛과 죠리퐁의 고소한 맛을 한 입에 마시는 듯한 느낌으로 구현한 것이 특징이다. 이밖에도 세븐일레븐은 화장품 전문 업체 비씨엘과 색조 화장품 브랜드 ‘0720’을 론칭했으며 동원F&B과 함께 ‘동원참치라면’, ‘동원참치삼각김밥’, ‘동원참치버거’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GS25와 주방용품 업체 락앤락의 각종 생활용품을 합작한 ‘유어스x락앤락 기념세트’도 인기다. 이 제품은 GS25의 PB브랜드 ‘유어스(YOU US)’의 론칭 1주년을 기념해 제작됐다. 급증하는 1인 가구와 대학생 및 직장인 등을 위해 가성비와 실용성을 최대한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와 함께 GS25는 LG생활건강 ‘비욘드’도 독점 판매하고 있다. 두 업체는 8개월간의 협업을 통해 편의점에 적합하도록 상품 용량을 최대한 줄여 소용량 키트로 제작, 판매하고 있다. CU는 롯데제과의 밀크카라멜과 크런키를 케이크로 만든 ‘밀크카라멜 케이크’와 ‘크런키 케이크’를 출시했다. 지난 2월 단독으로 출시한 ‘가나미니초코케이크’와 ‘몽쉘미니초코케이크’의 선풍적인 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가나미니초코케이크와 몽쉘미니초코케이크은 냉장 디저트 카테고리 매출 1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PB상품의 파급력과 기존 NB상품의 인지도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유통업계와 제조업체의 협업이 지속되고 있는 추세”라며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활용해 유통업체에서 점유율 확대를 모색하는 한편,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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