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중심으로 라이프스타일 트렌드 재편돼

연말이 되자 내년도 트렌드를 전망하는 다양한 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이 중 소비 및 라이프스타일 관련 트렌드로 제시된 키워드 중 눈에 띄는 부분은 ‘평타’와 ‘플랜ME’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플랜ME’, 그리고 추천 위주의 선택으로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겠다는 ‘평타’. 언뜻 상반돼 보이는 두 키워드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으며, 나는 어떤 스타일에 가까울까.

타인 추천에 기대 결정장애 극복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결정장애가 아닐까 의심한다. 하루에도 각종 매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에 노출되고, 수많은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검토해야하는 이 시대, 이 많은 정보는 빠른 결정과 판단을 방해한다. 특히 소비에 있어서는 서로 장점만을 부각시키는 광고 및 광고성 정보들로 인해 어떤 것을 고르는 것이 효율적이고 옳은 것인지 섣불리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런 경우 사람들이 의지하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추천이다. 누군가의 검증된 정보를 통해 내 결정을 대신하는 것. 특히 다수가 추천하는 것이라면 적어도 실패할 확률은 확연이 낮아진다. ‘평타’는 이처럼 누군가의 추천을 통해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더 나은 것’보다 ‘망치지 않을 것’을 선택하고자 하는 성향을 보여주는 것으로, 빅데이터를 다루는 다음소프트 연구원들이 내놓은 ‘2017 트렌드노트’에서 꼽은 6가지 키워드 중 하나다. 평타족은 과자나 가구, 화장품 등 물건을 구매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생활 상식과 대처법까지 타인의 추천에 기대 결정을 내린다. 특히 인간적 신뢰가 있는 지인이 아니라, 얼굴 한 번 본적 없는 온라인의 다수가 추천의 주체라는 점이 흥미롭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민을 올리거나 구매를 고민 중인 상품에 대한 평가를 부탁하며 다른 이들의 댓글을 기다리는 행위가 바로 평타족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평타족을 위한 솔루션은 소통과 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산업계에서도 이미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용자가 ‘안심’할 수 있는 선택지를 고르도록 돕는 추천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오늘날 기업 마케팅 등 활동에도 적극 활용되고 있는 빅데이터는 보다 안심할 수 있는 정보를 추천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빅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유리한 온라인 비즈니스에서 평타족을 위한 서비스는 특히 활성화돼 있다.
미국 1위 쇼핑몰 아마존의 상품 추천 시스템, ‘A9’이 대표적이다. 소비자가 클릭하거나 구매한 상품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분석해 각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상품들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서 분석되는 정보는 단순히 쇼핑 이력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상품평 등 아마존 내에서 고객이 한 모든 행위를 대상으로 하며, 특정 패턴에 맞는 상품 추천 목록을 만들어 해당 목록을 선호할 것 같은 다른 고객들에게도 추천한다.
오픈마켓 11번가는 고객의 쇼핑 이력과 클릭한 상품의 정보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 소비 성향과 상품 정보를 매칭하는 것은 물론, 상품 관련 단어와 그 단어의 의미 및 맥락까지 파악해 추천 리스트를 만든다. 또최근에는 ‘11톡 디지털 컨시어지’를 통해 채팅으로 마치 오프라인 매장에서 상담하는 것처럼 전문가와 상담을 하며 상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으며, 지난 10월 개최한 ‘테크 플래닛 2016’에서 미래 쇼핑의 대표 기술로 검색, 추천, 챗봇을 제시하며 향후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추천 서비스를 더욱 강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눈치 보지 않고 자신에 맞춰 소비
올해 가장 먼저 출간된 트렌드서 ‘대한민국 토탈트렌드 2017’에서는 2017년에는 N포 세대가 가고 플랜ME 세대가 온다고 전망했다. 흔히 요즘 젊은 세대를 일컬어 어려운 사회 상황으로 취업, 결혼, 연애, 집까지 삶의 중요 요소들까지 여러 가지를 포기하고 살아가는 N포 세대라고 말한다. 플랜ME 세대는 N포 세대가 단순히 포기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에 맞춰 자신만의 선택을 해나갈 것이라는 전망을 담고 있다. 절망적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본능이자 일종의 반발이기도 한 이 성향은 ‘세상의 중심은 나’라는 인식 하에 자신을 기준으로 세상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그 동안 사회적 인식과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던 것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실용적이며 자기 가치 지향적인 소비 및 라이프스타일로 변화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이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노브랜드는 가성비 중심의 실용적 소비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800여 가지 상품으로 구성된 노브랜드는 상품의 기능과 질이 브랜드 제품에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으며 상당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올해 이마트에서는 노브랜드의 매출 목표를 1000억원으로 잡았지만, 이미 9월에 1200억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 1월 88억원이던 매출이 9월에는 196억원으로 두 배 이상 신장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 카 쉐어링은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를 대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남성에게 소유욕과 과시욕의 상징과도 같았던 자동차를 구매하는 대신 내가 꼭 필요할 때만 초단기로 빌려 사용하는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 우리나라 카 쉐어링 업계의 양강구도를 이끌고 있는 쏘카와 그린카의 성장세는 무서울 정도다. 쏘카의 경우 2013년 2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48억원으로, 회원 수는 7만에서 150만명으로 늘었다. 선발주자였던 그린카는 쏘카에 밀리는 분위기지만 역시 2012년 12만명이던 회원 수가 지난해 120만명으로 10배가 됐다.

플랜ME는 또 다른 키워드인 ‘욜로’와 결합해 시장에서 더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란, 말 그대로 ‘한 번뿐인 인생’이다. 현재를 즐긴다는 의미의 ‘카르페 디엠’과 유사한 의미이면서 하나의 기치가 아니라 구체적으로 실천되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플랜ME는 나의 현실에 맞추는데 초점을 두고 있지만, 주변의 시선을 벗어나 자신을 중심에 두고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연결점이 발견된다. 아끼고 포기하는 경향이 강한 N포 세대와 플랜ME는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만족을 위한 방향을 만들어가기 때문에 유의미한 소비 계층으로 인식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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