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에서 재미 찾는 ‘플레이슈머’…일상 곳곳으로 ‘Fun’문화 확산

소비에서 재미를 매우 중요시하는 ‘플레이슈머(playsumer)’가 늘고 있다. 플레이슈머란 ‘놀다’의 의미를 지닌 ‘Play’와 ‘소비자’를 뜻하는 ‘Consumer’의 합성어로, 즐거운(Fun) 쇼핑(Shopping), 즉 ‘펀핑(Funpping)’을 원하는 ‘즐기는 소비자’를 일컫는 신조어다.

플레이슈머들은 ‘소유’보다 ‘사용’을 중요시해 구매 결정 과정에서 ‘어떻게 가지고 놀 수 있을까?’를 먼저 고려한다. 단순히 제품 및 서비스 본연의 기능이 필요해서 구매하거나 트렌드를 무작정 따라가는 소비자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또한 기존의 관습이나 고정 관념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아 프라다(Prada)의 패러디 브랜드인 프라우드(Proud) 로고가 크게 박힌 옷을 입고 다니기도 한다.

무엇보다 직접적으로 의도하지는 않지만 주변 피어(Peer, 또래)그룹에게 많은 영향을 준다.
소비자들이 SNS 전체 공개를 통해 의도적으로 본인의 쇼핑 목록을 사진으로 자랑하는 것과 달리 플레이슈머들은 구매한 제품 혹은 서비스에 대해 구매 과정부터 실제 사용 중 느꼈던 숨겨진 다양한 재미들을 비슷한 취향의 플레이슈머 그룹 내에서 공유함으로써 더욱 전문적이고 폭발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플레이슈머들의 증가는 건강과 음식, 그리고 직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먹는 것 자체보다 만드는 재미
최근까지도 웰빙 트렌드가 붐을 일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은 중요한 관심거리다. 하지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들은 의지가 강한 소수에 불과한 게 사실이다. 소위 ‘몸짱’이 되기 위해서는 너무 긴 시간의 고통을 참아야 하고 재미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플레이슈머들은 기존의 운동에 조금의 변화를 줘 재미를 느끼면서 동시에 건강도 챙기고 있다. 그룹과 함께 고강도 운동을 하는 크로스 핏(Cross Fit)이나 단체로 음악을 들으며 실내에서 자전거를 타는 스피닝(Spinning), 댄스와 에어로빅의 결합인 줌바(Zumba), 배드민턴에 스쿼시, 테니스의 장점을 섞은 스피드민턴(Speedminton) 등은 대표적인 플레이슈머들의 운동이다.

또한 최근에는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참가자들은 팀을 구성해서 약 18~20㎞의 진흙 길에 놓인 장애물들을 함께 통과하는 터프머더(Tough Mudder)가 인기를 끌고 있다. 참가자들은 운동이 끝난 후 함께 맥주를 마시며 즐기는데, 팀워크를 통해 장애물의 공포를 극복하면서 동시에 단체 소속감을 통해 결속력을 다질 수 참가자가 늘고 있는 추세다.

플레이슈머들은 음식을 먹을 때도 단순히 건강에 좋은 웰빙식을 먹거나 TV에서 소개된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보다는 만드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낀다.

이에 음식 분야에서도 플레이슈머 바람이 감지되고 있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 중인 ‘냉장고를 부탁해’ 프로그램은 맛을 추구하는 음식의 본질보다 조리하는 과정의 재미를 부각한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음식의 맛 자체보다는 시간제한이라든가 대결을 통한 긴장감 등으로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삼시세끼’ 역시 시골 마을에서 솥과 아궁이 등을 이용해 ‘시골 스타일’로 음식을 만드는 과정을 편안하게 보여주는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식품업체들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이 직접 토핑을 선택하고, 그 레시피를 저장 및 공유 할 수 있도록 한 ‘마이 키친’이라는 앱을 선보여 소비자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 앱을 통해 개인이 원하는 도우, 소스, 토핑 등을 넣은 피자를 주문하고, 해당 피자 이름까지 지어 SNS로 공유할 수 있어 새로운 재미를 느끼고 있다.

놀이문화가 있는 직장, 능률 ‘UP’


가장 변하기 어려울 것 같은 직장에서의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직장 선택 기준으로 재미있게 일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중요시 여기지만, 실제로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플레이슈머들은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어 화제가 되곤 한다.

앱 성능 관리 업체인 제니퍼소프트는 경기도 파주 헤이리예술마을에 위치한 4층 건물의 작은 회사로, 건물 1층에는 카페가 입점해 있고 지하에는 직원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수영장이 있다. 이곳은 직원들이 실제로 업무 시간 중에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또한 이 회사는 타 회사와 달리 역으로 ▲비즈니스 정장 착용 금지 ▲단체 회식 금지 등 고정관념을 깨는 33가지 규정을 강제하고 있어 플레이슈머들이 사랑할 직장의 요소를 갖추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은 이미 직장에서의 놀이 문화가 보편화돼 있다. 구글 본사의 경우 인도 발리우드 영화를 보여주는 바달(Baadal) 인도 식당을 운영하고 페이스북은 에스프레소와 페스트리 빵을 제공하는 에픽(Epic) 카페 등을 두고 직원들이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뉴욕 북부 요크타운에 위치한 IBM 왓슨 중앙연구소는 수요일마다 와인파티를 열어 연구원들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의 IT기업 샤오미는 업무 공간에 당구대, 푸즈볼, 게임기 등을 비치해 두고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게다가 계단 평에 미끄럼틀을 설치, 아래층으로 이동시 슬라이딩으로 한 번에 내려갈 수 있게 해 직원들의 웃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진상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노는 것에 대한 더욱 긍정적 시각과 다양한 방법들이 IT 기술을 통해 빠르게 생성, 확산되면서 플레이슈머들의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플레이슈머 세그먼테이션을 통해 숨겨진 펀(Fun)을 발굴한다면 예상치 못한 성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창조적인 접근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미림 기자 |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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