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LG경제연구원은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각종 공약들이 실현 가능성보다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그 중 얼마나 많은 정책들이 살아남을지는 미지수지만, 트럼프 당선자가 이번 선거를 통해 ‘새로운 미국’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던 만큼 향후 미국의 정책 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곧 사업 환경의 불확실성과 변동성 확대를 의미한다. 투자와 소비 부진으로 세계경제의 활력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만 국내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특별한 변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지만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 국내 유통업계는 “당장에 별다른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공통된 입장 속에서도 환율변동 등 경기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한·미FTA 재협상을 언급하는 등 트럼프가 주장해 온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현실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국내 소비 위축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전반적인 소득 감소로 국내 소비 위축이 진행형으로 인식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에 따른 국내 증시 불안 등으로 자산가치 하락 추세가 가시화되면, 소비여력 급감의 후폭풍이 불어 닥칠 수도 있어서다.
대형마트 업계 한 관계자는 “내수가 중심인 대형마트에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로 국내 수출산업이 어려워지게 되면 후행해서 내수경기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형마트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것은 거의 없지만 미국에서 들어오는 일부 제품의 소싱 문제가 있기는 하다”면서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 소싱은 장기 계약을 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까지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생산처에서의 소싱이 직접적인 문제인데 계약이 6개월 단위로 체결되는 특성상 내년 3~4월에 물량 발주 계약에서 이번 새로운 미국정부의 무역 정책에 따른 여파를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대형마트 다른 관계자는 “환율의 문제는 신중하게 보고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 직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추세가 유지되면 수입 물품 가격이 오르게 돼 판매가격이 상승해 소비력이 줄어들 수도 있고, 업계 입장에서는 마진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해외 명품 등을 취급하고 있는 백화점 업계에서도 환율의 변동에 민감해 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당장의 영향이나 큰 영향은 없을 것 같다”고 전제했다. 백화점도 기본적으로 내수 업종이어서 대외 변수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환율의 움직임은 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가 위대한 미국을 이야기했고, 이게 강한 달러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원화가치가 떨어지겠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미국의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수출 장벽의 일환으로 원화가치가 올라갈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해외 명품 등의) 수입 가격은 떨어질 수도 있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내수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미국 대선의 여파가 크게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당장 오늘 환율과 주가가 요동치는 등 거시 경제적 측면에서의 영향이 소비자에게 미칠 파장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중 관계변화 영향 받을 듯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의류 등 해외 수입 물량의 경우 백화점도 6개월 주기로 계약이 되는데 이미 내년 S/S(봄/가을)시즌 계약이 거의 다 이뤄졌다”면서 “내년 하반기가 돼야 알 수 있을 텐데, 다양한 변수들이 있어 현 시점에서 예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면세점은 상품을 취급하는 데 있어서 내수와 수출의 성격을 모두 갖고 있어서 다른 유통업태보다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해 민감하다. 여기에 중국 의존도가 워낙 높다.
미·중 관계의 변화라는 예측할 수 없는 변수를 주시하는 배경이다. 아울러 백화점 업계에선 미국의 대 중국 정책과 한반도 긴장상황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냈다. 가뜩이나 중국 정부가 한국으로 가는 유커를 줄이라는 지침을 내렸다는 소식에 관련업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는 상태에서 트럼프의 미중관계에 대한 입장은 강경한 듯 하면서도 불확실하고 모호한 요소가 많이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면세점은 트럼프 당선으로 야기될 미·중 관계 변화가 유통가에 미칠 영향을 선행해서 보여 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면세점은 물론이고 업태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내 유통업체들이 해외 제품 소싱과 중국인 관광객 수요 등 중국의 움직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고 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중 관계의 변화 폭이 커지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면세점을 필두로 국내 유통업계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중 간의 경제·통상 마찰은 커질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선거운동 기간에 트럼프가 일관되게 대중 무역적자에 비판적인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중국의 대미 수출 환경이 악화되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사태 이후 전개됐던 것처럼 중국의 고도 경제성장률이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중국이 경기회복을 위해 내수에 보다 집중하도록 만들 공산이 크다.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높은 면세점 업계로서는 반갑지 않은 예상이다.
물론 이 같은 전망이 현실화된 것은 아니어서 면세점도 당장의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국내 면세점 사업이 중국은 물론이고, 일본 등 아시아권 국가와의 관계와 비교해 미국과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적어서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중국에 묶여 있는 상황”이라며 “미국의 대통령 당선자가 누구냐는 것에 따라 지금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조금 앞서 나간 이야기”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백화점, 면세점 등 주요 유통채널 모두 트럼프의 당선이 당장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니라는 설명을 내놓은 셈이다. 이와 관련해 여영상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내수인 유통은 (트럼프 당선에 따른)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 연구원은 대외 환경의 변화보다 ‘소매업태별 성장과 쇠퇴가 진행형’이라는 유통 트랜드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 연구원은 “소득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 패턴의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면서 유통업태의 실적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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