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대게 미식여행

서울에서 울진 후포항까지 4시간여. 울진은 겨울에 가장 아름다운 색을 자랑하는 동해가 있다. 숨이 멎을 것 같은 시커먼 바다가 되기도 하고, 마음을 평안하게 하는 은은한 하늘빛 바다가 되기도 한다. 제철 맞은 대게가 입맛을 돋우는 곳, 울진으로 떠난다.

쪽빛바닷길에서 만나는 소소한 풍경
창밖 풍경이 이전과 다르다. 파란 바다에 오선지를 그려놓고 음표를 매달아 놓은 것 같은 서정적인 풍경이 시나브로 나가온다. 울진 해안드라이브의 명물거리인 망양오징어거리에 도착한 것이다. 바닷물로 간을 하고 바닷바람과 햇볕으로 건조시킨 반건조 오징어가 꾸덕꾸덕하게 건조중이다. 마트에서 보던 거무칙칙한 오징어 빛깔이 아니라 우유처럼 뽀얀 살결을 가진 한치를 닮았다. 그 유혹에 못 이겨 한축을 구입하자 맛보기라며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준다. 두툼한 살집에 야들야들 부드럽기까지 하다.
울진 해안드라이브의 최고절정은 덕신해변에서 망양정구간이다. 일명 쪽빛바닷길로 불린다.
작은 포구에서는 짭조름하고 비릿한 바다내음이 넘실거린다. 산비탈에서 떨어진 뾰족한 바위에 소나무가 촛불을 밝히듯 자라고 있는 촛대바위, 파도가 잔잔할 때 머리를 살포시 내미는 거북바위도 만날 수 있다.
길은 계속 흘러 망양정에 닿는다. 송강 정철(1536~1593)이 관동팔경에 소개했으며 조선 숙종(1661~1720)이 ‘관동제일루’라는 편액을 하사할 정도로 동해안 최고의 풍광을 자랑한다. 해맞이공원이 함께 조성돼 있어 산책을 겸해 잠시 쉬어가기 좋다.
망양정을 뒤로 하고 7번 국도에 올랐다. 질주본능을 자극하는 곧게 뻗은 길이다. 해안도로에서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봄소식은 아직 먼 얘기 같지만 가슴에는 이미 봄바람이 불어온 것 같다. 바람을 가르는 쏜살같은 속도로 도착한 곳은 죽변항이다. 죽변항은 예로부터 화살을 만드는 재료였던 소죽(小竹)이 많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도 죽변등대가 있는 언덕에는 소죽이 무성하게 숲을 이루고 있다. 후포항이 ‘자기야-백년손님’으로 최고상한가를 누린다면 죽변항은 SBS 드라마 <폭풍 속으로>세트장이 있어 유명하다. 깎아지른 절벽에 세워진 세트장은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그 뒤로 후정해수욕장이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다. 바닷물이 해변에 밀려들면 물거품을 선명한 하트모양을 그려낸다. 그래서 하트해변이라 불린다.
이로써 100km가 넘는 해안 드라이브를 마감한다. 드라이브를 마치며 생각해보니 나에게 울진 동해바다는 낭만도 아니요, 추억이나 삶도 아니다. 그것은 감사함이다. 시리도록 푸른 바다를 대면할 수 있는 생명에 대한 감사함 말이다.

대게의 원조는 울진
“사람들이 영덕대게 영덕대게 케샀는데 원래는 울진대겝니더. 아지야, 대게는 울진이 원조라캉께네 참말로” 후포항에서 대게를 파는 아주머니가 흥분했다. 흔히 영덕대게로 알고 있지만 대게가 많이 잡히는 곳은 정작 영덕이 아닌 울진이다. 실제로 대게 원조마을도 울진군 평해읍 거일2일 마을이다. ‘거일’은 마을의 지형이 ‘게알’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것으로써 게알이 기알로 다시 거일로 변했다고 한다. 이 마을이 예로부터 대게 잡이를 가장 많이 한 마을이다. 영덕이 대게의 명산지로 알려진 이유는 교통이 원활하지 못하던 1930년대에 대게를 대도시에 공급하기 위해 교통이 편리한 영덕을 중간 집하지로 삼아서 영덕대게로 불렸을 뿐이다. 그래서 거일2일 마을 앞 해안도로변에 울진대게유래비가 세워져 있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방법 : 내비게이션에 ‘후포항’를 검색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후포공용시외버스터미널에 하차하여 농어촌 버스로 갈아타고 후포여객선 터미널역 정류장에 하차
■주소 : 경상북도 울진군 후포면 후포리
■숙소 : 덕구온천은 백암온천과 함께 울진을 대표하는 온천지다. 특히 경상북도 1호 보양온천으로 알려져 있다. 풍부한 미네랄성분이 신경통과 근육통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노천스파에서는 겨울의 낭만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온천지구에 숙박시설이 많이 모여 있다.
■문의 :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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