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책으로 상조보험 인기몰이

오는 9월 18일이면 개정된 할부거래법이 시행된다. 개정된 할부거래법은 상조업을 선불식 할부 거래로 규정하고, 3억 원 이상의 자본금으로 관할 시도에 등록하도록 했으며 정보 공개와 선수금 보전이 의무화 되는 등 각종 피해 방지 창치와 구제책을 도입, 제도권 바깥에서 많은 소비자 피해를 야기하던 상조업을 제도권 안으로 포섭했다.

 

상조업체 부실, 심각한 수준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2월 전국 상조업체 224곳을 대상으로 서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지난해 7월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08년 말을 기준으로 상조업체수는 281개사이며 회원 수는 약 265만 명, 고객 불입금 잔고는 약 9000억 원이다.

이 가운데 자본금 규모가 1억 원 미만인 업체는 176개사로 전체의 62%에 달했으며 오는 9월 18일 시행되는 할부거래법에 따라 상조업으로 등록할 수 있는 업체(자본금 3억 원 이상)는 13%에 불과한 37개사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총 자산 규모가 고객 불입금에 못 미치는 업체가 153개 업체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이에 따라 상조업체가 파산 시 상조회원에게 돌려줄 수 있는 비율인 지급여력비율이 평균 47.5%에 불과했으며 파산 시 회원에게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는 업체도 전체의 16.7%에 해당하는 47개사나 됐다. 또 일부밖에 돌려줄 수 없는 업체도 50.5%에 해당하는 142개사로 한 푼도 돌려줄 수 없는 업체와 합하면 189개 업체의 지급여력비율이 100%에 못 미치고 있다. 많은 수의 상조업체들이 심각할 정도로 부실한 재무 상태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상조업체의 부실은 유사시 부실한 정도만큼 고스란히 소비자피해로 떠넘겨 지게 된다.

상조 서비스는 미리 정해진 장례 등의 행사 비용을 일정 기간으로 나누어 매달 불입하고 일이 생겼을 경우 상조 업체에서 일체의 행사를 대행해 준다. 이때 만기 이전에 일이 생겼을 경우에는 행사 직후 일시불로 상조 업체에 지급해야 하며 만기 이후에는 일이 생길 때까지 상조업체에 행사 비용 전액이 적립된다. 따라서 사고를 대비하는 보험과 목돈 마련을 위해 민간 차원에서 많이 사용하던 계와의 중간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보험은 사고가 나면 약속된 보험금을 받고 남은 보험료를 정산하지 않으며 양도양수가 불가능 하다는 점이 상조서비스와 다르고 계는 계가 끝난 후 계주에게 불입금이 적립되지 않는다는 점이 다르다.

상조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은 계와 마찬가지로 상조업체의 계약 이행을 보장해주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는데 있다.

개정된 할부거래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대부분의 부실 상조업체들이 퇴출되고 선수금 보전제 등 각종 피해 방지창치와 구제책이 도입 돼 소비자 피해 발생은 현저히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할부거래법 개정과 함께 부실한 상조업체들의 상황이 세간에 알려지게 되자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오히려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서비스 관련 소비자 불만 건수가 지난 2007년에는 833건에 불과했으나 2008년에는 1374건, 2009년에는 2446건으로 3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올해에도 5월까지 이미 3000건을 넘어섰다.

 

상조보험, 안전성을 담보로 소비자 눈길 끌어

이러한 상조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타고 최근 보험회사들의 상조보험이 주목을 받고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H손보가 지난 2008년 출시한 ‘카네이션 B&B상조보험’은 지난해까지 빛을 보지 못했으나 올 들어 가입건수가 지난 3월 1181건에서 4월 1932건, 5월 2113건으로 두달 사이 두배 가량 늘었다. 또 N생명이 5월부터 판매한 상조보험인 ‘웰엔딩효보험’도 한 달 만에 3000건 가까운 가입건수를 기록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러한 상조보험의 인기에 대해 관계자는 “최근 국내 최대 상조업체가 검찰 수사를 받는 등의 사건으로 상조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상조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상조보험은 장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사전에 약속된 보험금은 물론 관, 수의 , 상복 등 장례용품을 지급하고 복잡한 장례 서비스를 대행해 주는 보험 상품으로 종신보험이나 실버보험의 범주에 속한다. 보험회사가 취급하기 때문에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받으며 예금자보험법에 의해 최대 5000만원까지 원금 보장이 된다는 점에서 상조 서비스에 비해 안전하다. 그러나 가입연령 제한이 있고 타인에게 양도가 안 되는 점은 상조서비스에 비해 불리한 점이다. 상조보험 가운데 장례서비스같은 부분은 대체로 특약형태로 되어 있으며 상조업체들과의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상조보험의 인기에 더불어 상조보험을 장례토탈 서비스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장례용품 판매업체도 생겨났다. 장례용품, 특히 고가인 수의 등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장례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야 시너지 효과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상조업을 직접 하기에는 여러 가지 위험부담이 크고 고객들이 적립한 돈에 대한 안전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T생명과 직접 제휴를 맺고 ‘수호천사 효보험’을 자사의 VIP 회원에게 제공하고 있는 수의 전문 제조판매 업체 M사의 표모 대표는 상조서비스를 직접 제공하지 않고 상조보험과 연계한 이유에 대해 “VIP 회원에게는 수의와 함께 T생명의‘수호천사 효보험’을 제공, 고객이 믿을 수 있는 안전한 장례서비스로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며 “회원들의 불입금을 내가 직접관리하다 부도나면 고스란히 회원의 피해로 이어진다. 그래서 회원들의 돈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상조서비스 대신 상조보험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VIP회원에 가입하게 되면 수의값으로 198만원을 낸 후 T생명에 매달 보험료를 직접 납부하게 된다. 이후 장례서비스가 필요하게 되면 M사에서 일체의 행사를 도맡아 진행하며 행사비는 T생명에서 나온다.

이 상품에 대해 김태석 법학박사(중부대학교 교수)는 “할부거래법상 2회 이상의 할부금 납부가 있어야 하나 이 상품의 경우 수의 가격으로 1회만 납부하고 이후 보험료는 보험사에 직접 납부하므로 할부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장례와 관련한 업체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의 정서상 고인이 가는 길에 조금이라도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어 하는 유족들의 심리를 악용하는 상술 때문이다. 상조서비스든 상조보험이든 가입해 놓으면 이러한 때에 바가지를 쓰지 않고 효율적으로 장례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상조보험은 상조서비스에 비해 여러 가지 제약조건에도 불구하고 보험이라는 안전성으로 말미암아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할부거래법 시행으로 상조업계가 정비돼 안전성 측면
에서 상당 부분 보장이 된다면 상조서비스도 상조보험과 더불어 사회안전망으로써의 역할을 해낼 수 있으리라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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