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결산 10대 유통뉴스

올해 유통산업은 물가상승의 직격탄을 맞았다. 4분기 백화점의 기존점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4% 증가 전망에 그친 것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문제는 유통이 물가상승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정부의 인위적인 압박을 가장 강하게 받았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백화점 입점수수료를 3% 이상 인하하도록 한 것은 이 같은 흐름에서 가능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한국 유통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통업 개방 이후 체질이 개선된 기업형 유통 채널이 유통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2012년 소매시장 규모는 9.6% 늘어난 238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기업형 유통 채널은 소매시장 신장률을 상회하는 11.5%의 성장이 예상된다. 올해 백화점 및 SSM, 편의점의 활약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이 같은 전망 속에 본지는 내년 유통가의 흐름을 짚어 볼 수 있도록 올해 주요 10대 유통 뉴스를 선정해 게재한다.

1.한미FTA 국회 통과…유통업계 영향 미비 전망

우여곡절 끝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1월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투자자-국가분쟁해결절차(ISD)로 인해 우리 정부의 공공정책이 무력화될 우려로 논란이 지속됐지만 한·미FTA는 전체적인 큰 틀에서 우리나라에 이익이라는 전망이 대세다.

곽수종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미국은 실질적 세계질서의 균형자이면서 한국에게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라는 말로 한·미FTA 타결을 설명했다.
이는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있는 입장인데다 미국이라는 ‘큰 균형자’가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또 관세철폐에 따라 국내 소비자들의 선택권 등도 확대 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관세철폐에 따른 가격 하락과 소비자 선택폭 확대 등에 따라 단기적으로 5억3000만 달러, 장기적으로는 321억9000만 달러의 소비자 이익이 있을 것으로 봤다.

한편 국내 유통업계는 한미 FTA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내 유통 시장은 이미 지난 1996년 개방을 겪으면서 국내 유통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영향력이 있는 대형마트는 국내에서도 포화 상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미국 업체들이 직접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업계는 회의적이다.

이와 함께 미국과 프랑스 등 외국계 유통업체들이 이미 한번 진출했다가 철수한 사례도 있기 때문에 한미 FTA로 당장 대형마트업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 입점업체와 공생(?)…백화점 수수료 3~7%p 인하

롯데·현대·신세계 등 3개 백화점이 모두 1054개 중소납품업체의 판매수수료를 10월분부터 3~7%포인트 인하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방위적인 공세에 손을 든 것이다.

앞선 지난 8월 공정위는 서울 반포동 팔래스호텔에서 롯데, 현대, 신세계 대표 등과 만나 백화점들이 입점업체들한테서 받는 수수료가 너무 높으니 ‘공생 발전’ 차원에서 수수료를 낮춰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당시 공정위는 연매출 30억원 이하 업체들의 경우 판매 수수료를 5%포인트 이상 내리는 것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유통업계 대표들에게 수수료를 얼마만큼 내리라고 직접 권고하는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유통업계에서 판매 수수료는 유통회사와 납품회사의 이익 규모를 결정짓는 핵심요인이다. 수수료를 낮추면 중소기업의 부담이 덜어지지만 유통사들은 영업이익이 줄어든다. 현재 유통업계의 영업이익률은 6~7%다.

공정위는 이번 수수료 인하 조치를 통해 중소기업들이 1000억원대의 수수료 절감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구상 중이다.
유통업체들은 공정위가 수수료 인하폭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압박하는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지만 결국 공정위의 기세에 밀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이렇게 세게 밀어붙인 적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3.오픈 프라이스 도입 1년 만에 철회…가격은 되레 올라

정부가 과자, 라면 등 간식류 제품에 대한 ‘오픈 프라이스(유통점이 최종 가격 결정)’ 제도를 시행한 지 1년 만에 전격 취소했다. ‘가격 안정’이라는 취지가 시장에 먹혀들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정부는 작년 7월 과자 빙과 아이스크림 라면 등에 대해 오픈 프라이스를 적용하면서 간식류 제품의 가격 안정을 기대했다. 소비자가격을 판매점이 정하도록 해 유통업체 간 경쟁을 통한 제품 가격 인하를 유도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작년 7월부터 올 5월까지 빙과류 가격은 18.0% 상승했고, 비스킷 13.7%,아이스크림 10.8%, 스낵 과자는 7.8% 올랐다. 이렇게 되니 정부가 정책실패를 인정하고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취소한 것이다.

유통업계에선 동네 슈퍼를 중심으로 ‘반값 마케팅’이 되살아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오픈 프라이스 도입 이전까지 상당수 중소 유통점들이 빙과류를 권장 소비자가격의 절반 가격에 판매하면서 이를 ‘미끼 상품’으로 활용해왔던 점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같은 유형의 할인 마케팅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할인하기 전의 정상가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4. 박카스와 까스명수 수퍼마켓 판매 허용

8월부터 약국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박카스와 까스명수 등 40여개의 일반의약품을 수퍼마켓 등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됐다.

보건복지부에서 일반의약품 가운데 일부를 이같이 의약외품으로 전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수십년째 논란을 빚어온 일반의약품의 약국외 판매가 일단락됐다. ‘약’의 지위를 잃은 이들 품목은 장관 고시 개정 등을 거쳐 이르면 수퍼와 편의점 등의 진열대에 올랐다.

하지만 제약사들이 약사들의 눈치를 보느라 박카스 등 인기품목은 편의점과 수퍼에서 여전히 찾기 힘들었다.
편의점업계는 제조업체와 약품상 등에서 공급에 쉽게 응하지 않아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려졌다. 보다 영세한 동네 수퍼마켓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물건을 확보할 루트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의약외품 수퍼 판매의 실익이 적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 유통 전문가는 “복지부가 시행초기 제약사에 수퍼 판매 압력을 가하는 등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가까운 일본의 경우 수퍼 판매에 따른 경제적 실익은 없는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약사회 측은 “현재 의약외품으로 분류돼 수퍼 판매가 허용된 것들도 약사 관리 하에 안전하게 써 왔던 제품들”이라며 “의약외품이라도 약은 약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을 계속했다.

5. 기업형 수퍼마켓 1년새 575% 증가

기업형수퍼마켓(SSM)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올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됐다. 특히 인근 상인들의 사업조정 신청 등 반발을 피하기 위한 위탁 가맹점 형태의 SSM 입점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회 지식경제위 민주당 노영민 의원의 중소기업청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SSM 입점(누적)은 2009년 660개에서 2010년 866개, 올해 940개로 늘어났다.

특히 올해 5월 현재 대기업 SSM은 1년 전보다 16.6% 증가한 반면, 위탁 가맹점 형태(대기업 지분 50% 미만)는 무려 575%나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사실상 대기업 소유(지분 51% 이상)의 SSM인 위장 가맹점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노 의원은 “롯데마켓 999(균일가형 편의점)와 같은 무늬만 편의점 형태의 편법 개점도 발생하고 있고 GS25, 패밀리마트 등은 편의점 형태로 매년 1000여개씩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편의점은 기본적으로 직영일 경우에만 사업조정 대상에 포함되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개점 후에는 일시정지 권고가 불가능하고 사업조정만 가능하다. 따라서 이를 이용해 SSM 입점을 위해 미리 사업자 등록을 하고 허가 절차를 마무리하고서도 다른 점포가 입점하는 척 하다가 ‘기습개점’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6.우유제품 가격 인상 도미노…밀크 인플레이션 조짐

우유에 이어 요구르트·커피 등 우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도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다. 우유 가격 변화가 물가 인상을 불러오는 이른바 ‘밀크 인플레이션’ 조짐도 보인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한국야쿠르트는 최근 발효유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 가격을 1200원에서 1300원으로 8.3%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주요 대형마트에 대한 공급가격도 함께 올렸다. 남양유업도 지난 10일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소매점에 들어가는 ‘불가리스’ 6종과 ‘짜먹는 이오’ 2종 공급가격을 올렸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불가리스’(150㎖) 4개 들이 묶음 상품이 3900원에서 4300원으로 10.3% 인상됐고, ‘짜먹는 이오 복숭아’(40㎖) 12개짜리 묶음은 3380원에서 3650원으로 8% 올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우유 가격 인상 이후 요구르트 제품에 대한 가격 인상이 인상되고 있다”며 “인상률은 대부분 10% 안쪽”이라고 말했다.

우유를 주요 원료로 사용하는 커피제품 가격도 오르고 있다. 매일유업은 ‘카페라떼’ 제품군 가격을 평균 8% 올리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소매가격은 지난주에 이미 1200원에서 1300원으로 조정됐다.

식품업계에선 당분간 ‘밀크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 흰우유 가격이 올라가면서 요구르트, 치즈 등 유제품뿐만 아니라 커피, 빵 등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제품 가격이 연달아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우유와 매일유업은 이미 흰우유 1ℓ제품 출고가격을 9.5%, 남양유업은 9.4% 인상했다. 빙그레도 바나나맛 우유와 요플레, 네이처 드링킹 요구르트 등 유제품 20여 종 가격을 평균 7~8% 올렸다.

7. 편의점 2만개, 10조원 시대 열린다 

국내 편의점 시장이 올해 점포 2만개, 총매출액 10조원 시대를 맞을 전망된다.
한국편의점협회가 분석한 ‘편의점 운영동향 2011’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출점한 편의점 점포는 총 3687개로 2009년(2505개) 대비 47.2% 늘어났다. 지난해 말 편의점 수는 1만6937개로 2009년(1만4130개) 대비 19.9% 증가했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8조3981억원으로 2009년 대비 15% 성장했다.

한국편의점협회는 올해 편의점 점포수는 1만9700여 개, 총 매출액 10조원으로 각각 16.3%, 19.1%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편의점 출점 수는 지난해에 비해 3.1%(113개) 늘어나는 반면 폐점 수는 17.8%(157개) 증가해 전체 운영 점포수가 16.3%(2763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편의점협회는 편의점 출점 증가에 대해 ▲사업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의점 선호, ▲수퍼마켓·음식점 등 자영업자의 업종 전환, ▲주부·청년층의 편의점 창업 비율 증가, ▲고등학교, 지하철 등 특수 입지 증가를 원인으로 꼽았다.

편의점 가맹점주로 퇴직한지 얼마안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과 50세 이상의 중년·고령층이 지난해 대비 1.9% 증가한 24.6%를 차지했다. 자영업 출신 가맹점주들이 40.1%로 지난해 대비 10% 늘어나면서 퇴직 회사원(35.1%)을 처음으로 앞섰다.

여성 가맹점주도 47.9%로 지난해보다 2.6% 증가했다. 전국 편의점 중 약 8000개 점포를 여성들이 운영하는 셈이다. 음식점·의류점·미용실 등과 달리 전문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한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8. 거마대학생 파문, 불법 방문판매의 함정

불법 방문판매업체들이 대학생들을 끌어들여 강제합숙 등을 시키며 등록금 대출을 받아 매출을 올리게 한 이른바 거마대학생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이들은 서울 송파구 거여동, 마천동 주변의 저가 월세방에 집단으로 합숙생활을 했기 때문에 거마대학생으로 불렸다.

거마대학생 문제는 취업을 하지 못하는 88만원세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이어지면서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주요 의제로 부상하기도 했다.
관할 경찰서인 서울송파경찰서는 불법 방문판매업체의 유혹에 거마대학생 문제와 관련해 특별수사팀을 꾸려 대응했다.

이 같은 활동을 토대로 송파경찰서는 현재까지 불법 방문판매업체를 단속해 73명을 적발하면서 성과를 냈고, 거여·마천지역 합숙소 및 판매원도 각각 80개소와 1000여명 이하 수준으로 대폭 감소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합법적인 영업활동을 하고 있던 다단계판매업체들이 불법 방문판매업체들과 혼용돼 피해를 입기도 했다.

또 경찰 조사에서 거마대학생들이 인권침해를 당했다며 진성서를 대거 제출해 논란이 됐다. 지난 9월부터 최근까지 인권위원회와 국민신문고, 송파경찰서 청문실 등에 거마대학생들이 제출한 진정서가 약 130건 접수된 것. 진정서에는 ‘경찰의 폭언과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진술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9. 방판법 개정안 법사위 통과…후원 방판 규제 근거 마련 

지난 11월 17일 ‘방문판매법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방판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제2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방판법 개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 본회의를 거치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이미 8개월 동안 법사위 소위에 계류됐던 것이 통과된 것이어서 본회의 통과가 무난할 것으로 점쳐 진다.

이번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방판법 개정안의 핵심은 ‘후원 방문판매’의 신설. ‘후원 방문판매’ 개념은 방문판매로 신고하고 실제로는 다단계판매 영업을 하는 신종 방문판매 업체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의미이다.

구체적으로 방문판매법 개정안에는 후원 방문판매 사업자도 공제조합과 같은 소비자피해보상보험에 가입하도록 했고, 취급제품 가격의 상한선도 160만원 수준으로 제한하는 등 후원 방문판매 에 대한 규제장치가 도입됐다.

다만 법사위 소위를 통과한 방문판매법 개정안에 ‘옴니트리션’ 기준이 도입돼 아모레퍼시픽 등 대형 방판업체들은 후원방판에세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이 기준은 후원 방문판매 업자라고 해도 전체 매출액 중 판매원이 아닌 최종 소비자에게 70% 이상을 판매해 매출을 올리면, 이를 옴니트리션 기준에 부합하는 우량업체로 분류한다. 우량업체들은 소비자피해보상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아도 돼 선정문제가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10.특수판매공제조합 김선옥 이사장 해임

김선옥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이하 특판조합) 이사장이 잔여임기 6개월을 남겨놓고 전격 해임됐다.
특판조합 조합사들은 지난 10월1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제9기 임시총회’에서 긴급 발의된 ‘임원 해임의 안건’을 조합사 3분의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김선옥 이사장이 재임기간 18개월 동안 11억원이 넘는 보수를 챙긴 것이 드러나면서 조합사들이 집단적으로 반발한데 따른 것이다.
공제조합이 임기가 남아있는 이사장을 총회를 통해 해임시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직 이사장 해임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특판조합은 임시총회 직후부터 윤건 상무이사의 직무대행체제로 들어갔다.

특판조합 이사회는 11월 24일경에 애터미 등 신임 이사사를 포함한 차기 이사회를 갖고 임원추천위원회를 결성해 내년 초까지 신임 이사장을 추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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