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했던 친구와 자주 했던 게임 중 ‘땅따먹기’란 놀이가 있다. 놀이 방법은 아주 단순하다. 땅에 큰 원을 그린 후 반을 갈라 각자의 집으로 삼는다. 그리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이긴 사람이 먼저 자신의 집 한쪽 귀퉁이에서 돌을 튕겨 친구의 집에 들어가고 거기서 다시 한 번 돌을 튕겨 자신으로 집으로 돌아오면 되는 게임이다. 만약 세 번 만에 자기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죽게 되고, 차례가 다음 사람에게 넘어간다.
처음 돌의 출발 지점과 친구 집에 돌이 도착한 지점, 그리고 다시 돌아온 지점을 각각 줄을 그어 삼각형 모양으로 연결하면 그 면적만큼 내 땅이 되는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이 게임에 왜 그렇게 열을 냈는지 모르겠다. 고작 넓은 운동장에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조그만 원 하나를 가지고 서로 더 많이 차지하겠다고 우겨 됐으니 말이다. 국내 다단계판매 업계는 2008년부터 꾸준히 성장세를 보여 왔다. 2007년 1조7743억원의 매출액은 지난해 3배 가까이 늘어난 5조원을 기록했고 판매원 수도 8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국내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진 상황에서도 다단계판매는 보란 듯이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매해 10%대 성장률을 보였지만 2016년도는 지난해보다 한 자릿수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성장률도 둔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생 업체들은 계속해서 유입되고 있다. 지난해만도 20곳이 넘는 회사가 오픈했다. 회사가 새로 오픈 할 때면 들리는 말이 ‘어느 회사 어느 사업자 조직이 어디로 갔다’는 말인데, 실제 지난해는 유난히도 화장품을 주력으로 하는 회사들이 많이 생겨나면서 기존 화장품 회사들의 회원들이 신생업체로 많이 이동했다. 이로 인해 매출이 감소했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업체도 있었다. 이는 한정된 파이를 놓고 서로 아옹다옹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은 이미 완숙됐다. 지금은 시장의 파이를 나눠 먹어야 하는 단계가 아니라 시장의 파이를 키워야 할 시기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해소하는 것이 먼저이다. 이는 어느 회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업계 발전을 위해 모두가 함께 힘을 모아야 하는 일이다.
아울러 상품군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만 하더라도 의류나 액세서리는 물론, 심지어 법률자문 서비스도 다단계판매로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국내 다단계판매 업계는 건강식품 아니면 화장품이 대다수다. 물론 국내 실정에 따른 제약이 있겠지만 다양한 상품군 발굴은 꼭 필요한 작업이다.
전체 유통업계에서 봤을 때 다단계판매는 작은 원 하나에 불과하다. 크지도 않은 다단계판매 시장에서 언제까지 기업들끼리 땅따먹기 게임에 몰두해서야 되겠는가. 원 안에서 영업하면 그만이던 시절은 이제 끝나가고 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