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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업계 ‘곡소리’ 왜? 규제 강화로 ‘줄폐업’ 예상…적극적인 관리·감독 필요
  • 정상규 기자
  • 승인 2016.08.2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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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업계가 침체기에 빠졌다. 지난해 9월부터 올 8월까지 신규 업체 등록이 없고 폐업·등록취소가 크게 늘어난 것.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정재찬, 이하 공정위)가 발표한 선불식 할부거래업자 주요정보 변경사항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이후 신규 등록한 업체는 없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상조업계의 전반적인 성장 정체 및 업종 내 수익성 악화가 난맥상의 원인이라 분석했다. 이와는 다르게 업계 관계자들은 2010년 할부거래법 개정 이후부터 이미 상조시장의 부실은 예고된 악재였다고 입을 모았다.

2분기 8곳 폐업, 영세 업체 수 전체의 ‘절반’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폐업을 하거나 등록이 취소된 상조업체는 8개사로 지난해 같은 동기간 대비 약 3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종합라이프 ▲동원씨앤드에스 ▲사랑라이프 ▲가족사랑휴 등 4개사가 폐업했고, 등록 취소된 업체는 ▲에스제이라이프 ▲해동청상조 ▲중앙고속 ▲이화상조 등으로 피해보상이 진행 중에 있다. 이들 대부분은 경영난을 이유로 폐업했으며 지난 7월에는 급기야 업계 10위 업체인 국민상조가 장기 부실로 인해 폐업하게 되면서 상조시장의 침체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영세·부실 업체의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면서 최근 대표자나 상호, 주소가 바뀐 경우도 지난해 29건 대비 41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공정위는 상조업 전반적인 성장 정체를 이유로 꼽았으나 업계의 속사정은 그보다 심각하다.
국내 상조시장은 20여년 동안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자유롭게 운영돼왔다. 그러다 지난 2010년 선불식 할부거래법이 개정, 시행되면서 매년 10%의 고객 선수금 보전조치 등의 규제를 받게 됐고, 이 시기에 이미 고객으로부터 받은 선수금을 소비해버린 상당 수의 업체들이 법에 적응하지 못하고 경영난에 빠졌다. 그 결과 가입자 수가 1000명 미만인 영세 상조 업체의 수는 지난 6월 기준 115곳으로 전체 200여곳 가운데 절반이나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부터는 설립자본금을 기존의 3억원에서 15억원으로 상향하고 모든 상조업체가 회계감사를 받아야 하는 등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상조업계의 ‘곡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 강화에 사업 포기 속출
영세·부실 업체의 폐업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대량 소비자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주무부서인 공정위에서는 ‘선수금 미보전 업체 등의 불법 행위를 적발하고, 영업정지 등의 처벌을 하는 외에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할부거래과 관계자는 “자본금 상향 시기를 3년으로 유예하고, 회계감사 또한 내년부터 진행함으로써 법 적응의 어려움을 다소 완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도 회계감사를 받기 위해서는 늦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감사인 선정 등의 절차를 취해야 하지만 이미 많은 수의 영세 업체들이 법 시행의 시점에서 사업 의지를 상실한 채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회계감사를 받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의 대상이 되지만 이를 알면서도 손을 놓아버린 것.
이에 대해 송장우 한국상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업체 규모별로 회계감사에 드는 비용이 천차만별이지만 대략 600~700만원, 대형업체는 1000만원대를 넘어 선다”며 “들어올 돈은 적고, 나갈 돈만 급급한 영세업체의 경우 이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사업을 계속하느니 차라리 정리를 하는 것이 오히려 속 시원한 일이라고 느끼는 사업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장 회계감사 비용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본금을 15억원까지 늘리는 것도 사실상 좌절감을 앞당기는 요인이 되고 있어 앞으로도 상조시장의 폐업 행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영위기 업체 극단적 선택, ‘먹튀’
사업자와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영세·부실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이 대두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까다로운 법 절차로 인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폐업에 임박한 업체들의 선택지는 사실상 ‘먹튀’ 밖에 남지 않는다. 그동안 건실한 업체의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상조업계의 이미지가 늘 부정적인 이유는 부도덕 업자들의 ‘모럴 해저드’가 끊임없이 일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
가장 큰 이슈가 된 사건은 강릉 최대 상조회사로 군림했던 박진옥 AS상조 대표의 사례다.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던 박 대표는 급기야 회원들이 낸 선수금을 전산에서 누락하는 방식으로 공제조합의 눈을 속여 예치금을 축소했다. 누락시킨 선수금마저 회사의 정상화가 아닌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등 파렴치한 위법행위를 저질렀으며 결국 지난해 폐업하기에 이르렀다.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의 집단 소송 등을 제기해 박 대표는 끝내 지난 5월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울산 서민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던 동아상조의 사례 또한 AS상조와 마찬가지다. 고객의 해약환급금을 지급하지 않다가 회사의 자산을 아내 명의로 넘긴 다음 고의 폐업해 논란이 됐다. 울산지검은 지난 4월 전상수 동아상조 대표를 구속기소하고 수사 중에 있다.
문제는 이들의 범법 행위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피해보상기관인 공제조합에서 지고, 정작 폐업을 야기한 당사자들은 ‘경영난’을 빌미로 아무런 제재 없이 돈을 빼돌리며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해왔다는 점이다. 현행법상 업체가 폐업하게 되면 피해보상은 지급의무자인 공제조합과 은행이 담당하게 된다. 따라서 회사의 경영을 방만하게 하고, 나아가 자산을 타인 명의로 빼돌리거나 선수금을 모두 탕진해버려도 걸리지만 않는다면 경영실패의 책임에서 벗어나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현실이다.
상조업계의 부실 여파는 이 밖에도 후불제 상조의 시장 교란, 회원동의 없이 이뤄지는 불법적인 M&A 등 굵직한 사회적 문제로 번지고 있으며 회계감사 시기가 도래하는 2017년에는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정위의 적극적인 관리·감독과 부실·영세업체들의 원만한 구조조정을 도울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현재의 상조시장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남았다.      

정상규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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